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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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탈모, 미용 아닌 인생 문제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대한검역학회 회장)

    입력2026-03-1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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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탈모 치료에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GETTYIMAGES

    청년 탈모 치료에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GETTYIMAGES

    나는 중년에 대머리다. 이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끔 상상해본다. 만약 스물 몇 살, 내가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 이미 머리카락을 잃었다면 어땠을까.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첫 인상이 결정되는 그 몇 초 시간에 나는 충분히 당당할 수 있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년기 탈모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서울 성동구는 39세 이하 청년에게 연간 20만 원 한도로 탈모 치료비를 지원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에 국민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한 뒤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용에 왜 세금을 지원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탈모는 질환이다. 남성형 탈모 진단명은 ‘안드로겐성 탈모증’으로, 유전과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탈모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20만 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20, 30대 비율이 적잖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탈모 환자의 우울감과 사회적 위축, 삶의 질 저하가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외모가 취업 및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까지 고려하면 청년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또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국민건강보험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해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삶의 질을 지키는 데 기여하는 사회적 장치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시력·청력 장애를 공중보건 문제로 정의하며 국가보건체계 안에서 감각 기능 관리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일부 선진국에서는 아동과 저소득층이 사용하는 시력 교정용 안경 비용을 공적 보험으로 지원한다. 한국은 인공눈물이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인공눈물 관련 국민건강보험 청구액이 연간 2000억 원대 후반에서 3000억 원 수준이다. 

    청년 탈모 역시 이 틀에서 논의하면 어떨까. 전면 급여가 어렵다면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부분 급여나 소득 기준을 적용한 선별 지원 같은 단계적 접근도 고려할 수 있다. 나는 청년 탈모 문제해결에 일정 수준의 국민건강보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탈모가 유발하는 구조적 불이익과 정신적 부담을 개인 문제로만 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건강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는 것이다. 건강은 단지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자존감을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청년 탈모는 우리가 국민건강보험의 공적 책임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 보여주는 주제다. 나는 그 범위를 좀 더 넓히는 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합리적 투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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