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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중국해 무법자 中 해상민병 막아라… 쿼드 해상감시체제 구축 본격화

30만 명 규모의 사실상 제3해군… 각종 분쟁지역 점령 첨병 역할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동·남중국해 무법자 中 해상민병 막아라… 쿼드 해상감시체제 구축 본격화

중국 해상민병 소속 선박들이 떼 지어 항해하는 모습. [VCG]

중국 해상민병 소속 선박들이 떼 지어 항해하는 모습. [VCG]

휘트선 암초(Whitsun Reef)는 남중국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길이 13㎞, 면적 10㎢에 부메랑 모양을 한 이 암초는 필리핀에선 320㎞, 중국에선 1060㎞ 떨어져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 암초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필리핀명 ‘줄리언 펠리페 암초(Julian Felipe Reef)’, 중국명 ‘뉴어자오(牛軛礁)’로 불리는 이 암초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썰물 때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간조 노출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100m가량 사구(沙丘)가 생겨 만조 노출지가 된 상태다. 간조 노출지는 유엔 해양법상 영해나 EEZ 기점이 될 수 없지만 섬이나 만조 노출지로 인정받으면 다르다. 이 때문에 이 암초가 중요한 전략 요충지가 됐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선 수백 척을 보내는 등 이 암초를 자국 영토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였다. 필리핀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는 자국 어선들이 풍랑을 피해 잠시 머무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런데 중국 어선들은 날씨가 좋을 때도 이 암초 인근 해역에 수개월씩 머물렀다. 이 암초를 자국 영토로 만들기 위해 인공 구조물들을 설치하는 등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94년 미스치프 암초(Mischief Reef)와 2012년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 등을 점거할 때도 동일한 방법을 썼다. 이들 암초는 모두 필리핀 정부가 주장하는 EEZ 내에 있다.

퇴역 군인 대거 복무하는 해상민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013년 4월 하이난성 해상민병 부대를 방문했다. [중국 정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013년 4월 하이난성 해상민병 부대를 방문했다. [중국 정부]

중국 정부가 이처럼 교묘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동원하는 어선은 이른바 ‘해상민병((海上民兵·Maritime Militia)’ 소속 선박들이다. 해상민병은 평소엔 어업에 종사하지만, 실상은 중국 해군으로부터 교육과 지원을 받는 준(準)군사조직이다. 병력은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해상민병은 그동안 동·남중국해와 서해 등에서 해군 선봉대로서 적국 함대 이동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 및 항해 방해, 군수품 수송 등 군사 임무를 수행하며, 산호초와 암초 매립, 군사기지 건설, 불법 조업, 각국 어선 조업 방해 등 비군사적 활동을 해왔다. 해상민병에는 중국군 병력 감축에 따라 퇴역한 전직 군인이 대거 복무하고 있다. 이들은 군인처럼 봉급은 물론, 보험과 연금 지원도 받는다.

중국은 1949년 대만 국민당군의 공격을 막으면서 연안 조업과 해군력 열세를 보강하는 수단으로 해상민병을 창설했다. 1920년대 소련에 유학했던 샤오진광(蕭勁光) 중국 초대 해군사령관은 당시 잘 훈련된 소형 선박들로 대형 함대에 맞서는 소련 해군의 전술을 차용해 해상민병을 만들었다. 중국은 1974년 1월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 해역에서 벌인 베트남군과 해전에서 해상민병 선박들을 첨병으로 내세워 승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중국 해상민병 선박들은 미 해군 함정의 항해를 방해하는 등 적대 행위를 자행해왔다. 해상민병 선박 100여 척은 최근에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 100여 일간 상주하며 해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상민병은 중국 해군과 해양경찰에 이어 ‘제3해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등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 해상민병을 ‘리틀 블루맨(Little Blue Man)’이라고 부른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강제병합했을 때 군번과 계급장이 없는, 녹색 군복 차림의 ‘리틀 그린맨(Little Green Man)’으로 불리는 민병을 투입한 것처럼 중국도 해군과 비슷한 파란색 군복을 입은 해상민병을 각종 분쟁 해역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민병은 중국이 군을 개입시키지 않고 분쟁지역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른바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을 구사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회색지대 전술은 분쟁지역에서 정규군이 아닌 민병이나 민간인을 활용해 도발하는 전술을 뜻한다. 중국의 의도는 해상민병을 동원해 동·남중국해 분쟁지역을 평화(백색)도, 전쟁(흑색)도 아닌 중간 단계의 혼란한 상태로 만들어 점령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쟁이라는 레드라인(금지선)보다 낮은 수준의 도발을 감행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런 전술은 도발 의도와 동기를 애매하게 포장함으로써 상대의 대응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때도 해상민병을 대거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류더진 대만 국방부 총감찰장(중장)은 “중국이 해상민병을 대만 침공에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100~300척 떼 지어 불법 조업

중국은 이를 위해 해상민병 선박들에 위성항법장비와 통신장비 및 각종 무기를 탑재했다. 칼 슈스터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중국 해상민병은 자동화기를 싣고 다니고, 선체도 강화해 근접할 때는 매우 위협적”이라면서 “선박의 최고 속력은 18∼22노트(시속 33∼41㎞) 수준으로 대부분 어선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하이난성 탄먼진의 한 해상민병 부대를 방문해 부대원들에게 “현대식 장비 지식을 배우고, 작업 능력을 키우며, 어민을 인솔해 바다에서 돈을 벌면서 동시에 먼바다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섬과 암초 건설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앤드루 에릭슨 미 해군참모대 교수는 “중국 해상민병은 국가가 조직해 발전시키고 통제하는 무력집단(force)으로 군 지휘체계 아래서 운용되며, 국가가 뒷받침하는 행위를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10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진입해 초계 작전을 수행하자 중국 해상민병 선박 수백 척이 달라붙어 압박했던 일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미 해군함정은 외형상 중국 선박들이 군함이 아닌 어선이어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해상민병은 중국의 불법 조업도 주도하고 있다. 통상 어선은 2∼3척으로 구성되지만 해상민병이 주도하는 어선단은 100∼300척으로, 이들은 떼 지어 출몰해 해당 해역에서 각종 어종을 말살하는 ‘싹쓸이’ 불법 조업을 자행한다. 말 그대로 ‘선해(船海)전술’이다. 중국의 이런 불법 조업 때문에 아세안 회원국은 물론 한국, 일본 어선들도 제대로 조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5월 2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4개국 정상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시스]

5월 2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4개국 정상들.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뉴시스]

중국 해상민병이 동·남중국해에서 위협적인 세력으로 부상하자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주도하는 쿼드(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안보 협력체)가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쿼드 4개국 정상은 5월 2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도·태평양 해상영역인식 파트너십(Indo-Pacific Partnership for Maritime Domain Awareness·IPMDA)’에 합의했다. IPMDA는 인공위성 등 원격 탐사 기기를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위치추적 장치를 끈 채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을 감시·추적하는 협력 체제를 말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불법 조업의 95%는 중국 어선들이 자행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IPMDA는 태평양 도서지역, 동남아시아, 인도양 지역 파트너들이 연안지역을 충분히 감시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MDA의 핵심은 싱가포르(남중국해), 인도(인도양), 바누아투·솔로몬제도(남태평양)로 이어지는 기존 네트워크를 연결해 이 지역에 실시간으로 해상을 감시하는 위성기반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쿼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IPMDA는 바다 위 反中 포위망 역할

IPMDA는 중국 해상민병을 견제하는 데도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양이쿠이 연구원은 “IPMDA는 쿼드가 처음으로 중국 해상민병에 대응하고자 합의한 체제”라면서 “정규군 대신 민병을 내세운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에 대응하는 것이 IPMDA의 주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IPMDA가 구축되면 앞으로 불법 조업 감시를 넘어 동·남중국해 등에서 확대되는 중국 해군의 활동도 감시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 정상들이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방적인 힘을 통해 현상을 바꾸려는 일방적인 시도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IPMDA는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중국 선박의 불법 조업뿐 아니라 중국 해군을 상대할 만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 지역 국가의 해안과 EEZ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쿼드의 의도는 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 태평양 등에서 반중 포위망 구축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IPMDA는 중국의 묵인 아래 동중국해 등에서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 등을 밀반입해온 북한 선박 감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345호 (p56~59)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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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1호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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