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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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한 잔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전문가 칼럼] 한국인의 칼슘 부족과 전 생애주기 유단백의 역할

  • 김태균 소화기내과 전문의·초량인창요양병원 내과 과장

    입력2026-05-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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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균 소화기내과 전문의·초량인창요양병원 내과 과장

    김태균 소화기내과 전문의·초량인창요양병원 내과 과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시기에 필자는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하나를 떠올린다.

    “우유가 정말 몸에 좋은가요?”

    단순해 보이는 이 물음에는 생각보다 깊은 영양학적 진실이 담겨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서 20년간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마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유가 전 생애주기에 걸쳐 왜 특별한 식품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불편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470~498mg으로, 권장량(700~800mg)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인 평균(약 1,000mg)의 절반에 그치는 수치다.

    이것이 단순히 절대량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은 국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세계 질병 부담(GBD) 연구에 따르면, 칼슘 섭취 부족은 전 세계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식이 위험 요인 중 11위에 해당하지만, 한국·일본·싱가포르·브루나이를 포함한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4개국에서는 7위로 순위가 껑충 뛴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이 지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식이 위험 요인인 것이다. 칼슘 부족은 한국인에게 세계 평균보다 훨씬 심각한 현실적 위협이다. 식이 칼슘 섭취 부족은 골다공증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인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우유에 담긴 최고 품질의 단백질

    칼슘 문제와 별개로 우유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단백질의 질이다. 단백질의 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아미노산 스코어(AAS)와 소화·흡수율을 함께 반영한 PDCAAS, 그리고 가장 최신 지표인 DIAAS로 평가한다. 이 세 가지 지표 모두에서 우유 단백질은 최고 등급인 1.0을 기록하거나 그에 근접한다. 지중해식 식단, 고혈압 예방을 위한 DASH 식단, 대안적 건강식이지수(AHEI) 등 세계적으로 검증된 건강 식단들이 예외 없이 유제품 섭취를 권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육류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는 DASH 식단조차 저지방 유제품은 하루 2~3회 적극 섭취하도록 명시한다는 사실은 유단백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유를 성장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섭취하면 골격과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된다. 먼저 어린이·청소년기는 골밀도 형성의 골든타임이다. 골밀도는 30세 이전에 최대치에 도달하므로, 이 시기의 칼슘 축적량이 노년기 골다공증 발생 여부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 우유 200mL 한 잔에는 칼슘 약 220mg과 단백질, 비타민 D, 인이 균형 있게 들어 있어 흡수 효율도 여타 식품보다 우수하다.

    20~50대에는 불규칙한 식사와 과도한 카페인 음료 섭취가 반복되기 쉬운데, 흡수율이 높은 유단백은 근육 합성과 유지에 효율적이다. 우유를 마시면 칼슘·칼륨이 충분히 공급돼 고혈압·대사증후군 예방에도 기여한다. 특히 한국인의 만성적인 칼슘 부족을 감안하면, 바쁜 아침 카페인 음료 대신 우유 한 잔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칼슘 권장량의 30% 가까이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노년을 위한 현명한 우유 섭취법

    노년기에도 우유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유가 가장 절실한 노년기에 유당불내증 증상은 오히려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우유를 완전히 멀리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우유를 소량씩 꾸준히 섭취할 경우 유당불내증 환자라도 하루 200mL 정도는 무리 없이 마실 수 있게 된다. 데워서 마시거나 식사와 함께 곁들이면 소화 부담이 줄고, 요거트처럼 발효된 유제품은 유당이 이미 분해돼 있어 훨씬 수월하게 섭취할 수 있다. 그래도 불편하다면 락토프리 우유가 있고, 그것마저 꺼려진다면 락토프리 그릭 요거트가 최후의 안전망이 되어준다. 단백질 함량이 일반 요거트의 두 배에 달하는 그릭 요거트는 거의 유당 걱정 없이 유단백의 이점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선택지다.

    가정의 달 5월, 거창한 건강 계획보다 온 가족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습관으로 우유 마시기를 권한다. 아이에게는 골밀도를 쌓는 칼슘을, 부모에게는 근육을 지키는 양질의 단백질을, 조부모에게는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에 맞서는 든든한 영양을 더해 주듯, 식탁 위의 우유 한 잔은 세대마다 다른 역할을 조용히 해내고 있다.

    칼슘 부족이 세계 평균보다 심각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선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의 문제다. 진료실에서 필자가 드리는 조언은 늘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매일 우유 한 잔, 온 가족이 함께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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