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동아일보DB]
감염병 전문가인 이 교수는 18일 주간동아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방역 완화 정책을 이렇게 비판했다.
“오미크론은 3월 초에 정점을 이룰 겁니다. 그때까지는 확진자도 훨씬 더 늘겠죠. 문제는 지금 의료 상황이 그에 대응할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가 감당 못할 상황이 되지 않게끔 관리를 해줘야 해요. 그런데 방역 완화 사인을 주는 것은 그 역할조차 안하겠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교수는 이런 입장을 이미 사퇴 이틀 전인 14일 페이스북에서도 공개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상태가 나빠진 일반관리군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사인을 준 점을 지적하며 ‘제발 위기를 스스로 키우지는 말자’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서도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면 늘어나는 환자 관리가 가능한지를 보여달라”며 “이미 현장은 지옥이 되고 있다. 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정부는 2월 18일 유흥시설, 식당·카페, 실내체육시설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하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은 19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시행된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정점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다. 다음 조정을 위해 정점을 관찰할 필요가 있어 3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쓴 소리 하는 것이 마지막 봉사”
이 교수는 18일 “자문위원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차라리 지금 자문위원을 그만두고 나와 정부에 강하게 어필하는 게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했다”면서 “지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많이 밀리는 상황임에도 그나마 노력해서 거리두기 대폭 완화는 막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2020년 행정안전부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 뒤 질병관리청으로 ‘무늬만 승격’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행정안정부 안이 발표된 이튿날인 6월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복지부가 보건연 및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까지 가져간다면, 질병관리청이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문재인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를 이끌어냈다. 고려대 의과대학 출신인 이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 전임의를 거쳐 2009년부터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에는 초기부터 생활방역위원회를 시작으로 현 정부에 방역·의료 분야 자문을 해 왔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10만 9831명으로, 첫 10만 명대를 넘어섰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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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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