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

자산 늘수록 ‘할 수 없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돈의 심리] 완전한 ‘경제적 자유’가 불가능한 이유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6-21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유로운 소비에 초점을 둔다면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GETTYIMAGES

    자유로운 소비에 초점을 둔다면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GETTYIMAGES

    “어느 정도 벌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요? 100억 정도 돼야 할까요?”

    이런 질문엔 참 대답하기가 힘들다.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를 경제적 자유로 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걸 자유로 보기도 한다. 전자라면 수십 억만 가져도 충분할 수 있겠지만, 후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음대로 원하는 걸 소비하는 데 필요한 돈은 예상보다 훨씬 많다.

    부의 수준을 6단계로 나눈다면

    미국 자산관리 전문가 닉 매기울리의 책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는 부의 수준에 따라 지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한다. 매기울리는 부를 6단계로 나눴다. 그 기준은 순자산 보유액 1만 달러(약 1506만 원), 10만 달러(약 1억5060만 원), 100만 달러(약 15억600만 원), 1000만 달러(약 150억6000만 원), 1억 달러(약 1506억 원)로 두고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저소득층, 서민층, 중산층, 중상류층, 부유층, 초부유층으로 구분했다.

    먼저 1단계 저소득층(순자산 1만 달러 미만)은 마음대로 사서 소비할 수 있는 품목이 사실상 없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2단계 서민층(순자산 1만~10만 달러 미만)이 재정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식료품이다. 3단계 중산층(순자산 10만~100만 달러 미만)이 되면 외식의 자유를 얻는다. 밖에 나가서 외식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원하는 것을 사 먹을 수 있다. 4단계 중상류층(순자산 100만~1000만 달러 미만)은 여행의 자유를 얻는다. 해외여행을 포함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5단계 부유층(순자산 1000만~1억 달러 미만)은 거주의 자유를 얻는다. 어디든 원하는 곳에 집을 구해 거주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초부유층(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은 극소수 품목을 제외하고는 더는 거리낄 게 없다. 

    매기울리가 제시한 자산 규모별 지출 수준은 미국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이지만, 대부분 한국에서도 들어맞는다고 본다. 애매한 부분도 있다. 15억 원 순자산이 있는 중산층은 일반적인 외식은 거리낌없이 할 수 있지만, 호텔이나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에서의 외식은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부유층은 거주의 자유를 가진다고 했지만 서울 일부 주택은 제외될 수 있다. 몇몇 예외적 사항을 고려하면 자산 규모별로 어떤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가 대강 맞아떨어진다고 본다. “어느 정도 자산이 있으면 정말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지인의 물음에 대한 답은 이렇다. 



    “경제적 자유가 소비지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특히 거주지를 포함한 소비지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에 필요한 금액은 최소 1000만 달러 이상, 즉 150억 원 이상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비지출의 경제적 자유는 숫자로 드러나는 데 국한된다는 점이다. 자산 규모가 증가할수록 마음대로 지출할 수 있는 품목은 분명 늘어난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유도가 증가할수록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도 좋아질까. 이전에는 즐길 수 없었던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에 다니고, 원하는 곳에서 살게 되면 더 행복한 기분이 들까. 객관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주관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국 자산관리 전문가 닉 매기울리가 쓴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미국 자산관리 전문가 닉 매기울리가 쓴 ‘부의 사다리에 올라타라’.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주관적인 경제적 자유의 끝은 어디인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보자.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60점을 받은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90점 받은 학생을 보면 몇 문제만 빼고 다 맞혔으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수가 낮은 학생은 몇 개를 틀렸느냐보다 얼마나 많이 맞혔는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90점대 학생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 학생에게 몇 문제를 맞혔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시험에서 2개 틀렸다, 3개 틀렸다라고 인식하지, 30문제를 맞혔다, 31문제를 맞혔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1개를 틀려 만점을 받지 못해 속상해할 수도 있다. 

    로또는 6개 숫자를 맞혀야 한다. 5개 숫자를 맞히면 3등이다. 그럼 3등은 5개나 맞혔다고 좋아할까, 아니면 하나만 더 맞았으면 1등인데 하고 속상해할까. 숫자를 하나도 못 맞힌 사람은 3등을 부러워하겠지만, 3등은 “하나만 더 맞혔으면 1등이었는데”라면 아쉬워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자산이 늘어나면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을 많이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레스토랑에 가고, 해외여행도 여유롭게 다닌다. 또 자기가 살고 싶었던 지역에 거주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과거를 기준으로 하면 분명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 먹지 못했던 비싼 요리를 먹을 수 있고,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 집도 좋은 데 얻었다. 이전에는 맞히지 못했던 문제를 이제는 큰 어려움 없이 맞히게 됐다. 과거 기준으로는 이제 대다수 문제를 맞히는 행복한 삶이다. 

    문제는 이렇게 90점을 넘기고 나면 사고방식이 바뀐다는 점이다. 전에는 돈이 있으면 뭘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것에 관심이 간다. 중상류층이 되면 해외여행은 별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당 몇 천만 원이 드는 프리미엄 해외여행은 무리다. 벤츠는 살 수 있지만 한 대에 10억 원이 넘어가는 고급 스포츠카는 무리다. 자기가 살고 싶었던 지역에서는 살 수 있지만 하이엔드 거주 지역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전에는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기가 하기 어려운 여행이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는 서울 강남에 살았으면 좋겠다면 생각했지만 돈을 번 뒤에는 강남에서도 자신이 들어갈 수 없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소비지출이 훨씬 자유로워진 것은 분명 사실인데,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자기 재산으로 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됐으니 경제적으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 리 없다. 이건 돈이 더 늘어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돈이 더 많아진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은 계속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걸리는 게 있는 이상 경제적으로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는 느낌은 가지기 힘들다.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초호화 크루즈 여행 등 프리미엄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GETTYIMAGES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초호화 크루즈 여행 등 프리미엄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GETTYIMAGES

    결국 “이 정도면 어딘가” 타협하는 수밖에

    결국 경제적 자유라는 느낌을 얻고 싶다면 스스로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고 할 수 있지” “이 정도 할 수 있는 게 어딘가”라며 스스로 위안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런데 이게 굉장히 어렵다. 60점대 학생은 맞힐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둘 수 있어도, 90점 넘는 학생이 맞히는 문제 수에 신경 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90점 넘는 학생은 틀린 문제에 좀 더 신경 쓰게 돼 있다. 그런 면에서 완전한 경제적 자유는 도달할 수 없는 꿈이자 이상일 것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돈의 심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