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탑건: 매버릭’ 홍보차 내한해 인사하고 있다.
현모 좋았어요! 말하기 입 아프죠, 뭐.
영대 ㅋㅋㅋ 저도 엄청 팬이라고 전해줬어요?
현모 ㅋㅋㅋ 죄송해요. 그럴 경황이 없었네요. 그리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죠. ^^;
영대 제가 중학생 때 별명이 톰 크루즈였다고요.
현모 어머, 왜요?
영대 사실 학교에서 자기소개 때 별명을 같이 말하라고 해서 제 마음대로 ‘TC’라고 했어요. ‘탑건’ ‘레인맨’ 같은 영화를 인상 깊게 봤는데, 내 입으로 ‘톰 크루즈’라고 말하긴 좀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이니셜로 말했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톰 크루즈’라는 사실을 알고는 욕하는 애들도 있었고, 어딘가 비슷하다며 계속 불러주는 친구도 많았답니다.
현모 오, 그 정도면 정말 어릴 때부터 팬이었네요.
영대 그렇다니까요. 제 최애 영화 중에는 은근히 톰 크루즈 작품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어 퓨 굿 맨’! 이 영화를 보고 톰 크루즈 말투를 따라 하고, 대사로 영어 공부도 했어요.
현모 대박!
영대 영화에 누가 “내 말 잘 알아들었냐”라고 물으니까 톰 크루즈가 “Crystal”(크리스털처럼 명료하게 알아들었다)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말을 두고두고 써먹었죠. 심지어 ‘아웃사이더’라는 영화는 개봉일이 토요일이었는데, 무려 수업을 땡땡이치고 보러 갔답니다.
현모 찐팬 인정이요! 사실 톰 크루즈는 필모를 통틀어 유명한 명대사가 워낙 많아서 본인도 적재적소에 자주 언급하잖아요. 오늘 저도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탑건’ 대사들을 깨알같이 활용했어요.
영대 ㅎㅎㅎ 그런 디테일은 현모 님 전문이잖아요.
현모 심지어 ‘탑건’은 OST가 워낙 유명해서 주제곡 가사도 좀 인용했는데, 아는 사람들은 그때마다 계속 웃으니까 속으로 뿌듯했죠. 특히 이런 행사에선 ‘시간관계상’ ‘시간이 다 돼서’ 이런 말을 꼭 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참석자들한테 미안하고 아쉽잖아요. 그런데 ‘탑건: 매버릭’에 작전을 수행할 때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Time is our greatest enemy(우리의 최대 적은 시간이다)”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런 말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더니 톰 아저씨가 환하게 함박웃음을 짓더라고요.
영대 오호, 그럴 때 빨리빨리 하라고 오리지널 ‘탑건’의 명대사 “I feel the need… the need for speed!(속도가 필요해)”를 던져도 되겠다.
현모 ㅎㅎㅎ 제작진이 톰 아저씨에게 ‘톰 크루즈’ 이름이 각인된 전통 자개 도장을 선물했는데, 종이에 계속 찍어보면서 마음에 들어 했어요.
영화 ‘탑건: 매버릭’ 포스터. ‘탑건: 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 분)의 이야기를 다룬 블록버스터다. [네이버영화]
현모 맞아요. 현재 촬영 중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2’의 내한이 확정됐어요. 톰 아저씨가 인터뷰 끝나고 내년 여름에 또 보자고 친절하게 악수해주더라고요.
영대 대박!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나 봐요.
현모 이미 공식적으로 한국을 10번이나 방문해 최다 내한 기록 보유자인데도 앞으로 30번, 40번 더 오겠다고 했어요. 옆에 있던 누군가가 “Korea is a country of fans(한국은 팬들의 나라)”라고 설명했는데,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정확한 표현이더라고요. 한국인에게는 스타를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덕질하고, 마치 내 가족처럼 관심 가지면서 챙겨주는 정서가 있잖아요.
영대 맞아요. 한국은 덕후의 나라라고 할 수 있죠.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일종의 질서와 교양이 있는 팬덤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있는 거 같아요.
현모 케이팝 영향도 진짜 크죠. 이번에 내한한 멤버들이 공교롭게도 남자만 6명이었는데, 포토타임 때 각종 한국식 아이돌 하트를 구사하면서 자기들끼리도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농담으로 자신들이 새로운 ‘케이팝 보이밴드’라고도 했고요. 한국식 놀이나 문화가 서구권에서 일종의 ‘레퍼런스’ 역할을 하게 된 게 얼마 안 된 일이잖아요.
영대 그죠. 어찌 보면 그들에게 새로운 기준이 된 거죠.
현모 근데 진짜 놀랐던 게 최근 만난 1990년대 후반생들이 톰 크루즈는 알아도 ‘탑건’은 모르더라고요. 태어나기 전 개봉한 영화니 그렇겠지만, 한편으로 톰 크루즈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3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주역으로 속편을 찍고 제작했다는 게 어마어마한 일이잖아요.
영대 그럼요. 사람들이 톰 크루즈를 보고 “동안이다” “안 늙었다” “몸이 그대로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진정 중요한 건 마인드 같아요. 외모를 젊게 관리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나이와 위치, 경력에도 여전히 현역 마인드로 뛴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현모 격하게 동감이요! 정상에 섰으면 이제는 멋지게 박수 받으면서 은퇴할 수도 있고, 혹은 차기작 성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저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는 세상 평가나 경제적 성과를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꿈과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거 같더라고요.
영대 한마디로 그는 ‘스펙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과 싸움, 본인만의 여정을 이어가는 거죠.
현모 이번 영화에도 그런 측면이 있는데, 주인공 매버릭이 30여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계급이 ‘대령’에 멈춰 있어요. 아이스맨 같은 동기들은 대장이 됐는데도요. 그 이유가 비행할 수 있는 최고참 계급이 대령이어서 승진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유추되더라고요. 그에게는 타이틀이나 별 개수보다 하늘을 나는 일이 즐거운 거죠.
영대 “내가 이럴 짬밥이 아닌데” “이건 후배들이나 하는 일이지”라는 생각이 없으니 가능하다고 봐요.
현모 맞아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본인이 직접 솔선수범해 비행도 더 하고, 몇 달간 훈련을 받고, 매일 후배들이 쓴 훈련일지까지 교관처럼 꼼꼼히 리뷰하고 피드백을 줬다고 하니 어찌 후배 연기자들이 몸을 사리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었겠어요.
영대 와, 톰 크루즈가 곧 매버릭이고, 매버릭이 곧 톰 크루즈군요.
현모 아앗! 이 대사를 까먹고 안 했네요. 영화의 마지막을 감동적으로 장식한 한마디, “It’s been an honor, captain(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걸 끝인사로 했어야 하는데!
영대 또 볼 거니까! 다음에 하세요. ^^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