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 신사옥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5월 27일(이하 현지 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신사옥 ‘엔비디아 컨스텔레이션(Nvidia Constellation)’ 기공식 기념 연설에서 밝힌 대만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하겠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황 CEO는 “4~5년 전만 해도 엔비디아의 대만 투자 규모는 연간 100억~150억 달러(약 15조4000억~22조7100억 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000억 달러(약 151조4000억 원)에 달한다”며 “앞으로 매년 1500억 달러(약 225조 원)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에 지어지는 거대 AI 생태계
2030년 완공되는 엔비디아 신사옥은 아시아 핵심 AI 연구개발 허브로 활용될 예정이다. 타이베이 베이터우 스린 과학공원에 들어서고,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의 규모(5만㎡)와 유사하다. 완공 후 4000명의 인력도 고용한다.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이라는 신사옥 이름에는 우주 속 별자리처럼 다양한 기술과 인재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룬다는 상징을 담았다. 신사옥 부지를 엔비디아가 50년간(20년 연장 가능) 사용하는 조건으로 122억 대만달러(약 5893억 원)를 지불한다. 이곳에는 AI 슈퍼컴퓨터 시설과 함께 AI 반도체 설계 및 로보틱스·양자 컴퓨팅 같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도 설치할 예정이다.엔비디아는 대만 중심으로 설계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 AI 서버 제조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AI 밸류 체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만을 ‘AI 슈퍼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는 야심이다.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세계 1위 AI 서버 제조사인 폭스콘, 세계 1위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제조사 미디어텍 등과 후공정(패키징), 소재·부품 기업들이 있다. 황 CEO는 “우리의 생태계 파트너들이 대만에 있다”면서 “대만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 세계 기술 및 전자 산업의 핵심 제조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업체 TSMC와의 협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동시에 AI 서버 및 인프라 구축의 핵심 파트너인 폭스콘, 위스트론, 콴타 컴퓨터 등 대만 업체들과의 동맹 체제를 강화하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미국 중심의 AI 생산기지 전략과는 결을 달리한다. 엔비디아는 2025년 4월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AI 칩 생산에 돌입하며 미국 정부의 제조업 확대 기조에 호응했다. 당시 황 CEO는 “세계 AI 인프라의 엔진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생산이 수요 대응과 공급망 복원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투자 발표로 실제 공급망의 핵심이 여전히 대만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엔비디아는 전례없는 AI 붐에 힘입어 지난해 말 시가총액 5조 달러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황 CEO는 “향후 3~5년 내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에 총 7500억 달러(약 1135조50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들은 대부분 엔비디아 제품의 구매자들이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황 CEO는 이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구축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TSMC·폭스콘과 협업

엔비디아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협업하고 있다. 뉴시스
황 CEO는 대만 타이난시에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으로, 아홉 살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자신의 뿌리가 대만에 있음을 평소에도 강조해 왔다. 대만을 방문하면 반드시 현지 식당이나 야시장에 들러 현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연출해 대만 사람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황 CEO는 5월 26일 타이베이에서 웨이저자 회장 등 TSMC 핵심 수뇌부를 대거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고 양사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했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6위 TSMC의 시가총액 합계는 5월 말 기준 약 7조4300억 달러(약 1경1250조 원)에 이른다. 시장에선 두 거물의 회동이 AI 반도체 공급망 전략을 조율하는 자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CEO는 회동에서 “AI 플랫폼 그레이스 블랙웰 생산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향후 반년은 매우 바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차세대 AI 반도체 양산과 첨단 패키징 증설 단계에서 사실상 공동 대응 체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TSMC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주도하고 있지만 폭증하는 AI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올해 설비투자(CAPEX)의 10~20%를 패키징 기술에 투입할 계획이다. TSMC는 또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부지 조성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룽탄 과학단지 3기 부지에 5000억∼6000억 대만달러(약 24조1500억~28조9800억 원)를 투입해 차세대 옹스트롬(Å·100억분의 1㎚)급 반도체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대만 정부, 전력 해결 위해 SMR 개발 착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취임 2주년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만 정부는 원전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제2, 제3 원전의 재가동 조건을 갖췄고, 대만전력공사가 재가동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이 소속된 민진당은 기본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다. 전임자인 차이잉원 전 총통은 2025년까지 대만 내 모든 원전의 원자로 6기를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대만 정부는 또 소형모듈원전(SMR) 연구에도 착수했다. 대만 국가원자력과학기술연구원(NARI)은 올해부터 차세대 소형 원전인 SMR 연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궁밍신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2034년까지 전력 공급 관련 우려는 없다”며 “엔비디아의 투자 계획에 맞춰 전력 인프라를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만정부는 행정원장(총리)이 감독하는 AI 전략특별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전력 확대와 인재 양성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