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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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썼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

[돈의 심리]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 돈 쓸 때 지켜야 할 8가지 원칙 제시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6-07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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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돈이 행복도를 크게 높이진 않지만 돈을 제대로 쓰면 행복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GETTYIMAGES

    엘리자베스 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돈이 행복도를 크게 높이진 않지만 돈을 제대로 쓰면 행복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GETTYIMAGES

    돈을 쓰면 사람은 좀 더 행복해질까, 아니면 행복도는 돈 쓰기와 무관할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돈과 행복이 큰 관련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돈 때문에 불행해진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엘리자베스 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은 이에 대해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건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If money doesn’t make you happy, then you probably aren’t spending it right)’가 그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길거리에 있는 아무 음식점에 들어가 랜덤으로 메뉴를 시켜 먹는다면 맛있다고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특정 음식점의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 밥을 먹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돈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현대 심리학은 돈을 제대로 쓰면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본다. 단, 한계는 있다. 돈을 쓰면 행복감이 높아지지만 그 효과가 아주 크지는 않다.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많고, 돈을 제대로 쓰면 행복도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경험과 타인에 돈을 써라

    그러면 어떻게 돈을 써야 행복도가 높아지는가. 던 교수 연구팀은 돈과 행복에 대한 많은 연구를 살펴본 후 8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첫째,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써야 한다.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할 때 행복도가 증가한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증진될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 경험에 돈을 쓰는 건 이 두 가지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경험하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 행동해야 하고, 행동할 때는 집중이 더 잘 된다. 이게 행복감을 증진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운동할 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놀 때, 음악을 들을 때, 걸을 때, 음식을 먹을 때, 기도나 명상을 할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 이런 경험들을 늘릴 만한 서비스를 구매하면 행복도가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할 수 있다. 즉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 어울리는 기회를 늘려준다. 경험에 돈을 지출하기! 행복한 돈 쓰기의 첫 번째 원칙이다. 



    둘째,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을 사서 혼자 즐기기보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사서 선물할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 다른 사람을 돕는 기부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의 주요 원천 중 하나는 사회적 관계다. 돈을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쓸 때 사회적 관계가 증진되고 행복도 또한 높아진다.

    작은 것을 자주 사는 쪽이 행복도 더 높아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외제차 같은 비싼 물건을 한 번 사는 것보다 맛있는 커피를 자주 사 마시는 것이 더 행복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GETTYIMAGES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외제차 같은 비싼 물건을 한 번 사는 것보다 맛있는 커피를 자주 사 마시는 것이 더 행복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GETTYIMAGES

    셋째, 큰돈을 들여 비싸고 좋은 것 하나를 사기보다, 마음에 드는 작은 것 여러 개를 자주 사는 쪽이 행복도가 높다. 사람들은 소비로 행복해지고 싶을 때 주로 가격이 비싼 것만 생각한다. 집을 사면 얼마나 좋을까, 외제차나 명품을 구입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같은 상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물건보다는 작은 것들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맛있는 커피나 차, 마음에 드는 양말, 소소한 액세서리 등을 자주 사는 사람의 행복도가 높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이다. 10짜리 행복을 1년에 한 번 경험하는 사람과 1짜리 행복을 매주 느끼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할까. 어쩌다 한 번 큰 이벤트를 경험하는 사람보다 매일매일 일상적인 취미, 즐길 거리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

    넷째, 나쁜 일을 피하기 위한 지출은 줄이는 게 좋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행을 염려해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사고가 날 위험을 걱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생명보험, 화재보험,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을 걱정해 돈을 쓰는 것은 행복도와 연관이 없다. 먹고 싶어서 먹으면 행복도가 증진된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고 해서 일부러 먹으면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좋아서 운동을 하면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운동을 하면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행복을 원한다면 이런 데 쓰는 돈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다섯째, 소비를 하고 돈을 나중에 지불하는 것보다 돈을 먼저 내는 소비가 더 행복하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물건을 먼저 갖고 돈은 나중에 빠져나간다. 이런 소비는 행복도를 떨어뜨린다. 다음 달 카드 값을 걱정하고, 앞으로 내야 할 할부 값을 염려하는 것은 행복에 부정적이다. 반면 돈을 먼저 지불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고, 따라서 행복도가 높아진다. 행복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먼저 돈을 지불하는 소비가 낫다.

    여섯째, 평소 잘 생각하지 않은 것까지 미리 고려하면서 상품을 구입하면 좀 더 행복한 쇼핑이 된다. 보통 새로 차를 사려고 할 때 그 차를 타고 다니는 좋은 모습만 상상한다. 그런데 새 차를 살 때 애프터서비스는 어떻게 되는지, 엔진오일 교체 주기는 어느 정도이고 그때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을 미리 고려해 구입하는 편이 낫다. 전원주택을 가지면 낭만적이고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때 전원주택에 벌레가 얼마나 많을지, 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을 미리 고려해 구입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디테일한 요소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구입했을 때와 생각한 후에 구입했을 때를 비교하면 후자가 행복도가 더 높다.

    자신보다 타인의 선택을 믿어라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건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 첫 페이지.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건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 첫 페이지.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일곱째, 소비할 때 물건 비교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물건을 살 때 숫자나 스펙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해당 상품의 장점까지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차이에 집착해 상품의 본질을 잊게 된다는 얘기다. 또 해당 물건을 선택해 한 번 사용해보면 비교했을 때 따졌던 단점은 다 잊게 된다. 

    여덟째, 자신의 판단으로 구입할 때보다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따를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 물건이나 경험을 살 때 그것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해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그걸 얼마나 좋아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이 있다. 둘 중 어디로 가는 게 만족도가 높을까.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점에 가는 게 만족도가 높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의 맛집을 찾아내는 일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어쩌다 한 번이다. 이런 어쩌다 한 번보다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곳을 가는 게 정답이다. 여행을 가더라도 내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관광지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 관광지를 가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돈을 썼는데 생각만큼 행복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돈을 쓰는지 돌아보자. 돈은 행복도를 높여준다. 행복도에 변함이 없다면 그건 돈을 잘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 논문의 결론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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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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