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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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후에도 성장세 유망한 HBM, AI 투자 유효

대선 결과와 무관한 성장 업종 중심 대응이 합리적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4-12-05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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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이후 미국 증시, 비트코인 같은 자산은 여러 차례 신고가 행진을 기록한 반면, 한국 증시는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1월 말 현재 코스피는 2500 내외에서 힘겹게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코스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한 실정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사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당선 가능성은 이미 10월부터 베팅 사이트,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부각됐고 주식시장도 이와 관련해 학습하며 주가에 반영해왔다. 10월 말~11월 초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추격 소식으로 되돌림이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 대선 결과 후 나타난 자산시장의 가격 변화는 10월에 여러 차례 경험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 그 자체였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에서는 무역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에서는 무역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 급락 부른 무역분쟁 공포감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 후 한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일어난 가격 변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학습된 무력감’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1기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보다 본인의 정책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레드 스위프(공화당이 연방 상하원 과반을 차지)가 달성되면서 재차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무역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한국 증시에 주입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2018년 무역분쟁이 본격화했을 당시 중간재를 중심으로 수출 및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그해 주가가 20%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다(그래프1 참조, 2018년 연간 등락률 코스피 -17.3%, 코스닥 -15.4%). 또 2018년에 비해 이차전지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 2기에는 보조금 혜택 등 친환경 관련 법안이 이들 업체에 부정적으로 개정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하는 구도가 된 만큼,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내각이 구성되면 이전보다 관세 부과 움직임이 빠를 수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1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60%, 특정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분쟁이 재개되면 한국 증시는 트럼프 2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여기서 지난 1기 시절과 차별화되는 점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한국, 대만,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는 기업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익스포저(기업이나 개인이 외환거래, 대출, 투자와 관련해 부담하는 위험)가 여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다.

    이런 현상은 무역분쟁 1기,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이 리쇼어링, 프렌드 쇼어링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늘리게 만드는 정책을 진행해온 데서 기인한다. 이 같은 쇼어링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2기에서도 그 바통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반도체 등 중간재(2022년 기준 비중 74%)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은 1기 때와 달리 관세를 미국으로 투자 유치 확대,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위한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트럼프 2기 상무장관으로 지목된 하워드 러트닉은 관세론자로 알려졌는데, 최근 그의 발언을 보면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올해 對美 수출, 對中 수출 비중 넘어서

    더 나아가 2004년 이후 약 20년간 한국 수출 비중은 대미(對美)보다 대중(對中)이 높았지만, 한국은 2024년을 기점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다시 역전한 상태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래프2 참조). 향후 트럼프가 중국에 60%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간재를 포함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줄어든 만큼, 1기 시절처럼 무역분쟁이 주가 방향성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2기 정책이 공약 그대로 진행될지, 혹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될지는 실제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판단해야 한다. 물론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수시로 높아질 소지가 있겠으나, 단순히 지난 1기 시절 경험을 향후 미래 가격 전망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같은 시기에는 정책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업종, 혹은 대선 이슈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해가는 전략이 적절해 보인다. 가령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인공지능(AI) 규제 완화, 전략 인프라 수요 증대 등으로 성장 전망이 여타 산업에 비해 밝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기기 등 AI주의 비중 확대를 제시한다.

    이번 M7(아마존, 애플, 알파벳,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의 3분기 실적 시즌은 기대치 충족 여부가 문제였을 뿐이다. 이들의 CAPEX(자본적지출) 증가 추세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으며, 내년에도 이들에 대한 증시의 실적 의존도는 높을 전망이다. 더 나아가 정보기술(IT), 전문서비스, 교육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AI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인 투자 테마로서 AI는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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