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6

..

한남동 관저, 누에한테 먹히는 뽕잎 형상  

[안영배의 웰빙 풍수] 매봉산이 남산에 기운 잠식… 청와대 관저 터는 불안한 형세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5-04-27 09: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매봉산 자락에 있는 한남동 관저.  동아DB

    서울 매봉산 자락에 있는 한남동 관저.  동아DB

    6월 3일이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문제는 대한민국 21대 대통령과 함께 출범하는 새 정부가 어디에 둥지를 트느냐다. 대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은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 대다수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불통의 상징이자 12·3 비상계엄 선포 장소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김동연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곧바로 세종에서 집무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금 당장 다른 데로 가기가 마땅치 않다”며 용산으로 일단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도 선거 특수성과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용산 대통령실을 일단 쓰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단, 두 후보 또한 현실적 이유로 용산 대통령실 사용을 고려하고 있을 뿐, 정서적으로는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하다.  

    사람 잘못 만난 명당 용산 대통령실 

    여러 대선 후보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는 용산 대통령실은 터의 처지에서 보면 억울할 것 같다. 국방부 신청사로 사용되던 이곳은 남산에서 뻗어 나온 둔지산 자락의 대명당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터에서 분출되는 에너지 강도로 따지자면 북악산 자락의 청와대 본관보다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권력의 기운이 강한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정상적으로 권력을 남용했다. 그 결과 불통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으로 여겨져 기피 대상이 되고 말았다. 즉 현재의 대통령실은 사람을 잘못 만나 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용산 대통령실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터 논리로는 차기 대통령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다만 대통령 주거 공간인 한남동 관저(옛 외교부 장관 공관)의 경우 풍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제마풍수’라는 독특한 풍수론을 펼치는 김세환 씨의 감평이 눈길을 끈다. 그는 한남동 관저가 들어선 매봉산 생김새가 누에의 먹이인 뽕잎에 해당하고, 매봉산의 부모 격인 남산은 누에에 해당한다는 물형(物形) 풍수론을 펼쳤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남산의 높은 봉우리가 마치 누에머리 같다고 해서 이를 잠두봉(蠶頭峰)이라고 불렀다. 누에는 실을 뽑아내는 신성한 벌레로, ‘천충(天蟲)’이라고 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에 따라 조선에서는 누에에 해당하는 남산의 지기(地氣)를 살리고자 한강 건너편에까지 뽕나무를 심도록 장려했다. 오늘날 잠실(蠶室: 누에를 기르는 방)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배경이다. 

    그런데 누에와 뽕잎의 관계를 남산과 매봉산에 대입하면 예민한 문제가 발생한다. 뽕잎 영역에 들어가는 매봉산 일대 기운이 누에인 남산에 의해 시간이 갈수록 ‘잠식(蠶食)’되는 현상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한남동 관저가 바로 이런 위치에 있는 데다, 집 모양마저 뽕잎을 깔아놓은 누에 채반처럼 생겼다.  

    현재 한남동 관저에 대해서는 대선 주자 중 누구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집터이고, 김건희 여사 주변에 떠도는 주술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장소에서 새 대통령이 살고 싶을지 의문이다.  

    2022년 대중에게 공개된 청와대 대통령 관저.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아DB

    2022년 대중에게 공개된 청와대 대통령 관저.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동아DB

    “예전에 살던 집터는 이롭지 않다”

    최근 용산 대신 대통령실 입지로 부각되는 곳이 청와대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청와대는 국격의 상징이고 나라의 상징”이라며 청와대 복귀론을 펼쳤고, 같은 당 안철수 후보도 “청와대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일단 용산 대통령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예부터 ‘고기불리(古基不利)’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살던 집터는 이롭지 않다는 뜻이다. 풍수적으로 해석하면 자신이 살던 옛집에 우환이 닥쳐 집터만 남기고 다른 곳으로 떠났을 경우 그리로 되돌아가 다시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예전에 기운이 좋았던 터는 다시 들어가 살아도 괜찮다고 풀이할 수 있다.   

    과연 청와대 터는 어떨까. 필자는 청와대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보다 대통령 가족이 머무르는 관저가 풍수적으로 흉(凶)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2022년 5월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 관저는 북악산 자락에서도 지세가 험한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일반인도 관저 뒤편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보면 금세라도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관저로 굴러떨어질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이처럼 집 뒤편이 위태롭고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 거주자에게 심리적 불안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금은 일반 공개가 금지됐지만, 대통령의 침실 공간 역시 좋은 생기(生氣)가 아니라 해로운 음기(陰氣) 혹은 살기(殺氣)가 중중한 편이다. 이런 터에 오래 머물면 무엇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관저가 아주 음습한 데 지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관저에서 5년간 산다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힐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북악산 자락의 청와대 관저는 풍수적으로는 용산 대통령 관저보다 더 최악의 점수를 받는다. 

    반면 대통령 업무 공간인 청와대 본관, 영빈관 등은 풍수 기운상 무난한 편이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청와대 관저를 떠난 윤 전 대통령조차도 주요 외교 및 국제 행사를 열 때는 청와대 건물을 자주 이용했다. 바로 이런 점이 차기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론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여민관 등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대통령실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염집에서도 꺼리는 ‘고기불리’를 무시하고 원래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차기 대통령이 굳이 청와대 건물을 일부 고쳐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관저만큼은 총리 공관 등 근처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 예정지. 세종 대통령실은 국회의사당 건립 예정지를 포함해 약 210만㎡ 규모로 조성되는 국가상징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뉴스1

    세종 국회의사당 건립 예정지. 세종 대통령실은 국회의사당 건립 예정지를 포함해 약 210만㎡ 규모로 조성되는 국가상징구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뉴스1

    계룡대, 이성계가 도읍지 삼으려 한 최고 명당

    이번 기회에 세종으로 대통령실을 아예 옮기자는 대선 후보도 적잖다. 필자는 일찌감치 청와대에서 빠져나온 용산 대통령실은 세종 시대를 열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종으로 대통령실 이전은 거대한 시대 흐름으로 보인다. 풍수적으로 봐도 세종의 주산인 원수산 자락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터와 인근 전월산을 배경으로 둔 국회의사당 터는 무난한 편이다. 필자가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새로 들어설 대통령 관저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집무실 영역에 관저가 함께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필자는 세종과 다소 떨어진 계룡의 계룡대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 육해공 3군 통합 군사기지인 계룡대는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도읍지로 삼으려 했던 곳으로, 대한민국 최고 명당터로 꼽힌다.  

    지금까지 한국 역대 대통령은 관저만큼은 풍수적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터 기운에 치여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만큼은 좋은 기운이 있는 터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국정을 펼치기를 바란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