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으로 지난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국민연금공단. 뉴스1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투자할 때는 투자 타이밍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래프1’은 국민연금의 2007년 이후 수익률을 보여주는데, 단 두 차례만 마이너스 성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8년과 2022년 마이너스 성과를 낸 이후 지난해 역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성과 부진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했다. 따라서 국민연금 스타일의 자산배분을 하는 투자자라면 주식시장 방향을 고민하면서 자금 투입 시기를 늦추거나 앞당길 이유가 없다.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투자하면 그뿐이다.
국민연금, 2007년 이후 단 두 차례만 마이너스
물론 “2022년 약 8% 손실을 입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는데, 이때는 제도적 변화 이슈가 발생한 특수 사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2021년 4월 국민연금의 한국 주식 매도를 막으려고 국민연금 규정을 바꿨다. 당시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지침에 따라 전체 자산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2021년 말 16.8%로 맞춰야 했지만 전년 말 이미 21.2%에 이르자 20조~30조 원어치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한국 주식 투자 상한을 20% 안팎으로 높여 악재성 변수 하나를 덜어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2022년 초부터 시작된 한국 주식 폭락 사태 때 국민연금에 큰 손실을 안겼다.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국민연금이 탁월한 성과를 기록하고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 비결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프2’는 한국 주식 가격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보여주는데, 주식시장이 붕괴될 때마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2월 기준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주식의 26.5%를 보유하고 있어서 벌어진다.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매도하면 이는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며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한다. 또한 환율이 상승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 주가 하락에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 주식과 달러 예금을 함께 보유하면 2022년 2월 같은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달러 예금 외에 미국 주식이나 금, 글로벌 리츠 같은 자산도 한국 주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이들 자산이 달러 예금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주식에 35.9%를 투자한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리밸런싱, 목표 비율에서 벗어나면 행동하라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두 번째 비결은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말 그대로 자산배분의 목표 비중과 차이가 발생했을 때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해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이다. 물론 저평가된(정확하게는 목표 비중보다 적게 보유한) 자산을 매수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어떤 자산도 끝없는 상승은 불가능하고 또 상승세가 장기화할수록 폭락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한 일종의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4월 폭락장이 출현하기 전에는 워런 버핏을 비롯한 투자 구루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에 묻어두면 수익이 나는데, 왜 현금을 보유하냐” 같은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하고 아찔했던 기억이 선명하다.자신의 투자 철학이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연금과 비슷하다면 주가 폭락은 좋은 매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이 언제 회복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국내외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금 같은 대체자산에 잘 분산해뒀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 변화 등이 있을 때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본다. 부디 많은 투자자가 국민연금 스타일의 투자를 통해 타이밍에 관한 고민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