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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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위험성 경종 울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

유튜버 주장에 흔들릴 만큼 주요 계열사 실적 및 자금 사정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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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12-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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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서열 6위 롯데그룹이 소문 하나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이 재무 상태 악화로 과거 대우그룹처럼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한 이후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학·유통 부문 부진이 실제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이에 롯데지주와 롯데쇼핑·롯데케미칼은 11월 18일 “현재 거론되는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관련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또 그룹 차원에서 “10월 기준 총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 원에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 원,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 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적극 해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강화를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강화를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롯데그룹 제공]

    유튜버 주장 근거는 롯데 관련 기사 16개

    롯데그룹 위기설은 11월 16일 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이 유튜버는 ‘소리 없이 몰락해가는 롯데, 공중분해 위기?’라는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에서 지난 몇 년간 국내에 보도된 롯데 관련 기사 16개를 토대로 “롯데그룹이 무리한 차입 경영과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그래서 일부 경제 전문가는 롯데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계 서열 2위였는데도 공중분해된 대우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적 어려움의 근거로는 롯데그룹이 차입금 규모로는 4위인데 당기순이익은 1조1억 원으로 17위에 불과하다는 점, 빚 39조 원 가운데 29조959억 원이 롯데홀딩스(일본 롯데 지주회사로, 한국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잘못 표현한 것으로 보임)·호텔롯데·롯데케미칼 등 3개 핵심 계열사에 집중돼 재무 구조의 심각성을 드러낸 점, 2021년부터 M&A를 통해 인수한 기업들과 온라인 사업(롯데온) 실적이 부진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롯데그룹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진의 잘못으로 수많은 직원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분석하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신동빈 회장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117억89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이 유튜버는 2019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자신을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온 지 16년, 이곳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11년이 넘어가는 50대 중반이라고 소개했다.

    롯데그룹 위기설은 ‘지라시(정보지)’ 형태로 바뀌면서 롯데그룹을 뒤흔들 만큼 몸집이 커졌다. 11월 17일부터 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지라시에는 “롯데그룹의 차입금은 39조 원이지만 올해 그룹 전체 예상 당기순이익이 1조 원에 불과해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내달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 50% 이상을 감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롯데 “사실무근, 부동산·가용예금 71조 보유”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먼저 39조 원은 차입금이 아니라 11개 상장사(롯데렌탈, 롯데리츠, 롯데쇼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웰푸드,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정밀화학, 롯데지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로, 차입금에 매입채무(기업이 상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와 미지급 등이 포함돼 있으며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 비율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설’에 대해서도 올해 롯데케미칼과 면세점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대대적 감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 수조 원대 적자’ 역시 잘못된 내용으로, 롯데온의 경우 2020년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348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설 보도 이후 롯데그룹은 적극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그럼에도 금융시장이 주가 하락으로 반응하는 것은 최근 롯데그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롯데그룹의 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난 원인이 그동안 확실한 자금원 역할을 하던 화학부문 계열사들의 실적이 업황 부진으로 나빠졌다는 데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 원 손실을 낸 이후 적자 전환해 2023년 3477억 원, 올해도 3분기까지(1~9월) 누적 손실 6601억 원을 기록했다(표 참조). 또 2022년 이후 이차전지 소재업체 인수, 해외 생산설비 신설로 차입 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2021년 852억 원이던 이자비용이 올해는 3분기까지 3197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로도 이슈의 중심에 섰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에는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5배 이상 지켜야 하는 재무 약정이 포함돼 있는데, 영업 부진으로 올해 3분기(7~9월) 기준 이 비율이 4.3배로 떨어지면서 만기 전 채권 회수를 요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 해소를 위해 12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했다.

    일단 “유동성 위기라고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차원에서 재무 위험성 관리 등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롯데그룹은 주관사를 선정해 국내 1위 렌터카 업체 롯데렌탈의 매각 작업에 돌입했으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 절차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신용위기에 처한 롯데케미칼을 위해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내놓는 결단도 보였다. 11월 28일에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21명을 교체하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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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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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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