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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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마약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대한검역학회 회장)

    입력2026-05-0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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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범죄를 줄이려면 단속과 더불어 예방 교육, 재활 프로그램 마련 등 다층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GETTYIMAGES

    마약 범죄를 줄이려면 단속과 더불어 예방 교육, 재활 프로그램 마련 등 다층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GETTYIMAGES

    최근 마약 관련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마약을 투약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다거나 국내 항만에서 마약이 다량 적발됐다는 소식 등 과거 같으면 큰 충격을 줬을 만한 뉴스가 흔하게 들려온다. 

    각종 통계도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마약사범은 2020년 1만8050명에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급증했고, 2024년에도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 30대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급속히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경에서 적발되는 마약 규모도 폭증세다. 관세청은 2025년 한 해 동안 1256건, 총 3318㎏에 달하는 마약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건수로 보면 46%, 중량으로는 30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코카인의 경우 적발량이 2022년 152g에서 2024년 6만7600g으로 뛰었다. 마약이 더는 특정 범죄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위험 요인이 됐음을 보여준다.

    일부 사회학자는 이런 현상을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사회 변화로 본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비가 확대되면 향정신성 물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도 경제성장 이후 마약 문제가 급증한 바 있다. 

    ‘마약 청정국’ 환상에서 벗어나야

    그렇다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서구 선진국들은 예방과 치료 중심의 마약 정책을 펼친다. 일본도 공항·항만 검색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 대상 예방 교육 확대, 의료용 마약 관리 전산화 등 다층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우리도 이제 마약 대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국경 단계의 마약 탐지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다크웹 등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를 단속할 디지털 수사 실력도 키워야 한다. 학교와 직장 등 생활공간에서의 마약 예방 교육을 체계화하고, 이미 마약을 접한 적 있는 이들에게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해 재범을 줄이는 접근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마약 대응 전담 조직의 인력과 예산을 현실화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필자는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산하기관 경영실적평가팀 구성원으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평가한 바 있다. 그때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한때 한국에서 널리 쓰이던 ‘마약 청정국’이라는 표현을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국내 마약 사건 발생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할 목적이었지만, 그 표현이 오히려 경각심을 늦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이제는 과거 기억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약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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