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유행 하나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건 늘 Z세대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와 놀이로 계속 변주한다.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가 유행했을 때도 ‘퉁퉁사우르스’ 같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두쫀쿠’도 시작은 두바이 초콜릿이었지 않나. Z세대 유행은 늘 예상 범위를 벗어난다. 이번 주 그 경계를 또 한 번 넘은 사례들을 살펴봤다.
#아침드라마 닮은 과일 콘텐츠
‘과일 막장 드라마’ 콘텐츠의 후기 영상. 인스타그램 ‘handy_j’ 계정 캡처
최근 AI 기반 콘텐츠가 쇼츠부터 롱폼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어색하기보다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특정 AI 음성을 일부러 찾아 듣는 경우도 생겼다.
이 흐름 속에서 Z세대 알고리즘을 장악한 콘텐츠가 있다. 바로 ‘과일 막장 드라마’다. 딸기와 딸기가 결혼했는데 파인애플과 바람을 피워 포도가 태어났다는 내용이다. 과거 아침드라마와 최근 인스타그램 쇼츠에 자주 보이는 중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은 딸기뿐 아니라 오이,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소재로 쓰인다. 의사와 가정부의 계략으로 아이가 바뀌는 내용도 있다. 매콤하지만 중독성 강한 콘텐츠라 해당 드라마의 리액션 영상도 또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된다. “이거 보느라 잠 못 잤다” “어디까지 막장일지 궁금하다” 같은 반응도 많다. 드라마 자체가 밈이 되면서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도 이 형식을 차용했다. 나이키와 의류 브랜드 팔라스를 의인화해 서사를 만들고, 관련 제품을 영상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설정 자체는 황당하지만, 익숙한 K-막장 감성과 결합해 몰입도를 높였다.
#지도로 소통해보세요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캡처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스레드 이용자들. 스레드 ‘call_her_nicole8’ 계정 캡처
최근 일본 혼슈 이와테현 앞바다에서 지진이 난 후 스레드에 올라온 게시 글이 화제였다. 한국에 있는 이용자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켠 뒤 일본 쪽으로 방향을 향하면 말을 거는 것 같은 표식이 생긴다. 이것이 마치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 화제가 됐다. 일본 사용자들은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일부는 한국의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답을 남기기도 했다.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이 영화 ‘러브레터’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스레드에선 이 같은 방식으로 서로 안부를 묻는 게시 글이 확산됐다. 역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어딘가 특이한 왕홍 체험
냉궁에 갇힌 왕홍 콘셉트로 찍은 사진. X(옛 트위터) ‘모구모구’ 계정 캡처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복 체험은 이제 익숙하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일본 갸루 체험, 중국 왕홍 체험처럼 국가별 체험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후궁 콘셉트의 왕홍 체험이 유행이다. 화려한 이미지 대신 궁에 갇힌 후궁 설정으로 사진을 찍는 방식이다. 기존 왕홍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틱톡에 소개된 이미지들은 왕홍의 화려한 빨간색 옷 대신 낡고 어두운 계열의 색을 입은 채 궁 앞에서 절규하는 콘셉트로 촬영됐다. “지금 내 상태랑 비슷하다” “이색 졸업 사진으로 찍고 싶다”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유행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반대로 비트는 방식이 또 다른 유행을 만든다. Z세대에게 ‘다름’은 중요한 기준이다.
#유튜버 저점매수하세요
특유의 미감으로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유튜브. 유튜브 채널 ‘성경 ybible’ 캡처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미감’은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감각적인 영상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유튜브 채널 ‘성경 ybible’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영상 단 2개로 벌써 구독자 3만 명을 모았다. 첫 영상은 집을 구하는 과정, 두 번째는 어머니에게 받은 반찬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소재는 평범해도 표현 방식이 남다르다. 구도, 폰트, 편집, 사운드까지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다. 특히 텍스트를 사용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반찬 영상에선 손글씨를 자막으로 활용해 손글씨 일기 감성을 살렸다. 영상 중간 중간 들어가는 이미지와 소리 역시 세밀하게 설계돼 있다. 집 영상은 폰트와 효과음의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 마치 ‘오늘의 집’ 광고 같다. 영상 2개로 조회수 45만 회를 기록한 이 유튜버.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게 만드는 힘은 결국 미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