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지호영 기자
초고압 변압기 기업 희소성↑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전력 기업의 경쟁력을 이렇게 분석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전력 슈퍼사이클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요즘, 손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수요가 실제 수주와 기업 매출로 확인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발전소에서 큰 전기를 끌어오는 송전 단계 호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온사이트(on-site) 시장도 새롭게 열리고 있다. 손 연구원은 “변압기 리드타임(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2년 뒤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과거 공급이 부족했던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수주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전력주 주가는 아직 피크아웃 구간이 아닐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AI가 사용하는 전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와 공급 격차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미국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약 75GW(기가와트) 수준으로 추정된다. 2030년에는 약 150GW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는 공급이 수요의 3분의 1 정도만 따라가는 상황이다. 2030년에는 공급도 100GW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사이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거나 공급 병목이 심화되면 격차는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력 밸류체인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우선 발전원이 있다. 석탄이나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보통 100㎸ 이하 교류 전력이 생산된다. 전력이 처음 생산될 때는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전압을 높인다.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곳은 송전 거리가 길어 초고압 송전 비중이 크다. 전압이 높을수록 전력 손실은 줄고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전력량은 많아진다. 다만,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은 220V 수준이라서 중간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과정이 필요해 500~700㎸ 초고압 전력을 변전소에서 100㎸ 이하로 낮춰 배전한다.
최근에는 온사이트 발전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근에 소형 발전소를 직접 두는 방식이다. 미국은 송전망 구축에만 3~7년이 걸린다. 초고압 변압기 생산 리드타임이 길고 송전망 인허가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를 그동안 멈춰둘 수 없으니 근처에 자체 발전설비를 짓는 것이다”
밸류체인 중 가장 강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분야는 어디인가.
“초고압 변압기다. 전압이 높아질수록 병목 현상이 심하다. 초고압 변압기는 크기가 크고 공정을 자동화하기 어려워 생산 기업이 한정적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장 노후화된 설비도 초고압 전력망인데, 인건비가 높은 미국은 자국 생산능력이 부족하다.”
특수변압기 만드는 산일전기도 주목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1분기 실적 특징을 짚는다면.“핵심은 수주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신규 수주가 4조2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가장 수주가 좋았던 분기에도 2조 원 수준이었는데 이번엔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765㎸ 변압기 수주가 7900억 원 규모다. 765㎸ 제품은 345㎸, 550㎸ 제품보다 가격이 2배 넘게 비싸다.
HD현대일렉트릭도 최근 765㎸ 변압기를 약 1700억 원 규모로 수주를 따냈다. 올해 1분기 신규 수주 규모는 약 2조7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분기 수주가 약 1조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역시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미국 매출 비중이 가장 커 3사 가운데 수익성도 가장 좋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6200억 원 규모의 엔진 수주를 따냈는데, 가스터빈 부족 현상이 심하다 보니 선박 엔진을 온사이트 발전용으로 활용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도 발전기와 배전 변압기 등을 함께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LS일렉트릭은 빅테크향 배전반 수주와 함께 최근 블룸에너지향 3000억 원 규모 배전반 수주를 확보했다.”
결국 미국 수주가 관건인가.
“현재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이 미국이다. 공급자 우위 환경이라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미국에 공급하는 초고압 변압기 영업이익률은 30%를 넘는다. 고수익 제품 비중이 커질수록 전체 영업이익률도 상승한다.
주가 업사이드 측면에서는 효성중공업이 특히 눈에 띈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주 증가 속도도 빠르다. 현재 미국 매출 비중은 효성중공업이 약 30% 수준이고, HD현대일렉트릭은 40%가 넘는다. 그런데 신규 수주에서 미국 비중은 효성중공업이 77%, HD현대일렉트릭이 69% 정도다. 2년 뒤 실적까지 고려하면 효성중공업 실적 성장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효성중공업은 3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낮다.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을 함께 고려하면 가장 매력적인 종목이다.”
전력주 3사 외에도 눈여겨보는 기업이 있다면.
“산일전기를 주목하고 있다. 특수변압기와 배전용 변압기가 주력 제품인데, 특수변압기 분야에서는 국내 경쟁사가 거의 없다고 본다. 특수변압기는 특수 환경이나 대용량 전력 변환 설비에 맞춰 전력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제품이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 뛰어나 알짜 제품도 많이 만들고 있다. 기업공개(IPO) 자금으로 증설도 꾸준히 해 지난해부터 1500억~2000억 원 매출이 붙고 있다. 이런 성장세 속에서 영업이익률도 36~37% 수준이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만 봐도 주요 전력주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이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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