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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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비트코인, 반등 열쇠는 ‘AI 시대 필요 자산’ 입증

스트래티지 매도에 시장 신뢰 흔들… 美 ‘준비자산 현대화법’이 분수령 될 것

  • 김지현 SK AI위원회 부사장

    입력2026-06-22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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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가 6월 초 비트코인 32개를 사상 처음으로 매도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GETTYIMAGES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가 6월 초 비트코인 32개를 사상 처음으로 매도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GETTYIMAGES

    비트코인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6월 6일(이하 현지 시간) 장중 5만9000달러(약 8900만 원)대로 떨어져 2024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한때 12만 달러(약 1억8100만 원)를 넘어 ‘디지털 금’의 서사를 다시 썼던 자산이 반년 만에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주저앉은 것이다. 14일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소 반등에 성공했지만,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사 스트래티지(Strategy)가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던 약속을 깨고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처분했다. 6월 12일에는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 공개)로 시장의 돈을 빨아들였다.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상장까지 예고되면서 암호화폐에 머물던 자금이 인공지능(AI)과 우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폭락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비트코인을 지탱하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래티지의 첫 비트코인 매도

    비트코인은 원래 금리와 달러, 지정학적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자산이다.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중반대까지 밀린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약세는 중동 전쟁이나 금리 우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비트코인 내부의 신뢰 균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균열 진원지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다. 이 회사가 6월 초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한 것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실 이 물량은 스트래티지의 전체 보유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또 이후 비트코인을 1550개 사들여 전체 보유량을 오히려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트래티지가 사상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팔았다는 사실이다. 배당과 재무 관리를 위해서라면 스트래티지도 비트코인을 일부 팔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경쟁 상대가 달라진 것도 근본적 변화다. 과거 비트코인 경쟁 상대가 금이나 달러였다면 지금은 AI와 우주산업이다. 6월 12일 나스닥에 상장된 스페이스X는 IPO로 750억 달러(약 113조 원)를 조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앤트로픽과 오픈AI까지 상장을 준비하면서 암호화폐에 묶여 있던 자금이 AI와 우주로 흘러가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의 서사가 약해진 사이 더 강한 서사를 가진 자산이 유동성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2020년대 초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탈중앙화 금융, 디지털 금, 무제한 통화정책에 맞서는 방어 자산이라는 이야기에 열광했다. 지금 투자자들은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우주 인프라, 휴머노이드 로봇, 반도체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한다. 비트코인이 시장의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다.

    변수는 미국 의회가 비트코인이 반등할 제도적 기반을 깔아줄 수 있는지 여부다. 비트코인 가격을 한때 12만 달러까지 밀어 올린 건 자신을 ‘비트코인 대통령’이라고 칭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지난해 1월 국가 디지털 자산 비축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3월에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하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이후 공은 의회로 넘어갔다. 올해 5월 21일 미국 의회는 ‘미국 준비자산 현대화법’(ARMA·American Reserve Modernization Act, H.R. 8957)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방정부가 준비금에 포함된 비트코인을 최소 20년간 매각할 수 없도록 하고, 분기마다 비트코인 보유 현황을 공개 검증하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보고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또 미국 정부가 5년간 매년 20만 개씩, 비트코인 총 100만 개를 직접 사들인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직 의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비트코인 ‘우주 화폐’ 잠재력

    비트코인이 다시 10만 달러를 향하려면 디지털 금이라는 오래된 이름표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정화폐의 대항마’라는 기존 서사를 넘어 ‘왜 AI 시대에 필요한 자산인가’를 증명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자산이라는 새로운 설득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ARMA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기관의 신뢰가 살아나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돌아온다. 만약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이 이를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은 왕좌를 AI와 우주에 내준 채 조연으로 물러날 수 있다. 반대로 비트코인이 시장을 다시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디지털 자본시장의 기축 자산으로 다시 호명될 것이다.

    흥미로운 건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빨아들인 스페이스X가 비트코인 1만8712개를 전략적 준비금으로 보유한 상태라는 점이다. AI 우주 시대에 비트코인은 지구를 넘어 우주 화폐로까지 활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결국 비트코인의 다음 서사를 결정하는 것은 가격 등락이 아니다. “왜 여전히 비트코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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