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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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처럼 번지는 전 세계 ‘트럼프 반대 시위’에 꼬리 내린 트럼프

트럼프 ‘자살골’로 중국 자신감 키워… 지지율 42%로 최저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4-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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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4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한동안 대중 관심에서 멀어졌던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주)이 다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반(反)트럼프 순회 집회인 ‘과두정치 저지(Fighting Oligarchy)’를 주도하며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수만 명 인파를 집결시키고 있다.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정책, 관세전쟁과 경제 불안정 속에서 싹튼 트럼프에 대한 반발심이 80대 아웃사이더 정치인을 중심부로 재소환한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규탄 여론은 지난달부터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에 분노한 개인들은 지난달 테슬라 불매운동과 더불어 차량·매장 방화를 일으켰다. 

    美 전역서 “손을 떼라(Hands Off)”

    이후 고조된 반트럼프 정서가 조직화하며 ‘50501 운동’(50개 주에서 50개 시위를 같은 날 열자)을 주축으로 미국 전역에서 항의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4월 5일에는 50개 주 1200여 곳에서, 2주 뒤인 19일에는 700여 곳에서 시가행진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손을 떼라(Hands Off)” “수치다(Shame)” “왕은 없다(No kings)” 등 구호를 외치며 연방 공무원 해고, 이민자 추방, 성소수자 권리 축소, 대규모 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그 밖에 재정 지원 문제로 트럼프와 갈등하는 아이비리그 대학에서도 집회 열기가 뜨겁다.

    이 같은 여론 변화는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43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4월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2%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직전 4월 2일 조사에서 집계된 43%보다 1%p 낮아졌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당시 지지율 47%를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가 자신감을 보인 경제 분야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4월 23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경제정책 지지율’은 37%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반트럼프 전선은 미국에 등 돌린 세계 각국에서도 형성됐다. “손을 떼라” 시위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동시에 일어났다. 트럼프가 오랜 안보 동맹을 위협하고, 무역·경제 등 모든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데 대한 반감이 집회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로부터 145% 관세를 맞은 중국도 트럼프 반대에 적극적이다. 즉각 정부 차원의 보복 관세 조치에 나선 것은 물론,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함께 관세 피해를 입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국을 찾아 반트럼프 진영을 짰다.



    중국·파월 관련 트럼프 발언 수위↓

    국내외에서 급속도로 악화하는 여론에 트럼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는 한편, 발언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4월 23일 “90개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2∼3주 안에 중국을 포함해 관세율을 (새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대중(對中) 관세와 관련해 “145%는 너무 높고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50~65% 사이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는 관세에 더해 경제 불확실성을 키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해임 암시’ 발언도 거둬들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에서도 역풍을 맞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의 시간은 시진핑 편이 됐다고 분석한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실질적 도움을 준 ‘친중’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번 기회를 받아먹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미국이 우방국 신뢰를 잃고 전 세계가 반트럼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무엇보다 중국은 트럼프가 불붙인 관세전쟁에서 ‘우리가 미국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미국에 비해 여론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수입 측면에서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농산물은 브라질 등 대체국이 많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공산품은 대체국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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