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 안 넘어서 좋아요”… 런치플레이션에 햄버거 인기  

외식업 불황 속 맥도날드·롯데리아 매출 급증… 흑백요리사들도 참전

  • reporterImage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6-05-22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5월 19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서대문구 롯데리아 서대문역점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임경진 기자

    5월 19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서대문구 롯데리아 서대문역점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임경진 기자

    “주변 식당에서는 점심에 김치찌개가 1만2000원~1만3000원이나 해요. 짜장면도 1만 원씩으로 비싸고요. 버거는 콜라와 감자튀김까지 세트로 먹어도 1만 원을 넘지 않아서 자주 먹으러 와요.”

    5월 19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서대문구 롯데리아 서대문역점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8800원짜리 신메뉴 ‘번트비프버거’를 먹고 있던 30대 김모 씨의 말이다. 최근 ‘런치플레이션’(점심 외식비 상승)이 심화한 탓에 가성비 좋은 음식으로 버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버거 프랜차이즈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버거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사라져

    롯데리아 서대문역점은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시작하는 11시 30분이 되자 목에 사원증을 건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 키오스크로 버거를 주문했다. 10분 만에 매장 내 1인용 식탁 25개가량과 15개 남짓한 4인용 식탁이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 매장에 왔다가 앉을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는 고객도 있었다.

    버거가 인기를 끄는 건 인근 식당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행정안전부의 외식비 가격 현황에 따르면 4월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38원으로 두 달째 1만 원을 웃돌고 있다. 냉면(1만2615원), 비빔밥(1만1692원) 등은 이미 1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반면 버거는 음료와 감자튀김 등을 포함한 세트 가격이 대부분 7000~9000원으로 저렴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점심으로 버거를 먹는다는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인근 식당에 가면 점심 한 끼에 1만 원을 넘게 쓰는데 버거 세트는 8000원으로 저렴하다”면서 “한 끼에 5500원인 구내식당과 비교했을 때 2000~3000원만 더 내면 다양한 버거 세트 중 먹고 싶은 걸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버거가 패스트푸드라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많이 사라졌다. 롯데리아, 버거킹 등 버거 프랜차이즈를 한 달에 10번 이상 찾는다는 20대 여성 김모 씨는 “버거 세트를 주문할 때 감자튀김 대신 코울슬로를 주문해 먹으면 살찔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버거 자체에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모두 들어 있어 패스트푸드보다는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와 유명 셰프가 협업한 상품들도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파인 다이닝 셰프 에드워드 리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담은 버거 2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중식 대가’로 불리는 후덕죽 셰프와 함께 새로운 버거 2종을 출시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요리 경연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나폴리 맛피아 모짜렐라 버거’ 2종을 출시했는데, 해당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에 400만 개 넘게 팔려 정식 메뉴로 전환됐다. 프랭크버거도 지난해 윤남노 셰프에 이어 올해는 정호영 셰프와 손을 잡았다.

    롯데리아 서대문역점에서 롯데리아와 이찬양 셰프의 협업 제품 ‘번트비프버거’를 먹고 있던 30대 이모 씨는 “유명 셰프와 협업한 버거는 맛이 없을 확률이 낮은 것 같다”며 “온라인상에서 좋은 후기가 많은 셰프 협업 버거를 먹으려고 일부러 버거 가게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30대 신모 씨는 “평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파인 다이닝 셰프들의 요리법을 저렴한 버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협업 제품의 장점”이라면서 “특히 치킨처럼 혼자 먹기엔 양이 많고 비싼 음식이 아니라, 싸고 먹기도 간편한 셰프 협업 버거가 많이 나와 좋다”고 밝혔다.

    유명 셰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

    버거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업계 실적도 크게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 1조4310억 원, 영업이익 7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5%, 523% 증가한 수치다. 롯데리아 운영사인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1조1189억 원, 영업이익 511억 원으로 각각 12.4%, 30.6% 상승했다. 롯데GRS가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비케이알도 지난해 매출 8922억 원, 영업이익 429억 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가장 높았다. 맘스터치앤컴퍼니 역시 지난해 매출 4790억 원, 영업이익 897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4.6%, 22.2% 성장했다.

    버거 프랜차이즈의 성장세는 외식업 전반의 흐름과 대조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5년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산업 매출 지수는 73.84로 전년보다 1.77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는 사업자가 매출이 증가했다고 보는 사업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임경진 기자

    임경진 기자

    안녕하세요. 임경진 기자입니다.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정용진,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사과

    “현대차, 2030년 로봇 매출 20조 원 낼 것”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