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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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시장 불황에 빛나는 최고 가성비 위스키 2종… 그란츠, 화이트 홀스

[명욱의 위스키 도슨트] 1만~2만 원대 파격적 가격… 고품질 원액 사용해 젊은 층에 인기

  •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입력2026-05-04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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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위스키업계에서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통용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산과 물류에 차질이 크게 생기면서 위스키 가격은 상승 곡선을 탔고, 납품이 끊겼다가 갑자기 입고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생산·물류 시스템이 안정을 찾고, 글로벌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위스키 거품은 꺼졌다. 

    위스키산업의 지각 변동

    그란츠는 1887년 설립된 세계적인 위스키 명가 윌리엄 그랜트 앤드 선스(William Grant & Sons)의 대표 블렌디드 위스키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그란츠는 1887년 설립된 세계적인 위스키 명가 윌리엄 그랜트 앤드 선스(William Grant & Sons)의 대표 블렌디드 위스키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제공

    소비 침체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도 위스키 시장을 뒤바꾸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위스키에 10% 수입 관세를 붙이면서 스카치위스키 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산 버번위스키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미국 내 버번위스키 재고는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등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들었다. 창고에 가득 찬 버번위스키가 시장에 저가로 풀리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스카치위스키는 가격 경쟁력에서 또다시 밀리고 있다.

    글로벌 주류 기업은 저가의 고퀄리티 제품에 주력하며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다. 여기엔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목적 외에도 2가지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공급 과잉 상태인 위스키 원액 재고를 효과적으로 소진하기 위함이다. 시장에 원액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면 브랜드 전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브랜드의 핵심 라인업 가격을 낮추기보다, 품질은 유지하되 접근성이 좋은 저가형 제품을 통해 원액을 빠르게 회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수급 균형을 맞추고 즉각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 공급망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숙성 원액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대중적인 제품에 적절한 품질의 원액을 배정함으로써 당장의 매출 문제를 방어하고, 최상급 원액은 소량으로 남겨둬 향후 경기가 회복됐을 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출시할 발판을 마련해두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업계의 불황과 무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속 있는 위스키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재야의 위스키 전문가로 알려진 김지수 작가(저서 ‘감각자본’ 등)와 함께 가격 대비 성능이 압도적인 스카치위스키 2종을 선정했다. 두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도 명문 증류소의 기술력과 풍부한 역사적 서사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명문 증류소 역사를 저렴한 가격에

    화이트 홀스는 강렬한 피트향으로 잘 알려진 라가불린 증류소의 원액을 중심으로 완성된 블렌디드 위스키다.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화이트 홀스는 강렬한 피트향으로 잘 알려진 라가불린 증류소의 원액을 중심으로 완성된 블렌디드 위스키다. 디아지오코리아 제공

    첫 번째 추천 제품인 그란츠(Grant’s)는 현재 대형마트와 주류 판매점에서 L당 약 1만 원대 중후반에서 2만 원대 초반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이볼을 즐기는 젊은 층이나 실속파 애호가에게 크게 매력적인 가격이다. 그란츠는 1887년 설립된 세계적인 위스키 명가 윌리엄 그랜트 앤드 선스(William Grant & Sons)의 대표 블렌디드 위스키다. 이 기업은 전 세계 싱글 몰트 위스키의 대명사인 글렌피딕(Glenfiddich)과 발베니(The Balvenie)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란츠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 안에 들어가는 원액 때문이다. 그란츠는 글렌피딕의 신선한 배향과 발베니의 부드러운 단맛, 그리고 키닌비(Kininvie)의 화사한 꽃향기가 들어간 몰트 원액을 적절히 배합해 만든다. 여기에 거반(Girvan)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그레인위스키가 더해지는데, 특히 저온 진공 증류 공법(감압 증류)을 사용해 잡미가 없는 깨끗한 맛을 완성한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그란츠는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비교적 목 넘김이 부드럽고, 탄산수와 섞어 하이볼로 즐길 때 그 청량감이 좋다는 평을 받는다. 

    두 번째 추천 제품은 화이트 홀스(White Horse)다. 이 역시 대형마트 기준으로 1만 원대 중반에서 2만 원 내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역사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화이트 홀스는 백마표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소개됐다. 당시 모던 보이와 고위층 사이에서 위스키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던 기록이 남아 있다. 근대 한국의 주류 문화사에서 상징적인 존재였던 술이 오늘날 최고 가성비 제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화이트 홀스에는 피트향의 정수로 불리는 아일라 지역의 싱글 몰트 위스키 라가불린(Lagavulin) 원액이 핵심적으로 블렌딩돼 있다. 라가불린은 강렬한 훈연향과 짭조름한 바다 풍미로 유명한데,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이 극찬한 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금주를 선언했던 시기에도 라가불린의 독특한 향만큼은 포기하지 못해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그 깊은 향기를 맡으며 마음을 달랬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러한 라가불린의 DNA가 화이트 홀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저렴한 가격에도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스모키함과 입체적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그란츠와 화이트 홀스는 위스키가 저렴하다는 일본 내 구입가와 유사한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양에 세금이 붙는 종량세, 한국은 가격에 세금이 붙는 종가세를 택하고 있는데, 두 위스키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세금이 적게 붙는 것이다. 

    명욱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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