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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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최근 美 국채금리 급등은 헤지펀드의 현물 매도가 원인”

마경환 대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달리 수요 적어… 디플레로 갈 듯”

  •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4-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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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 조영철 기자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 조영철 기자

    “최근 강남 타워팰리스에서 채권투자 강연을 했다. 내가 슈퍼스타도 아닌데 남은 자리가 없어 청중이 선 채로 강연을 들었을 만큼 강남 부자들이 채권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채권투자를 늘려야 할 때다. 한국 국채는 미국 국채보다 투자하기 더 좋다.”

    채권투자 전문가인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가 4월 17일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최근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이라는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마 대표는 오히려 지금이 채권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설명했다.

    마 대표는 1995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해 프라이빗뱅커(PB)와 해외펀드 관련 이력을 쌓은 뒤 2006년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으로 옮겨 국내외 펀드 비즈니스 업무를 총괄했다. 현재는 채권투자 전문 자문사인 GB투자자문을 운영하고 있다. 마 대표에게 한미 경제 전망과 채권투자 전략을 물었다.

    美 국채금리 높은 건 연준 금리인하 지연 때문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데도 미 국채금리가 높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전망치와 연동된다.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시장이 전망하면 국채금리가 먼저 내리는 식이다. 연준의 두 가지 목표는 물가 안정과 노동시장 안정이다. 관세정책으로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상승을 걱정하는 연준은 실업률이 높다는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도했다는 의혹이 있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미국 국채가 아니면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운용할 다른 대안이 없다. 금은 달러처럼 찍어낼 수 없어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고 이자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미국 국채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또 중국이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국채를 매도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 국채금리 상승폭을 키운 원인은 헤지펀드의 국채 현물 청산이라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된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자 원래 현물을 매수하던 헤지펀드가 손실 청산을 위해 현물을 매도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주식과 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연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지 못하면 실물경제는 더 나빠진다. 기준금리가 높으면 기업의 차입 경영이 어렵고 개인의 대출이 힘들기 때문이다. 주식 패닉셀이 끝난 뒤 주식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하는 이유다. 실업률이 뛰고 나서야 연준은 기준금리를 낮출 텐데, 이 경우 선제적 금리인하를 할 때보다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조정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크게 떨어지면 국채금리도 크게 하락한다. 반대로 국채 가격은 크게 올라 채권투자자는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트럼프 관세정책에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 국채 대량 매도보다는 관세 때문에 미국시장에서 비싸진 중국 제품 가격을 위안화 가치를 점진적으로 낮춰 일정 부분 다시 싸지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본다. 트럼프 1기 때도 중국이 썼던 방법이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중국 제품 가격이 미국 시장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 시장에서도 싸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중국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다. 중국은 관세전쟁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대신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전체 수출 비중 80%에 해당하는 다른 나라들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 경제는 물가는 높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까.

    “물가도 낮고 경기도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을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로 물가가 오를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낮아질 거라고 본다. 세계 인구가 줄고 있고 중국 등 다른 국가들 경제도 좋지 않아 스태그플레이션이 왔던 1970년대와 달리 수요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유가가 폭등했지만 지금은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디플레이션을 전망하는 근거다.”

    한국 경제에도 디플레이션이 오나.

    “한국은 미국보다 더 명확하게 디플레이션이 예상된다. 관세정책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어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석유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물가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이 위안화 절하 카드를 사용하면 한국은 중국산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어 물가가 더욱 낮아진다. 혹여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해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긴다고 해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채권투자 포트폴리오 절반 한국 국채로

    디플레이션은 채권투자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굿 뉴스’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기준금리가 하락해 예금금리는 1년 만기마다 점점 낮아질 것이다. 반면 예금보다 만기가 긴 국채에 투자하면 고정된 이자를 만기까지 받으면서도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국채 가격 상승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장기채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단기채와 함께 분산투자하기를 권한다.”

    한국 국채가 미국 국채보다 투자하기 좋은 이유는.

    “한국이 미국보다 디플레이션이 더 세게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국채금리가 미국보다 높지 않지만, 채권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한국 경제가 나빠져 국채 가격이 크게 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채권투자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한국 국채로 담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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