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 1집을 발표한 걸그룹 빌리. 미스틱스토리 제공
‘워크’의 뼈대는 단순하다. 테크노 스타일의 하드한 비트가 반복되고 랩이 얹힌다. 그것이 곡 전체를 거의 온전히 지배하고 있다. 변화무쌍하게 낯선 장면을 이어붙이거나 드라마틱하게 춤추지 않는다. 그저 달려 나간다.
빌리 멤버들은 아주 긴 시간 랩을 하는데 그건 매우 가치가 있다. 빌리의 랩은 2절에서 빠르게 쏟아지는 문수아와 시윤의 파트도 인상적이지만, 곡 전체에서 내내 제대로 작동한다. 날카로운 결의에 차 있는 이 랩들은 청각적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자신의 의지로 무엇이든 해나가겠다는 곡의 핵심 메시지와도 잘 어울린다.
잠시나마 들어서는 멜로디는 많은 감정을 담고 있지 않다. 뭔가 이질적인 외부 샘플을 비트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은 질감을 낸다. 그 덕분에 비트는 후렴으로 들어서기 직전 분위기를 살짝 전환하면서도, 내내 질주하던 기세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그래서 이 곡이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테크노 특유의 매혹이 살아난다. 날카롭게 부글대는 베이스의 입체적인 리듬감 위에서 언제까지고 반복되는 비트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도록.
군더더기 없는 K팝의 매력
물론 이건 K팝이니까 그렇게까지 해버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정신을 빨아들일 듯 질주해나가는 테크노의 운동감만큼은 매우 잘 살려낸다. 그 비결 중 하나는 ‘적절한’ 변화를 통해 청자를 흔들어놓는 K팝의 작법일 듯하다. ‘올해의 컴온’이라 해도 좋을 시원한 “컴온”과 함께 시원한 개방감으로 달려가는 드럼, 때로 신경 줄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베이스 같은 것들이 적확하게 변화를 주며 흐름을 만들어낸다. 후렴의 “아이머 메이크 잇 워크(Imma make it work)”라는 가사가 비트와 묘하게 엇갈리면서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기분을 주는 대목도 빼놓기 어렵다.비디오도 기본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다. 멤버들의 안무 퍼포먼스에 집중한다. 멤버 각자가, 때로는 대형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역동적인 동작을 이어가고, 저마다 꿰뚫을 것 같은 시선으로 카메라를 노려본다. 그게 거의 다이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다. 그 퍼포먼스에 감상자는 매료되고 뒤흔들린다. 복잡한 서사적 장치나 뒤죽박죽한 감정선, 하다못해 멜로디마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모든 걸 걷어내고 좋은 비트와 아티스트, 움직임이라는 최소한의 요소에 집중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자신감에 찬 미인들이 에너제틱하고도 정교한 기계장치 같은 퍼포먼스를 한다는 건 K팝 산업 근원에 있는 최선의 쾌에 가깝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