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에 관한 악성 게시물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GettyImages]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플레이브가 가상 아이돌이라는 점이다. 이 5인조 보이그룹은 무대 뒤에 인간 멤버들이 있고, 그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가상 캐릭터로 재현해 무대에 올리는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플레이브의 정식 멤버인 캐릭터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될지 여부가 난점이었다. 다만 ‘마키’는 플레이브 캐릭터 뒤에 있는 인간 멤버들의 신원을 유추하고 루머를 작성하는 행동 등을 해와 좀 더 무난하게 소송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사건은 현재 매달 몇 팀씩 데뷔할 정도로 부쩍 많아진 가상 아이돌과 관련한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두 번째로, 블래스트가 비교적 소형 기획사라는 점이다. 많은 팬이 이 점에 주목한다. ‘탈덕수용소’를 고소한 아이브(IVE)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피해를 입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위해 영향력이 큰 대형 엔터사들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기에 신상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점 등이 난관으로 거론돼왔다. 그런데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획사들이 이를 해냈다는 점이 팬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연예인 조롱과 비방은 부끄러운 일
‘마키’와 ‘탈덕수용소’는 묘한 지점에 걸쳐 있다. 근거 없는 루머나 막무가내식 외모 비하, 조롱 등은 익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전통적인 악플러의 콘텐츠이지만, 독자 채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통칭 ‘사이버 렉카’와 공통점을 갖는다. 후자가 중요한 것은 수익성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영향력을 키우고, 때로는 추종자에 가까운 이들까지 모여든다는 점이다. ‘마키’의 경우 익명 질문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의 인생 상담에 가까운 대화를 노출하기도 했다. 그에게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그들의 콘텐츠를 열렬히 소비하고 확산하는 대중이 있기 때문이다. ‘마키’는 한때 계정이 폐쇄돼 새로 개설한 바 있는데, 이때도 하루이틀 사이에 구독자 1만 명이 다시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탈덕수용소’는 언론 노출에 대해 절박해 보일 만큼 얼굴을 가리려 하고, ‘마키’는 피소 시점에 게시물들을 공개 중단하면서도 “해킹을 당했다”며 체면을 차리려 했다. 이들에게도 악성 게시물 작성과 이에 따른 소송 등 일련의 과정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자각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두 사용자의 소송이 업계에 선례로 남으리라는 기대의 한켠으로, 연예인 조롱과 비방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도 자리 잡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