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9일(이하 현지 시간) 플로리다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란의 원유 생산 능력은 미국 등 서방 국가 제재에도 하루 350만 배럴이나 된다. 이 원유 대부분이 그동안 중국으로 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구매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해상 수입 원유량의 13.4%인 138만 배럴을 이란에서 들여왔다.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원유 수급 차질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베네수엘라 모델’ 원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고농축우라늄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포기 거부를 빌미로 이란을 공격했다. 하지만 실제 속셈은 에너지 패권 장악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후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베네수엘라처럼 이란을 친미(親美)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이후 경제 재건 지원을 명분으로 이란 석유 지배권을 확보하려 한다.트럼프 대통령은 3월 9일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 리조트인 ‘트럼프 내셔널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즈타바를 제거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모즈타바가 후계자가 된 것에) 나는 매우 실망했다. 그 결정이 이란에 똑같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선호하는 차기 이란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는 “(이란) 내부 인사를 선호한다.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이후 현지에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는 의중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는 미국이 노리는 에너지 패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국정 운영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맡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수 후 권한 위임(Decapitate and Delegate)’이라는 미국 주도의 새로운 정권교체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1월 29일 의회가 승인한 석유산업 민영화 법안에 서명하는 등 미국에 도움이 되는 석유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두로 축출 후 석유 지배권 확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마두로 대통령은 ‘21세기 사회주의’ 및 반미 정책을 기치로 철권통치를 했다. 특히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7년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고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을 쫓아냈다. 마두로 대통령도 차베스 정책을 계승하면서 미국 등 해외 석유회사들과 거래하지 않았다. 서방 제재 대상이 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관련 시설은 노후화됐고 산업 전반이 쇠퇴했다. 마두로를 비롯한 권력층은 석유 수출로 발생한 자금조차 자기들 호주머니에 넣었다. 결국 베네수엘라 경제는 파탄 났으며, 마두로는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들여와야 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인 안드레스벨로재단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중국은 중남미 각국에 총 1360억 달러(약 200조 원)를 빌려줬고, 이 중 거의 절반(620억 달러)을 베네수엘라에 제공했다.마두로 축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석유산업 재건을 위한 1000억 달러(약 146조8000억 원) 규모의 재건 계획을 제안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대형 석유회사들이 다시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석유 협력 과정에서 모든 절차를 최종 승인하고 감독하는 것은 미국 정부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나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는 계약 체결 시 미국 법을 따라야 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 지배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원 잃은 중국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장악하면서 중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원유의 80%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베네수엘라에 거액을 빌려준 뒤 원유로 상환받은 물량도 포함된다. 중국은 지난해 해상 원유 수입량의 4.5%를 베네수엘라에서 들여왔는데, 마두로 축출 이후 이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은 이란도 베네수엘라처럼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 석유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면 이를 무기 삼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그동안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에서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들여와 제조업 원가 경쟁력을 높여왔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을 통한 원유 수입마저 끊긴다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이번에 이란을 공격함으로써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이란이라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2개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에너지연구소(IER)는 “이란·베네수엘라 변수로 중국의 저가 원유 조달 구조가 흔들리고 미국에 비해 전략적 열세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023년 2월 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이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이란 공격은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에 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2010년대 초 셰일가스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올라섰고, 원유 면에서도 전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다. 게다가 미국이 베네수엘라는 물론, 이란 원유까지 통제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게 된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란부터 베네수엘라까지 트럼프는 세계 석유를 통제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트 대통령의 야심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