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6

..

이웃이 복권에 당첨되면 파산 확률 높아진다

[돈의 심리] 미국 조지타운대, 복권 당첨자 ‘이웃 따라 하기’ 실제 존재 증명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4-26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2016년 복권 당첨자의 이웃이 파산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ETTYIMAGES

    미국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2016년 복권 당첨자의 이웃이 파산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ETTYIMAGES

    오래전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A가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가 도둑질을 한 것 같다고 경찰에 제보한 사람은 그의 이웃. 평소 친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A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A가 갑자기 해외여행을 다니고 비싼 가구를 들이는 등 돈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돈이 나올 데가 없는데 돈을 계속 쓴다. 이웃은 A가 틀림없이 도둑질로 돈이 생겼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A의 지출이 확실히 수상하다고 판단해 A를 불러 조사했다. 그리고 A가 복권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조사를 종료했다.

    A의 이웃은 A가 복권에 당첨됐다는 것을 몰랐다. 당연히 A는 그 사실을 가족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했을 테다. 하지만 이웃은 A의 지출이 전보다 늘어났다는 사실은 바로 알아차렸다. A의 지출이 늘어나자 이를 수상히 여겨 신고했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 테고, 대부분은 A의 지출이 늘어난 데 대해 의아해하면서도 부러워할 것이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 지출 커져

    그런데 주변 사람의 지출이 커질 때 부러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지출도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주변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면 자기도 돈을 쓰려 하는 경향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성향을 ‘이웃 따라 하기(keeping up with the Joneses)’라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비하면, 그에 따라 자신도 소비한다는 가설이다. 

    일상용품 정도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살 때 자신은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서도 따라 산다면 문제가 된다. 친한 친구를 따라 외제차를 사거나 이웃집을 보고 리모델링에 나서는 경우다. 이런 소비는 재정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재정 상황을 악화하는 ‘이웃 따라 하기’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일까. 이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2016년 수밋 아가르왈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조사다.

    아가르왈 교수 연구팀은 캐나다에서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을 대상으로 재정 상황에 대해 연구했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보통 소비가 늘어난다. 당첨금 액수에 따라 전반적인 소비 수준이 늘어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났다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복권에 당첨되면 앞에서 본 A의 경우처럼 눈에 띄게 소비가 증가한다. 고액 복권에 당첨돼 큰돈을 갖게 되면 차를 바꾸거나,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거나,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명품을 사곤 한다. 수백만 원 정도 금액에 당첨되더라도 좋은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사먹거나 여행을 가는 정도의 소비 효과는 있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은 그동안 자기와 비슷한 경제 수준으로 지내던 사람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러면 어떻게 반응할까.



    차, 집 등 겉으로 보이는 지출 증가

    조지타운대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은 차, 오토바이, 집 등 외부에 드러나는 지출을 늘렸다. GETTYIMAGES

    조지타운대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은 차, 오토바이, 집 등 외부에 드러나는 지출을 늘렸다. GETTYIMAGES

    아가르왈 교수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캐나다에서 1000캐나다달러(현 가치로 약 150만 원) 넘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모두 7377명이 대상이었는데, 최고액은 15만 캐나다달러(당시 2억3000만 원 상당)였다. 이 복권 당첨자들의 주소를 확인한 뒤 복권 당첨자들과 같은 우편번호를 쓰고 있는 행정 구역 주민들을 이웃으로 봤다. 캐나다에서 같은 우편번호를 쓰는 가구는 동일한 건물이거나, 아니면 바로 옆 가까운 지역에 있는 집들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같은 우편번호를 쓰는 사람들의 파산 관련 자료를 조사했다. 복권 당첨자의 소비 수준이 늘어날 때 이웃들이 자기 경제 상황에 맞지 않게 소비 지출을 늘리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파산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조사 결과는 ‘이웃 따라 하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웃이 복권에 당첨되면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웃들이 파산할 확률이 높았다. 복권 금액이 1% 올라갈 때마다 그 지역 파산율은 0.04%씩 상승했다. 복권 당첨 금액이 적으면 이웃의 파산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복권 당첨 금액이 커질수록 이웃들의 파산율도 올라간 것이다. 

    이 효과는 부자들이 사는 동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부자들은 이웃의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고 해서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한 동네에서는 주변에 돈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도 돈을 쓰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또 농촌같이 한적한 지역보다 도시에서 효과가 더 컸다. 도시 사람들이 좀 더 빠르게 주변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따라간다. 유행이 주로 도시에서 번지는 이유일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이 소비를 늘릴 때 모든 측면에서 소비 지출이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파산하면 법원에서는 파산자의 재산 상태를 조사한다. 자산과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한 뒤 재산 목록을 작성한다. 이 목록을 살펴보면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 재산 목록은 일반 파산자의 재산 목록에 비해 외부에 보여지는 품목 비중이 컸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은 차, 오토바이, 집 등과 같이 겉으로 보이는 지출을 늘렸다. 복권 금액이 1% 증가할 때마다 파산한 이웃들의 집 가치는 0.27%, 자동차 가치는 0.21% 증가했다. 고액 복권 당첨자들이 새로 차를 사고 집을 수리할 때 이웃들도 이를 따라 했다는 얘기다. 

    부의 예상치 않은 부정적 측면

    명품 소비는 타인에게 더 나아 보이려는 소비의 대표적 사례다. 2021년 11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오픈런’을 하는 시민들. 뉴스1

    명품 소비는 타인에게 더 나아 보이려는 소비의 대표적 사례다. 2021년 11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오픈런’을 하는 시민들. 뉴스1

    반면, 보험 등 외부로 보이지 않는 품목들은 이전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파산자들과 비교할 때 이런 품목의 비중은 비슷했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 가운데 파산한 이들의 재산 목록을 보면 모든 면에서 지출이 증가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 품목들의 지출만 증가했다. 복권 당첨자의 지출 행위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되는 주된 이유다.

    사람들의 소비 행위는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과시적 소비다. 과시적 소비는 실제 물건의 효용 가치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나아 보이려고 하는 소비다. 명품 소비가 바로 대표적인 과시적 소비의 예다. 이웃 따라 하기 소비는 과시적 소비와는 조금 다르다. 과시적 소비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낫게 보이려는 소비라면, 이웃 따라 하기 소비는 다른 사람보다 못하지 않게 보이려는 소비, 뒤떨어지지 않게 보이려는 소비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비다. 과시적 소비든, 이웃 따라 하기 소비든 자기 재정 상황에 맞지 않는 소비는 재정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캐나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들이 보여준 것처럼 이런 소비는 실제로 경제적 파산을 늘린다. 

    복권 당첨자의 이웃 가운데 파산한 사례가 꽤 관찰되긴 하지만,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았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은 그보다 많을 테다. 복권에 당첨되면 본인은 좋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복권 당첨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이 큰돈을 벌면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가 가져오는 부작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돈의 심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