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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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대신 알약 하나로 간편하게… ‘꿈의 비만약’ 내년 나온다

일라이릴리·노보노디스크 ‘먹는 비만약’ 개발 경쟁 가열

  •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4-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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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위)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로고. 각사 제공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위)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로고. 각사 제공

    “일라이릴리가 알약으로 된 비만치료제 임상시험 3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함. 전에 삭센다를 맞을 때 바늘이 한 번씩 따끔하게 들어가는 게 기분 나빠서 이후 투여하지 않았는데 경구용 나오면 먹어야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들여와서 국내시장에 대량 공급하는 게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일 듯. 성인병으로 인한 비용이 상당히 절감되지 않을까.”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꿈의 약’으로 불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4월 18일 누리꾼들이 보인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무섭고 비싼 주사제 대신 내년 알약 출시를 기다리겠다”며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반겼다.

    하루 한 알 40주 복용 후 7.3㎏ 감량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하자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1위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올해 초 경구용 위고비의 판매 허가를 신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업계는 내년부터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먹는 비만치료제 시판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라이릴리는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이 임상시험 3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4월 17일(이하 현지 시간) 밝혔다. 임상 3상은 2형 당뇨 환자 599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됐다. 하루 한 번 오포글리프론 12㎎을 복용한 환자들은 40주 뒤 체중이 평균 6.1%(5.5㎏) 줄었고, 36㎎을 복용한 환자들은 평균 7.9%(7.3㎏)  체중이 감소했다. 반면 위약(가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체중은 평균 1.6%(1.3㎏) 줄어들었다. 오포글리프론을 복용한 환자들은 혈당도 1.3~1.6% 떨어졌다. 위약의 혈당 감소 효과는 0.1%였다. 일라이릴리는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각국 규제기관에 오포글리프론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비만치료제는 모두 주사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용해 더욱 유명해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는 일주일에 한 번 복부에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시판 중인 일라이릴리의 주사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 역시 마찬가지다. 주사형 약물에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가 있는 데다, 주사제는 생산과 보관·유통이 까다로워 각국 제약사들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였다.

    먹는 약은 주사제보다 개발이 쉽지 않다. 경구용 약은 주사제보다 약물의 체내 흡수율이 낮고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용량 조절에 실패하면 간 손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화이자는 자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 임상시험 3상 중 환자에게서 간 손상이 발생해 약물 개발을 전면 중단한다고 4월 14일 밝히기도 했다.

    화이자가 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사흘 뒤 일라이릴리가 오포글리프론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성공적으로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일라이릴리가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라이릴리가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 1위인 노보노디스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금융서비스 제공 업체 BMO캐피털마켓은 4월 1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일라이릴리가 당뇨·비만약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를 곧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 역시 일라이릴리의 시장 주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일라이릴리가 오포글리프론 임상시험 3상 결과를 발표한 4월 17일 일라이릴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 올랐다. 반면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일라이릴리의 3상 결과 발표 후 처음으로 덴마크 증시가 열린 22일에 전 거래일 대비 7% 급락한 390크로네(약 8만5000원)로 장을 마쳤다.

    판매 허가 신청은 노보노디스크가 먼저

    하지만 노보노디스크가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경구용 위고비 판매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4월 22일 알려지면서 판도가 한 번 더 뒤집혔다. 노보노디스크는 2023년 이미 경구용 위고비의 임상시험 3상을 마친 상태였다. 3상 시험은 성인 비만 환자 혹은 과체중자 667명을 대상으로 68주 동안 진행됐다. 당시 경구용 위고비 50㎎을 하루 한 번 복용한 환자들은 체중이 15.1% 감소하며 비만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위약군의 체중 감소율은 2.4%였다.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의 성공적인 임상시험 3상 결과에도 즉시 시판 신청에 나서지 않고 다른 약물 개발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올해 먹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보노디스크가 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진 뒤 4월 23일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5% 상승해 408.9크로네(약 9만 원)까지 회복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89억 달러(약 12조7000억 원)에서 2030년 540억 달러(약 77조5000억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프1 참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3800만 명으로 전체 인구(79억9000만 명)의 13%에 달한다(그래프2 참조).업계는 복용이 편리한 먹는 비만약이 출시되면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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