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솔 하나증권 연구원. 지호영 기자
로봇섹터 전문가인 박찬솔 하나증권 연구원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이후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현대차와 LG전자 역시 로봇사업 가치로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한국 로봇기업들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의외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테슬라도 원래는 중국 기업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 했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한국 기업을 공급망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중국 업체 역시 한국과 협력하면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밸류체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주목해야
로봇기업 실적은 아직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를 기대감 단계로 봐야 하나, 아니면 실제 투자 집행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로 봐야 하나.“대부분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상태다. 다만 일부 기업은 실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로봇기업 상당수가 중소형 업체다 보니 생산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교육받은 인력이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는 수요보다 공급 측면의 제약이 크게 나타나는 구간이라고 본다.”
국내 휴머노이드 밸류체인을 그린다면 핵심 기업들을 어떻게 나눌 수 있나.
“완성형 휴머노이드 기업으로는 로보티즈가 대표적이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브로스, 홀리데이로보틱스 등이 있다. 현재 병목 현상이 가장 심한 분야는 로봇 손이다. 테솔로, 원익로보틱스, 로보티즈 등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부품 가운데 원가 비중이 큰 것은 액추에이터와 감속기다. 로보티즈, SPG, 에스비비테크 등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영역도 중요하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뚜렷한 선두 주자가 없지만, 네이버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LG도 거대언어모델(LLM)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고, 중소형 업체 중에서는 마음AI가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등이 대표 로봇주로 꼽힌다. 세 기업의 투자 포인트가 있다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 진출하는지 봐야 한다. 일단은 2027~2028년에 기술이 고도화되면 휴머노이드 분야에 본격 진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당장 휴머노이드 분야에 진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이면 밸류에이션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삼성에서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시장) 물량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이 실망할 가능성도 크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용 휴머노이드와 AMMR(자율주행로봇에 로봇 팔이 결합된 형태)을 중심으로 물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와 유사한 방향이다. 물류 현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장기적으로 완성형 휴머노이드로 확장할 수 있다.
로보티즈는 LG전자와 협력해 미국·중국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특히 올해 4분기 휴머노이드 전용 액추에이터인 QDD 제품 출시를 앞뒀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실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최선호 주는 로보티즈
현대차와 LG전자는 기존 사업 가치에 더해 로봇 기대감까지 반영되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시장이 부여하는 로봇 프리미엄은 어느 정도인가.“기존 사업만 놓고 보면 싸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은 인력 부족 문제에 주목한다. 피지컬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기업 입장에서 로봇은 생존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다른 사업부에 쓸 돈이 피지컬 AI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테슬라는 8월 옵티머스 양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차는 아틀라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용화에 더 가까운 쪽은 어디인가.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일정이나 이벤트가 있다면.
“2022년부터 준비했던 테슬라가 먼저 상용화할 것이다. 지금은 손과 팔만 남아 있는 단계로 판단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구개발(R&D) 중심에서 최근 양산 체제로 전환하려는 과정에 있다. 공급망 구축과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부터 본격 양산한다는 게 기존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로봇훈련센터(RMAC)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업체들의 상장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생산량 기준 톱2로 평가받는 유니트리와 애지봇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연간 1만~2만 대 생산능력을 확보하면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9월 서울마라톤도 주요 행사다. 로보티즈의 로봇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데, 실제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현재 가장 선호하는 로봇기업은 어디인가.
“로보티즈다. 핵심 부품, 소프트웨어, 데이터 수집 역량을 모두 갖췄다. LLM이 발전한 이유는 인터넷 초기부터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를 모조리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은 현실 세계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하드웨어 없이는 지능도 발전할 수 없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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