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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글로벌 질서 뒤흔들려는 중국·러시아 가스 동맹

中, 우크라이나 사태 주시하며 대만 통일 저울질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美 주도 글로벌 질서 뒤흔들려는 중국·러시아 가스 동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월 4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CGT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월 4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CGTN]

유즈노 키린스코예는 러시아 극동지역 사할린 섬 인근 오호츠크해 해저에 위치한 석유·천연가스전 이름이다. 석유 4100만t, 천연가스 7112억㎥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최대 에너지업체 가스프롬이 2010년 개발에 나선 이곳에선 연간 210억㎥의 천연가스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프롬은 이미 반잠수식 시추 장비를 설치하는 등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데 대한 응징 차원에서 외국 기업이 이곳에서 생산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월 4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가스 공급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가스프롬은 중국 국유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연간 100억㎥의 러시아산 가스를 극동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에 30년간 공급하는 내용의 1175억 달러(약 140조5000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의 파이프라인 공사를 마친 상태다. 가스프롬은 “이 사업이 실현되면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은 연간 480억㎥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구원투수로 나선 中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가스 공급 계약 체결로 미국 등 서방이 예고한 고강도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초강력 제재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해왔지만 러시아 정부는 물론, 중국 정부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가스프롬과 CNPC는 이미 2014년 5월에도 연간 38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30년간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2개월 만이었다. 당시에도 러시아는 중국과 4000억 달러(약 478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활로’를 찾았다.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1단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간인 ‘시베리아의 힘1’. [Gazprom]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1단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간인 ‘시베리아의 힘1’. [Gazprom]

이후 러시아는 2014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천연가스를 중국에 보낼 수 있는 총길이 3000㎞에 달하는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POS)1’이라는 파이프라인 1단계 구간을 건설했다. 1단계 구간은 러시아 차얀다 가스전부터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블라고베셴스크까지다. 중국도 2015년 6월부터 헤이허와 지린성 창링을 연결하는 728㎞의 파이프라인 공사를 시작해 2019년 7월 개통했다. 러시아는 2단계로 2023년부터 차얀다 가스전과 코빅타 가스전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가스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 중국도 2024년 상하이까지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완공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올해 150억㎥, 2025년 380억㎥ 등으로 가스 공급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은 이처럼 러시아와 ‘가스 동맹’을 맺고 미국 측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에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리겠다고 합의했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다면 노르트 스트림2는 더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끝장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2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우스트루가에서 부터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1230㎞에 달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말한다. 이 해저 파이프라인은 950억 유로(약 130조 원)를 투입해 2018년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해 9월 완공됐다. 공사비 절반은 가스프롬이, 나머지는 독일 빈터셸과 유니페르, 오스트리아 OMV,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사 로열더치셸, 프랑스 엔지 등 5개사가 각각 95억 유로(약 13조 원)씩 부담했다. 러시아는 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간 550억㎥ 천연가스를 독일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이 승인하지 않으면서 가동이 보류됐다. 러시아는 앞서 2012년 완공돼 가동 중인 길이 1222㎞의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연간 550억㎥ 천연가스를 독일에 공급하고 있다.

中, 석유 수입 및 반도체 공급도 약속

대형 화물선이 발트해에서 노르트 스트림2 건설용 파이프를 해저로 내리고 있다. [Gazprom]

대형 화물선이 발트해에서 노르트 스트림2 건설용 파이프를 해저로 내리고 있다. [Gazprom]

미국과 독일은 그동안 노르트 스트림2를 놓고 심각하게 대립해왔다. 미국은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을 경우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에너지를 지나치게 의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를 견제하기 위해 이 파이프라인을 악용할 속셈을 갖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독일은 천연가스 수요의 75%를 노르트 스트림1과 2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게 된다. 원자력발전소 17기를 모두 폐쇄하고 2030년까지 전력 소비의 6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인 독일로서는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방의 대(對)러시아 공동전선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미국의 노르트 스트림2 가동 중단 요청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숄츠 총리는 “우리는 함께 행동하고 있고, 절대적으로 단합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단계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러시아와 노르트 스트림2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과 독일의 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러시아와 가스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프롬과 CNPC는 서부 시베리아 가스전에서 생산된 러시아 천연가스를 중국 서부로 공급하거나, 몽골을 경유해 중국 동부로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한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는 CNPC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통해 10년간 석유 1억t을 중국에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 석유는 중국 북서부지역 공장에서 석유화학 제품으로 가공될 예정이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러시아에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경우 대체재로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 공급도 약속했다. 알렉산드르 가부에프 카네기모스크바센터 선임연구원은 “전쟁이 일어난다면 푸틴 대통령은 친구가 필요하고, 그 친구는 부자이자 동맹인 시진핑 주석”이라고 지적했다.

美에 맞서 공동전선 구축 합의

그렇다면 중국이 러시아와 에너지 밀월관계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중국해관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은 1403억㎥를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 대신 도시와 농촌지역에 천연가스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가 중국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3%에서 2020년 8%로 증가했다. 중국은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가스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안정적인 가스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 주석과 중국 정부는 자국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오는 미국으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기보다 러시아와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면서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편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에너지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할 경우 자칫하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산 LNG를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가 됐다. 중국은 지난해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과 생산 부진 등으로 심각한 전력난이 발생하자 미국산 LNG를 대거 사들였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첫 화상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천연가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가스 동맹을 강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만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러시아처럼 무력을 사용해 대만과 통일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이 LNG 수출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에 나설 것이 분명한 만큼, 중국으로서는 미국산 LNG 의존도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나토 확대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며 미국에 맞서 공동전선 구축에 합의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동맹은 앞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양국 모두 미국의 제재 등 압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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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7호 (p42~44)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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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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