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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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에 저항하는 ‘요즘 애들’ 코르티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6-06-2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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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의 전형에서 벗어난 신선한 가사로 화제를 모은 그룹 코르티스. 빅히트뮤직 제공

    K팝의 전형에서 벗어난 신선한 가사로 화제를 모은 그룹 코르티스. 빅히트뮤직 제공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출사의 변으로 코르티스(CORTIS) 노래 ‘레드레드(REDRED)’를 인용했다. “도가니 사리기 레드 레드, 신호등 바뀌었어 그린 그린, 넘어가 울타리 그린 그린”이라는 가사였다. 

    코르티스는 2장의 미니앨범을 발표한, 빅히트뮤직 소속 5인조 보이그룹이다. 굳이 말하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 할 아티스트다. 신선한 매력을 지녔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황당무계하다는 반응도 있다.

    낯설긴 하다. 거친 사운드에 기승전결을 흐리는 전개, 호쾌한 듯 흐르는 에너지는 정제된 소재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K팝 특유의 어법과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가사가 눈에 띈다. “요즘 노래에는 깊이가 없다”는 볼멘소리에 그칠 수준이 아니다. 사실 ‘레드레드’의 메시지는 줏대 있고 영민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는 내용으로 읽힐 수 있지만, 결정적 대목들의 공격적인 무의미함이 메시지를 파묻어버린다. 느낌도 있고 재미도 있긴 하나 소통에는 방해가 되는 언어들. 이 무의미는 하나의 태도다.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라는 노래 제목은 이 그룹 데뷔 앨범에 소개된 캐치프레이즈에서 따왔다. ‘젊은 창작자 집단’은 기획사가 제안한 이들의 이미지이지만, 코르티스는 바로 그 표현을 ‘영크크’로 줄인다. “우릴 불러 ‘쟤네 영크크’”라고 상황을 설명하고, “너무 웃겨버려서 난 영크크, 영흐흐”라고 반응하더니 “요를레이히 말고 영크크”라며 끝까지 희화화로 밀어붙인다.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하는 것들을 모조리 거부하는 허무주의 반문화적 태도다. 

    새로운 매력의 K팝 보이그룹

    비문화가 아니라 기성 문화 질서에 저항하는 문화다. 이는 진지한 태도, 공동체적 가치, 숭고한 이상을 매도하고 냉소하는 지금 세대 남성 청소년과 닮아 있기도 하다. 다만 그들의 반문화 실천이 ‘일베’에 깊이 의존하거나, 남이 만든 눈사람을 일부러 걷어차 부수는 등 폭력으로 종종 기우는 것과 달리, 코르티스는 반사회성과 폭력성을 걷어낸 ‘요즘 남자아이’를 구현하는 것으로 읽힌다. 기회가 올 때까지 노력해 울타리를 넘고 싶지만, 그런 건강한 의지를 정직하게 말하는 건 낯 뜨거워 ‘레드레드’를 불러버리는 청년 말이다. K팝의 정석이 말끔하고 무결한 아이돌을 만들고 ‘요즘 애들’ 같은 까끌까끌함을 더하는 것이라면, 코르티스는 반대로 ‘요즘 애들’을 보여주되 문제적 요소를 걷어냈다.



    권위주의와 경제 발전의 기억 위에서 K팝은 타의 모범이 되는 건설적 태도를 청년에게 기대해온 경향이 있다. 반문화적 가치를 가진 ‘요즘 한국 남자아이’가 성장하면서 세상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나가는가 하는 건 아직 상상의 영역인 셈이다. 그래서 코르티스는 코르티스의, K팝의, 우리 사회의 도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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