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6월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뉴스1
“체코전 승리로 32강 진출 청신호”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 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체코전 2-1 역전승을 이끈 최고 수훈 선수로 ‘이강인’을 꼽으면서 내놓은 분석이다. 6월 12일(이하 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A조 1차전에서 홍명보호 대표팀은 체코의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황인범이 동점 골을 기록한 데 이어 오현규의 역전 골로 승리를 확정했다. 기분 좋은 스타트에 성공한 우리 대표팀이 6월 19일로 예정된 멕시코전, 25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의 경기도 모두 승리하고 토너먼트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6월 15일 임 위원을 만나 태극전사들의 체코전 활약과 멕시코전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 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지호영 기자
“그렇다. 한국 대표팀은 2018년 독일전, 2022년 포르투갈전에 이어 이번 체코전까지 월드컵에서 유럽팀을 상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피지컬이나 기술 면에서 한계가 컸지만 더 이상 한국이 유럽팀에 비해 약하다고 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번 체코전 결과 32강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월드컵에선 조 3위도 32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전체 12개 조에서 3위를 차지한 팀 중 상위 8팀은 32강에 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했기에 남은 두 경기 부담을 상당 부분 덜었다. 게다가 체코와 승점이 동률인 채로 조별리그가 끝날 경우, 우리는 ‘승자승’도 누릴 수 있다. 과거에는 조별리그에서의 골 득실과 다득점 등 전체 성적을 기준으로 승점 동률인 팀의 우열을 가렸다. 반면 이번 대회부터 승자승이 우선 적용되므로 체코에 이긴 우리가 유리해진 것이다.”
이강인을 최고 수훈 선수로 꼽은 이유는.
“통계 매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강인은 이번 경기에서 패스 37개를 모두 성공시켰고 14번의 경합에서 10번 이겼다. 또한 6번의 드리블 시도에서 5번 성공했고, 롱패스는 3차례 모두 성공했다. 파이널 서드(final third : 상대 골대로부터 3분의 1 지점으로 패스) 기록은 무려 6회에 이르는데 그만큼 전진 패스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강인은 황인범의 골까지 어시스트함으로써 1도움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숫자로 표현되는 기록 외에도 이강인은 그야말로 환상적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볼을 간수하는 능력과 동료들에게 볼을 뿌려주는 능력까지, 체코 수비수 입장에선 이강인이 정말 껄끄러운 상대였을 것이다. 이강인은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 있다가 골 순환이 필요할 때 아래로 내려오며 미드필더에 준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렇게 내려온 그가 상대 미드필더 사이를 공략해 들어가면 체코의 센터백들로선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그때 생기는 빈틈으로 손흥민, 이재성, 오현규 등 공격수들이 파고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이강인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아한 스킬을 자랑했다.”

황인범이 체코전에서 첫 골을 넣은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물론이다. 체코전에서 그는 대표팀의 대체 불가능한 자원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황인범의 독보적인 역량이 첫 골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이 역대 월드컵에서 기록한 득점 중 이토록 침착한 골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기술 측면에서 만점을 주고픈 골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황인범은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미드필더 사이로 볼 터치를 많이 가져갔다. 백승호가 후방 빌드업을 하며 상대 미드필더 1명을 끌어들였을 때를 활용해서 말이다. 그렇게 황인범은 왼쪽 측면과 중앙 사이, 상대 센터백과 수비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가며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황인범은 오른쪽 측면 혹은 중앙 사이 공간으로 파고들며 오현규의 결승 골도 도왔다.”
“대체불가 황인범, 킬러본능 오현규, 슈퍼세이브 김승규”

체코전에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역전 골을 넣은 후 포효하고 있다. 뉴스1
“오현규는 박스 안 킬러 본능이 아주 환상적인 선수다. 예전 수원삼성블루윙즈 시절부터 셀틱, 헹크에서 뛸 때는 물론 현재 베식타스 JK에서도 마찬가지다. 헹크 시절 선발 출전 빈도가 그리 잦지 않았음에도 짧은 시간에 골을 팍 터뜨리는, 출전 시간 대비 득점 효율이 높은 선수였다. 최근 소속팀에선 주전 공격수로서 출전 시간과 득점이 늘어나는 등 해결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오현규 특유의 장점이 체코전 후반전에 제대로 통했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잡아끄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정력이었다. 후반전 골이 필요한 타이밍에 전문 원톱 공격수가 들어가 상대 수비나 박스 안쪽 공간으로 직접 쇄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오현규의 투입 타이밍은 굉장히 적절했다. 오현규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주어진 역할을 마음껏 수행했다.”

골키퍼 김승규가 체코 선수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뉴스1
“김승규가 그동안 보인 축구 서사를 보면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월드컵에 4연속 출전한 그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유독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월드컵 준비 기간에 두 차례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음에도 기량을 다시 회복해 대표팀에 승선했다.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서 멋진 사례를 남겼다고 본다. 원래도 김승규는 선방 능력이 뛰어난 골키퍼다. K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울산 HD 때부터 엄청난 반사 신경을 선보였다. 일견 내줄 만한 실점도 막아내는 골키퍼로서 정평이 났다. 이후 해외 무대에서 뛰며 베테랑으로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부상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강한 멘털리티까지 더했다. 이번 체코전에서 보인 두 차례 선방은 김승규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오현규 교체 투입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나.
“체코전 승리는 확실히 홍 감독의 교체술과 용병술이 먹힌 결과다. 다만 이번 경기를 분석할 때 체코에 고지대 적응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들 알다시피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3월에야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체코 선수가 경기 후 “폐가 타 들어가는 것처럼 힘들었다”고 밝힌 것처럼 체력적 문제가 컸다. 홍명보호의 성취를 평가 절하해선 안 되지만 이번 한 경기 승리로 전술 검증 및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 장점 끄집어내는 게 관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우선 손흥민 활용 문제다. 최전방에 나온 손흥민의 움직임과 상대 수비를 잡아끄는 능력은 좋았지만 결정적 마무리가 다소 아쉬웠다. 앞으로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에서 제공권을 위해 오현규나 조규성을 활용할 때 손흥민을 어느 위치에 배치할지, 나아가 그의 장점을 어떻게 끄집어 낼지가 관건이다. 손흥민 카드를 포함해 미드필더 조합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도 한국의 시험대다. 수비의 경우 세컨드 볼 획득 능력을 지금보다 키울 필요가 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체코전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 뉴스1
“멕시코는 우리가 한일 월드컵 때 그랬듯 리그 차원의 배려로 대표팀 선수들이 일찌감치 합숙 훈련에 돌입했다. 그 결과 단일 클럽팀에 준하는 조직력을 갖춰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멕시코 선수들은 무게 중심이 낮고 상당히 단단한 이들이 많다. 이들과의 일대일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동력과 속도, 홈 팬들이 현장에서 만들 에너지 등 여러 면에서 멕시코는 체코보다 훨씬 강한 상대임에 틀림없다. 특히 우리가 조심해야 할 타이밍은 경기 초반 15분이다. 멕시코는 홈경기 분위기를 이용해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체코전에서처럼 공을 차분하게 가져가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 무리한 플레이를 했다가는 자칫 실수가 나오고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멕시코의 빠른 좌우 전환에 말리지 않도록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주의할 멕시코 선수는.
“늘 그랬듯 라울 히메네스가 멕시코의 에이스다. 또한 최근 골을 많이 넣는 훌리안 퀴뇨네스도 눈여겨 봐야 한다. 개인기를 바탕으로 우리와의 경기에서도 득점을 뽑아낼 수 있는 선수다. 히메네스가 최전방에서 수비를 잡아끌 때 생기는 공간으로 퀴뇨네스가 침투하는 움직임이 위협적이다.”
이제까지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를 두 번 만났으나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 1-3,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1-2로 패했다. 게다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전체로 시선을 넓히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이번 멕시코전은 어떨까.
“사실 월드컵 개최국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어느 팀에나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동안 멕시코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최소한 16강에는 진출하는 강호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빼곤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다가오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무승부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 3차전 상대인 남아공은 A조에서 전력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으므로 우리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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