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역사 중심에는 고려대 출신 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대표적 선수인 손기정, 조오련, 차범근, 장미란, 김연아, 리디아 고(왼쪽부터). [GETTYIMAGES, 대한체육회 제공, GETTYIMAGES, 동아DB, 스포츠동아, 뉴시스]
한국 스포츠 역사에 획을 그은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고려대는 학계는 물론, 체육계에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를 꼽다 보면 고려대 출신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라톤 경기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손기정, 서윤복, 황영조 선수(왼쪽부터). [고려대 제공]
우리나라 마라톤 역사는 고려대 전신 보성전문학교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영원한 마라토너 고(故) 손기정 옹(상학 37)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당시 보성전문학교 교장이던 인촌 김성수 선생의 권유로 1937년 입학했다. 손기정 정신은 1947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월계관을 차지한 서윤복 선수(상학 45)와 제54회 보스턴 마라톤대회 1위 함기용 선수(상학 50)로 이어졌다. 이후 잠시 침체기에 있던 한국 마라톤은 고려대 체육교육과 94학번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경기 금메달리스트가 되며 국제무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황영조 선수는 국민적 영웅 반열에 올랐고, 고려대 대학원 과정까지 마친 후 지도자 및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는 한국 역도에서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고 김성집 선수(상학 37)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에 사상 첫 2연속 메달을 안겼다. 그 후 바르셀로나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며 역도라는 비인기 종목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든 전병관 선수(체교 88)도 고려대 출신이다. 전병관 선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52㎏급 역도 은메달리스트로 전 국민적 스타가 됐다. 그리고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한국 역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고려대가 낳은 역도 메달리스트
김성집, 전병관, 장미란 선수(위부터). [고려대 제공]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이후 비인기 종목이라는 특성 탓에 침체기를 겪은 한국 역도는 2002년 장미란 선수(체교 05)가 부산아시안게임에 등장한 이후부터 희망의 불씨를 키웠다. 장미란 선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획득 이후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4연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75㎏급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역도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장미란 선수는 2013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장미란재단을 만들어 후임 양성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피겨선수 김연아(왼쪽)와 차준환. [고려대 제공]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체교 09) 역시 고려대를 선택했다. 김연아 선수는 “고려대 캠퍼스 안에 아이스링크가 있어 필요할 때 언제든 훈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스하키팀도 운영하는 등 빙상에 대한 학교의 관심과 애정이 커 보여 고려대에 입학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연아 선수에 이어 대한민국을 이끌 피겨 선수들이 차례차례 고려대 품에 안겼다. 특히 2016년 주니어 그랑프리 3차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고 7차에서도 우승한 차준환 선수(체교 20)가 대표적이다. 차준환 선수는 만 16세 때 평창올림픽에 최연소 남자피겨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는 대학생 신분을 넘어 선수로 활동하면서 국내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고려대학교’ 소속으로 불리는 것에 큰 힘을 받았다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2024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여자골프 선수 리디아 고. [고려대 제공]
마라톤, 역도 외에도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고려대 출신이 두각을 드러냈다. 올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를 꼽자면 단연 리디아 고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휴학 중인 리디아 고는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골프와 AIG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올해 골프계에서 본인의 위치를 다시금 확고히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갖춘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자골프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란 셰브론 챔피언십, US 여자오픈,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에비앙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 등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고려대는 ‘대학 스포츠의 산실’이다. 야구, 축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 등 대학 스포츠를 얘기할 때면 고려대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려대 축구부는 지난해 창단 100주년을 맞았을 만큼 기나긴 역사를 자랑한다. 대학 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 농구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 고려대 농구팀은 연세대, 중앙대 농구팀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양희승, 현주엽 등 스타 선수들이 당시 고려대 소속으로 맹활약했다. 이 시기 대학 농구를 모티프로 한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최고 시청률 48.6%를 기록할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포츠 무대에서 고려대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고려대 캠퍼스에서는 ‘내일의 스포츠 스타’가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