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선에서 빛으로의 전환… AI 시대 네트워크 혁명

광케이블 기술, 속도와 확장성 뛰어나 병목 없이 데이터 이동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5-22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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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광케이블 기술이 빅테크의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GETTYIMAGES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광케이블 기술이 빅테크의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GETTYIMAGES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데이터를 전기로 전달해왔다. 전화선은 물론 이더넷 케이블, 데이터센터 내부의 수많은 인터커넥트까지 모든 것이 구리선을 통해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인터넷 혁명이 가능했고 정보기술(IT)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발달로 구리선이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그 한계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이 장착된 서버 안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전력 이은 AI 병목 지점은 네트워크

    AI는 기존 IT 시스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읽고 쓰고 계산하며 엄청난 양의 연산을 수반한다. AI 에이전트는 하나의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내부 데이터를 수십~수백 번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병목은 GPU의 연산 능력이나 메모리 속도, 전력 공급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로 옮겨 가고 있다.

    전기 신호를 구리선으로 전송하는 기존 데이터 전달 방식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AI 연산 처리 속도가 빨라질수록 구리선을 통해 이동하는 전기 신호가 잦아지면서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력의 상당 부분은 열로 전환되고, 당연히 이 열을 식히는 데도 전기가 필요하다.

    거리도 문제다. 전기 신호를 실어 나르는 구리선은 신호 감쇠가 커 전달해야 할 거리가 길수록 신호 품질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중간 증폭 장치가 많이 필요하다. 이는 비용뿐 아니라 시스템 복잡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키운다. 결국 전기 신호가 구리선을 통해 이동하는 네트워크는 신호를 빠르게 보낼수록 더 뜨거워지고 더 복잡해지며 더 비싸지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 한계를 돌파하고자 등장한 해답이 바로 빛의 기술, 광통신이다. 빛을 이용해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광통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이 20년 전부터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오디오를 전송하는 수단으로도 광케이블은 널리 사용됐다. 빛은 전기와 달리 열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장거리에서도 신호 손실이 적다. 또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데이터 전달 거리가 짧을 때는 전기가 더 저렴하고 구현이 간단해 초기 데이터센터는 구리선을 사용한 전기 신호 전달 방식을 썼다. 하지만 AI용 데이터센터에서는 GPU 수천~수만 개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이때 데이터센터 성능은 GPU와 메모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병목 없이 이동시키는지에 달려 있다. 구리선보다 광케이블의 효용 가치가 더 커진 것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간 연결이나 랙(Rack)과 랙 사이 연결은 대부분 광케이블로 전환됐다. 이제는 서버 내부에서의 데이터 전달에도 광케이블이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 인텔, 브로드컴,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광통신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3월 루멘텀, 코히어런트, 마벨테크놀로지 등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과 솔루션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했다.

    광케이블이 서버 내 칩 집적 밀도 높여

    광케이블 기술에서 핵심은 전기 신호를 가능한 한 빠르게 빛으로 변환해 전송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광케이블 기술을 단순히 ‘더 빠른 네트워크 기술’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AI 시대에 광케이블 기술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확장성이다. AI 모델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이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려면 더 많은 GPU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전기 기반 연결로는 이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광케이블은 AI 서버 내 칩들의 집적 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즈니스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기업들이 누가 더 많은 서버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두고 경쟁했다면 이제는 누가 더 낮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이는 곧 AI 인프라 경쟁력이 단순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네트워크 구조와 물리적 설계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AI 모델과 AI 에이전트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산업 뿌리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의 전환은 네트워크 대전환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인터넷 혁명은 단지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 아래에 이것들을 지탱하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AI 혁명 역시 네트워크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 중심에 ‘빛의 혁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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