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연말 인사 직후 주가 하락… “HBM 엔비디아 납품 하루빨리 이뤄내야”

전영현 대표이사 맡아 메모리 직접 챙겨…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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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11-28 16: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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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혁신 의지를 밝힐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보다 인사 폭이 크지 않아 실망감이 든 것이 아닌가 싶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나온 당일 주가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주가 하락, 인사 실망감 반영”

    서울 여의도의 한 20년 차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연말 사장단 인사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을 이렇게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정기 사장단 인사를 전격 단행한 11월 27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3% 하락한 5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튿날인 28일 주가는 전날보다 1.42% 내린 5만5500원을 기록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사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온 것이다. 이제 주가 5만 원도 어렵다” “인사 혁신이 아니라 승진·전보 인사에 불과하다”는 개인투자자의 비판이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시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 같은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 안팎에서 위기론이 비등하자 이번 인사에서 대대적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잖았다. 하지만 실제 인사는 부회장 3인 등 핵심 수뇌부를 유임하고 사장급만 교체했다는 점에서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장(왼쪽부터). [삼성전자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장(왼쪽부터).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11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 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수조 원 적자를 낸 파운드리사업부장을 교체한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대표이사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 외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을 추가로 대표이사로 임명해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계열사를 총괄하는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장(부회장)은 유임됐다. 통상 12월 초 사장단을 시작으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해오던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겨 인사를 단행했다.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김용관 신임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전자 제공]

    한진만 신임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왼쪽)과 김용관 신임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전자 제공]

    ‌5월 반도체 ‘구원 투수’로 전격 나섰던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전영현 직할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HBM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메모리사업부는 이정배 사장이 사업부장에서 경질됐다. 전 부회장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메모리사업부를 직접 이끌게 됐다. 한종희 부회장 산하에 품질혁신위원회가 신설돼 품질 혁신이 추진될 방침이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은 최시영 사장이 교체된 자리에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파운드리사업부에 새로 생긴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에는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이 자리를 옮겼다. 함께 신설된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에는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승진해 임명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교체했다”며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에 반도체 산업 불확실성 확대

    삼성전자 인사가 발표된 11월 27일 국내 반도체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HBM 시장을 선점하며 기세를 올려온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4.97% 급락한 16만8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해외 기업을 상대로 보조금 축소, 관세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트럼프 리스크’가 재확인된 여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11월 26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정부 유력 각료가 보조금을 재검토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히자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무역대표부 대표에 강경 매파로 꼽히는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했다. 그리어는 평소 “미국이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후 무역적자 폭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월 15일 자사주 10조 원 매입 발표, 27일 인사 발표에도 아직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변화와 쇄신 ‘메시지’뿐 아니라,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AI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밝혀 시장 기대감이 크다”며 “삼성전자는 그간 전망만 무성하던 엔비디아 납품을 하루빨리 성사시켜 HBM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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