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해군의 최현급 구축함. 조선중앙TV 캡처
우크라이나 “북한제 로봇 무기 파괴”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군 보너스’ 프로그램에 따라 일선 부대의 전과(戰果)를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병사 중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러시아군의 무엇을 파괴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집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기네 전과를 선전하려고 공개한 영상에서 특이한 정황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경찰 부대가 ‘북한제 로봇 무기’를 파괴한 것이다.우크라이나 특수경찰군 예하 ‘히자크여단’은 6월 9일(이하 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전선에서 찍은 교전 영상을 공개했다. 이 부대 드론 정찰팀의 한 조종수가 고정익 무인 정찰기 ‘벡터’로 러시아군 동향을 감시하던 중 무인 지상 차량(UGV) 1대를 발견했다. 러시아의 다용도 UGV ‘쿠리어’에 북한제 75식 방사포를 탑재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조종수는 근처에 있던 아군 1인칭 시점(FPV) 드론팀에 해당 로봇 표적의 정보를 전달했고,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군 UGV는 현장에서 파괴됐다.
75식 방사포는 북한군이 연대급 지원화기로 사용하는 107㎜ 다연장로켓이다. 107㎜ 로켓은 옛 소련과 러시아군은 사용하지 않는 규격이다. 현재 러시아군은 주로 122㎜ 로켓을 쓴다. 이 로켓은 길이 2.8~3m이고 무게도 56~70㎏으로 무거워 트럭에 탑재해 운용한다. 반면 107㎜는 로켓 1발 중량이 18~19㎏이라서 사람이 운반할 수 있다. 발사관 12개가 묶인 견인식 발사기도 600㎏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 소형 차량에 묶어 견인하면 된다. 122㎜ 로켓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거리가 약점이지만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무기다. 이 방사포를 들키지 않고 적진 근처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강력한 화력을 기습적으로 퍼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을 눈여겨본 러시아가 로봇 위에 107㎜ 방사포를 얹어 운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무기를 파괴한 경찰 부대는 타깃이 ‘북한제 UGV에 얹은 다연장로켓 시스템’이었다고 밝혔다. 이 무기는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에 있는 ‘인민전선’이라는 자원봉사 단체가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숙련 노동자가 상용 부품을 이용해 대당 100만 루블(약 2100만 원) 정도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한 모델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UGV가 ‘북한제’라고 콕 집어 발표했다. 북한은 타타르스탄 공화국 옐라부가 드론 공장에 인력 1만 명을 파견했고, 평북 구성에 대규모 드론 공장을 만들어 다양한 모델을 찍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북한의 75식 방사포. 최근 우크라이나가 파괴한 ‘북한제 로봇 무기’는 UGV에 방사포를 얹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의 무인 지상 차량(UGV) 쿠리어. 최근 우크라이나가 파괴한 ‘북한제 로봇 무기’는 UGV에 방사포를 얹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즈베즈다TV 캡처
“北, 대러 무기 수출로 22조 수익 추정”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으로 잇속을 챙기고 있다. 2024년 북한이 대러 무기 수출을 시작할 때 주된 품목은 옛 소련 시절 생산한 노후 무기와 탄약이었다. 이후 북한은 최소 200곳의 군수공장에서 막대한 재래식 무기를 생산해 일부는 북한군에 배치하고 나머지는 러시아에 수출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3월 내놓은 ‘북한의 대러 파병 및 군수물자 수출의 경제적 효과’ 제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대러 무기 수출로 최대 144억 달러(약 21조760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에 무기를 팔기 전 북한의 대외 수출 총액이 연평균 3억~4억 달러(약 4530억∼6040억 원)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막대한 전쟁 특수다.무기 외화벌이에 힘입어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성 경제난에 허덕이던 북한은 가용 자원을 핵무기나 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 개발에 쏟아부었다. 반면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예를 들어 북한 지상군의 주력은 1960년대 초반 나온 T-62 전차의 파생형이었다. 한동안 북한 해군 최고 전력은 1970년대 초 건조된 나진급 호위함이었다. 북한 공군 역시 1980년대 말 도입한 다운그레이드형 MIG-29가 가장 강력한 전력이고, 주력 기종은 레이더조차 제대로 없는 MIG-19 계열이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러시아의 자금과 기술로 군수공장을 복원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거기서 생산한 무기로 자국군 현대화는 물론, 외화벌이까지 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북한군 보병의 총기와 장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북한 신형 소총의 경우 러시아의 새 제식 돌격소총인 AK-12와 매우 유사하다. 이 소총은 레일 시스템을 채택해 다양한 부가장비를 장착할 수 있고 개머리판 길이 조절도 가능하다. 북한은 소총뿐 아니라, 권총과 저격총도 교체하고 있다. 권총은 서방에서도 고급 권총으로 명성을 얻은 지그 자우어의 P226 모델을 복제한 ‘백두산-2’가 배치되고 있다. 저격총으로는 러시아 DVL-10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볼트액션식 신형 모델이 등장했다.
최근 북한군이 하이컷형 방탄 헬멧을 착용한 모습도 포착됐다. 신형 소재로 방탄 능력을 높이고 헤드셋과 고글, 야간투시경도 쉽게 통합할 수 있는 헬멧이다. 미국 유명 브랜드의 최신 제품을 모방한 다기능 방탄복과 보호 장구류, 컴뱃 셔츠형 신형 위장복도 일선 북한 장병들에게 보급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병력이 터치스크린 방식의 개인용 전술 통신 단말기를 휴대한 모습도 식별됐다. 북한군의 이런 장비 변화는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현대전, 특히 드론전 경험이 전무한 한국군은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기갑, 포병 전력도 현대화하고 있다. 우선 폭발반응장갑과 능동방어장치, 원격 제어 기관총이 탑재된 천마-2, 천마-20 등 신형 전차가 배치되고 있다. ‘북한판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차륜형 장갑차도 생산 중이다. 특히 북한판 스트라이커는 노후 장갑차들을 대체하는 차세대 주력 기동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병 수송형은 물론 자주박격포, 대전차 미사일 발사차량, 심지어 경전차 버전도 식별된다. 외형만 보면 북한제 무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된 155㎜ 자주포도 배치되고 있다.
러시아 파병 전훈 바탕으로 무기 개발
물론 이 같은 신형 기갑·포병 장비로 기존의 구형 전차·장갑차·야포를 모두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평양을 방어하는 일부 부대만 신형 장비로 현대화해도 유사시 한국군이 북한군을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북한이 만들어 배치 중인 기갑·포병 장비 또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천 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다. 심지어 이 장비를 운용할 병력도 실전 경험을 쌓고 온 이들이다.북한의 전력 현대화는 지상군에 그치지 않는다. 북한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신형 군함도 대거 도입하고 있다. 북한은 2010년대 자체 기술로 압록급·두만급 호위함을 건조했지만 형상부터 탑재 장비에 이르기까지 어설펐다. 그런데 몇 년 뒤 나온 최현급 구축함은 북한이 만든 어떤 함정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됐다. 북한이 그동안 건조한 군함 가운데 가장 큰 최현급은 선체 형태는 러시아 어드미럴 그리고로비치급을 참고했고, 상부 구조물은 중국 052D형 구축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현급 구축함은 4면 고정형 AESA(능동전자주사배열)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북한에는 이 레이더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가 없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 또는 중국에서 레이더 모듈을 받아와 형상만 다르게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현급에는 74셀(cell) 규모의 다양한 미사일 수직발사기도 실린다. 여기에는 함대공·함대함·함대지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들어간다. 북한은 이 최현급을 4척 건조하고 향후 1만t급 구축함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레이더부터 고출력 디젤, 가스터빈 엔진, 선체 건조용 특수강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기술 및 자재 지원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북한제 로봇 무기를 파괴했다”며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우크라이나 히자크여단 텔레그램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