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돼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처지 달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전개돼 있다. 동아DB
우선 이스라엘은 이란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중간에 요르단·시리아·이라크 등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들이 있다. 이스라엘 동부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이란 국경선까지의 거리는 900㎞가 넘는다. 무엇보다 이란에는 이스라엘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이란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한 이스라엘이 미사일 발사대를 보는 족족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전 열흘 후부터 이란에서 이스라엘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 개수는 하루 한 자릿수로 줄었고 대부분 요격된다. 간혹 요격되지 못한 미사일이 있어도 사상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란에서 이스라엘까지 미사일이 날아오는 데 10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미사일이 떨어질 때쯤 이스라엘 국민 대부분은 안전한 방공호로 피신한 뒤다.
우크라이나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국토 면적은 한국의 6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3800만 명 정도로 인구밀도가 훨씬 낮다. 키이우는 격전지 도네츠크 전선에서 500㎞ 이상 떨어져 있고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드니프로는 자포리자 전선에서 100㎞ 이상 떨어져 있다. 최근 러시아는 하루 평균 100~200발, 많게는 700발의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쏜다. 장거리 자폭 드론도 수시로 동원한다. 이들 무기는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흩어져 날아간다. 가끔 미사일이 대도시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드론은 90% 이상이 도시 외곽에서 격추된다.
하지만 한국은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서 불과 40㎞ 거리에 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과 포병 무기가 서울과 수도권을 때릴 수 있다. 한국을 노리는 북한 포병 전력은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 밀도로 평가된다. 야포 8800문와 방사포 5500문, 셀 수 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이 주축이다. 서울, 인천, 경기 전역이 사정권인 240㎜ 방사포는 최소 200문이 있다. 각 방사포는 22연장 발사기를 가지고 있어 단숨에 4400발의 로켓탄을 퍼부을 수 있다. 화성-11라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차량만 250대가 배치돼 있다. 북한은 4연장 발사기도 갖고 있어 한꺼번에 1000발을 날릴 수 있다. 600㎜ 방사포는 6연장 모델 30문, 5연장 모델 50문이 배치됐다. 탄도미사일 수준의 이 방사포도 430발이 연달아 날아올 수 있다. 여기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화성-11가, 화성-11가의 고위력 버전인 화성-11다,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라는 화성-11나, 화성-5·6·7 계열 미사일까지 더하면 유사시 서울과 수도권 하늘은 우박처럼 쏟아지는 미사일과 로켓탄으로 뒤덮일 것이다.
무산된 이스라엘 아이언돔 도입 논의

북한은 2024년 5월 초대형 방사포 ‘위력시위사격’을 실시했다. 뉴시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내에선 이스라엘제 아이언돔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방공작전 책임 고도를 놓고 공군과 육군이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도입 논의는 무산됐다. 이어서 나온 ‘한국형 아이언돔 자체 개발 및 배치’ 논리로 아이언돔 도입은 원천 봉쇄됐다. 필자는 사거리와 동시 요격 능력, 가격 등 모든 조건에서 아이언돔이 북한 미사일·방사포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그런 아이언돔 직도입을 포기하고 자체 개발을 선택하면서 10년 이상의 방공 공백이 발생했다는 게 필자 판단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은 어떻게 막을까. 이를 위해서는 대량의 요격미사일을 갖추고 다단계·중첩 방공망을 구축해야 한다. 탄도미사일은 상승-중간-종말단계를 거쳐 표적에 도달한다. 미사일 방어 작전은 각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교전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SM-3와 SM-6 같은 장거리 요격무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에야 SM-6 구매 결정이 내려졌지만 시기도 늦고 수량도 적다.
한국군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고 요격 성공률도 낮은 종말단계 하층 방어 수단 도입에 집중해 왔다. 중고 PAC-2로 8개 포대를 구매한 패트리엇의 경우 포대는 PAC-3 사양으로 개량했지만 요격탄은 여전히 구형 GEM과 GEM-T가 주력이다. 북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신형 MSE 미사일은 단 64발만 구매했다. 10개 포대를 운용 중인 천궁-Ⅱ는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패트리엇의 절반에 그쳐 방어 가능 구역이 극히 좁다. 이런 종말단계 하층 방어 무기로만 MD 전력을 구성하면 물량이라도 최대한 늘려야 한다. 국토 면적이 경기도 정도밖에 안 되는 카타르가 이란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막기 위해 PAC-3를 11개 포대나 깔아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한미군에는 종말단계 상층 방어 자산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1개 포대, 종말단계 하층 방어 자산인 PAC-3 8개 포대가 배치돼 있었다. 한국군 전체 패트리엇 전력보다 강력한 전력이다. 그런데 이들 자산은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대거 중동으로 빠져나갔다. 사드는 발사대 6대 중 5대, 패트리엇은 2~3개 포대가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반출은 종말단계 상·하층 방어 체계로 이뤄진 한·미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서 상층 단계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패트리엇이 빠졌다는 것은 하층 방어에 구멍이 생겼다는 뜻이다.
北 2·3파 공격 막을 공중전력 약화

한국에 전개된 미국 공군 F-16 전투기. 동아DB
이 문서는 표적이나 가용 전투기와 무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가용 전투기란 한국과 주한미군 전투기, 전시 즉각 증원될 수 있는 미군 전투기를 뜻한다. 무장은 전시 한국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에 즉각 제공될 수 있는 공대지 미사일과 폭탄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수량을 크게 늘렸다. 당연히 한·미연합공군의 전투기와 미사일, 폭탄도 늘어야 한다.
그런데 북한 위협을 제거할 전투기와 폭탄은 줄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해 9월까지 오산에 주둔하던 A-10C 공격기 24대 전량을 철수시켰다. 군산기지의 제8전투비행단 예하 2개 F-16C/D 비행대는 오산 제51전투비행단으로 통합시켰고 전체 F-16은 72대에서 62대로 줄였다. 단숨에 주한미군 전투기가 기존 96대에서 62대로 준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레이저 유도폭탄 키트인 페이브웨이가 1000개나 반출됐다.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페이브웨이는 북한의 갱도 진지와 이동식 미사일·로켓 발사기를 정밀 타격하는 데 필요한 대화력전 무기다.
北 ‘서울 불바다’ 만들 능력·의지 강화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추가 도입한 전투기는 1대도 없다. 미국의 무기 수출을 총괄하는 국방안보협력국(DSCA)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봐도 같은 기간 한국군이 JDAM이나 페이브웨이 추가 물량을 주문했다는 기록도 없다. 지난 1년 동안 한·미연합군의 대화력전 능력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유사시 북한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기와 대구경 방사포의 생존율을 높인다. 그들이 우리 땅으로 2탄, 3탄을 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북한은 ‘서울 불바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막을 방패, 그 발사대를 파괴할 창은 모두 줄어 들었다. 대북 억지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