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24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공직자 부패 방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노인 무임승차 버스 확대 공약을 내놓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자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히며 한 말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김 전 장관이 내놓은 ‘노인 대중교통 무임승차’ 이슈가 6·3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문수 캠프 박수영 정책총괄본부장은 4월 20일 발표한 ‘어르신 교통·주거’ 공약에서 “출퇴근 외 시간대에는 무임승차 제도를 버스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 기준 연령인 만 65세가 넘는 고령층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은 지하철에 이어 버스까지도 특정 시간에는 무료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또 신규 공공주택의 25%는 기초 의료, 돌봄, 식사 서비스를 위한 고령층 편의시설을 의무로 설치한 후 육아 가구와 노인 가구에 특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을 가족과 나라 경제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 공약”이라며 “교통과 주거뿐 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약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복지는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문제”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0년 만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그다음 해 만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췄고, 1984년 전 전 대통령 지시로 ‘전액 면제’로 변경됐다. 당시 시내버스 요금 무료 혜택도 줬다가 1990년 폐지했다.세월이 흘러 한국은 초고령사회가 됐고, 서울교통공사의 지난해 누적적자는 19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그래프1 참조). 지난해 기준 총부채는 7조3474억 원으로, 서울교통공사는 하루 이자만 3억 원 넘게 내고 있다.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빠르게 오르는 동안 지하철 요금 인상(그래프2 참조)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울교통공사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1984년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제 도입 당시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던 만 65세 이상 노인이 지난해 기준 19.2%로 늘어나면서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3월 개최한 ‘서울시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 현황 및 개선에 대한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서울시 도시철도 운영 적자에 영향이 있다는 의견이 76.6%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최근엔 ‘노인 기준 연령 상향’도 논의되고 있다. 이미 대구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023년 7월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올렸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1세씩 올려 70세로 맞추는 대신 버스도 무상 이용 대상에 포함했다.

“공약 발표 때 재원 조달 방법 제시해야”
정치권에서는 즉각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4월 2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노인 무임승차가 겉으로는 경로 우대처럼 보이지만 그 혜택이 수도권 지하철역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노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강원 삼척이나 전남 보성, 충북 옥천에 사는 어르신들에 대한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럼에도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버스까지 노인 무임승차를 확대하자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가 있다”며 “그런 정치인들 때문에 이른바 보수 진영이 지금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만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논란이 확산되자 김 전 장관은 4월 21일 “(해당 공약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이런 비판이라면 (정책) 아무것도 안 해야 한다. 모든 정부 지출이나 재정이 미래(세대) 것을 당기는 거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며 날을 세웠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김 전 장관은 6070세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며 “고령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는 것은 김 전 장관 측 입장에선 무척이나 당연한 선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공약가계부’를 만들어 공약을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며 “발표하는 공약은 반드시 재원 소요와 재원 조달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선거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공약가계부가 이행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