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 [박해윤 기자]
서 교수는 일찍부터 미국 과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주의 신비를 캐는 스타 과학자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11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젊은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미국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NASA 그룹 업적상을 받았다. 미국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 ‘네이처’에 우주 원리 규명 연구에 관한 논문이 게재됐으며, ‘뉴욕타임스’ 과학면에 연구 실적이 집중 소개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워싱턴포스트(WP)’가 발간하는 ‘위클리 매거진’의 표지모델을 장식하며 우주선 연구 성과가 집중 조명받았다.
세계가 주목한 우주선 연구
고려대 물리학과 80학번으로,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86년 미국으로 건너가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서 교수는 메릴랜드대에서 포스트닥(박사 후 과정)을 마친 후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주선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서 교수는 김영기 시카고대 교수와 고려대 물리학과 80학번 동기이다.
우주의 95%가량은 암흑 에너지와 암흑물질이고, 인간이 지금까지 우주에서 파악해낸 물질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서 교수가 천착하고 있는 우주선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높은 에너지 입자를 총칭하는데, 우주의 암흑물질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우주선이 지상에 도착할 때는 공중에서 쪼개져 입자 검출이 어렵기 때문에 지상에 도착하기 전 검출기를 띄워 성분을 측정한다. 서 교수는 우주선 검출기를 개발한 뒤 우주에 띄워 우주 성분을 채집하고 분석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2004년부터 NASA와 공동으로 진행했던 크림 프로젝트는 남극에서 고에너지 우주선 검출기를 띄워 우주선을 측정하는 작업이었다. 서 교수는 “축구장 크기 벌룬에 자동차 3대 정도 무게인 약 3t의 관측 장비를 매단 채 40㎞ 고도에서 비행하는데, 한 번 발사된 벌룬은 한 달가량 남극 상공에 체류하며 우주선을 검출한다”며 “기존에 발사된 벌룬의 비행 기간은 10~20일이었으나 한 달이 넘는 42일 비행 기록을 세웠고, 수년에 걸쳐 7번 성공적으로 비행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당시 미국,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멕시코 등 5개국 100여 명 연구원을 이끌고 우주선 검출기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전 과정을 주도했으며, 남극도 5번 방문했다.
우주 강국 도약하는 한국에 보탬 되길
2014년부터는 NASA와 공동으로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선 검출기를 탑재하는 아이스크림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7년 8월에는 마침내 스페이스-X 로켓에 우주선 검출기를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에 쏘아 올렸다. 당시 스페이스-X 로켓 발사는 서 교수에게 잊지 못할 광경으로 남아 있다. 그는 “로켓 발사를 보는 일은 수많은 사람이 버킷 리스트로 꼽을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며 “피와 땀이 담긴 검출기를 싣고 로켓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재된 검출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험하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서 교수가 표지를 장식한 2014년 10월 31일자 워싱턴포스트 매거진은 그의 독특한 연구원 선정 과정에 주목했다. 실험실에 물리학이나 천체에 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고용하고,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맡겨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험실에서는 전문기술이 필요한 작업 외에도 풀칠이나 가위질 등 의외로 ‘단순한 잡일’이 많은데, 이런 작업은 물리학 지식이 없는 학생도 의욕만 있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지금 자르는 이 종이가 우주선 검출기에 들어가고 우주정거장에 탑재된다’고 얘기하면서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전했다. 실험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소소해 보이는 작업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게끔 지원한 것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우주 연구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워크로, 국제공동연구에서도 기본이 되는 요소다. 서 교수는 모교인 고려대에서 글로벌 인재 양성의 밑거름이 되는 팀워크를 체득했다고 강조한다. 고려대에 입학하면 특유의 ‘우리’라는 개념이 형성되면서 소속감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팀워크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최근 서 교수에게 가슴 설레는 일이 생겼다. 5월에 ‘한국판 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서 우주 강국으로 진일보할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내 역량이 허락하는 한 적극 돕고 싶다”며 “스페이스 미션(Space Mission: 우주 공간을 탐사하는 프로젝트와 연구를 통칭)은 굉장히 복잡하고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크림 프로젝트 등 그동안 쌓은 내 경험치가 한국의 우주 연구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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