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45

..

‘혁신위·민들레·새미래…’ 국민의힘 주도권 쟁탈전 돌입

2024 총선 공천권 두고 시끌… 여당 내부 상호 견제 긍정 시각도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6-26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민의힘 김기현, 장제원,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동아DB]

    국민의힘 김기현, 장제원, 안철수 의원(왼쪽부터). [동아DB]

    “세상살이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친한 의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내 모임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지만 친분 관계에 따라 모임에 든다. ‘민들레’(민심을 들을래)에 가까운 의원이 여럿 있어 참여할까 했는데 계파 논란이 생겨 말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모임에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지 않았나. 오늘 ‘새미래’(혁신24 새로운 미래) 세미나를 가보니 권 원내대표도 자주 참석하겠다 말하고, 분위기가 좋더라.”

    국민의힘 내에서 부상 중인 민들레와 새미래 모임을 두고 참여 여부를 고민하는 한 의원의 말이다. 비단 이 의원뿐 아니다. 최근 여당 의원들은 당내 모임 참여건으로 부산하다. 정권이 교체되자 국민의힘 내부를 무대로 2차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진의원들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대권 잠룡들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위한 당권 장악이 1차 목표다.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당대표의 징계 여부가 7월 7일 결정되는 만큼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기현 모임, “규모가 의원총회 수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이 주도권 쟁탈전의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6월 22일 국회 공부 모임 새미래를 발족했다. 계파 논란으로 친윤석열(친윤)계가 주축인 국민의힘 의원 모임 민들레 발족이 늦춰진 사이 치고 나간 셈이다.

    새미래의 표면적 목표는 차기 총선 승리 견인이지만 당내 시각은 다르다. “당대표 도전을 위한 세 규합이 실질적 목표가 아니냐”는 것. 김 의원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그는 2020년 6월 26일부터 금요 공부 모임인 ‘금시쪼문’(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어 문제를 해결한다)을 운영했고, 이듬해 이를 발판 삼아 원내대표에 당선했다.

    김 의원 입장에서 상황은 이전보다 좋다. 금시쪼문은 첫 모임에 25명이 참석했지만, 새미래는 비회원 8명을 포함해 의원 48명이 참석했다. 비공식적으로 들른 의원까지 합치면 참석자가 50여 명에 육박한다. 국민의힘 전체 의석수(115석)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 임기 동안 당내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점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계파 성격이 옅은 공부 모임인 덕에 참여 문턱이 낮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 의원 측은 “신청자가 늘어 회원이 50명을 넘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친윤 모임, “소나기는 피해가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축하하고 있다. [동아DB]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축하하고 있다. [동아DB]

    친윤계가 주축이 돼 관심을 받았던 민들레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당초 민들레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 활동한 의원 다수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김정재, 박수영, 배현진, 송석준, 이용, 이용호, 이철규, 정희용 의원 등으로 모두 친윤 성향이다. 다만 계파 우려가 일자 장 의원은 “정우택 선배, 조해진 의원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조 의원은 ‘비(非)핵관’으로 불린다.

    이 같은 노력에도 친윤 그룹이라는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다. 당정 협의체 성격을 띨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계파 형성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졌다. 결국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가 “단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고 지양하는 것이 맞다”며 제동을 걸었고 발족이 미뤄졌다. 장 의원은 민들레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들레는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들레 간사를 맡은 이용호 의원은 “민들레 열차를 잠시 멈추고 의견을 나눠보는 게 필요하겠다. 오해를 풀고, 소나기는 피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로 표현한 것이다. 이 의원은 계파 논란이 잦아들 때까지 조직 활동을 멈추고 모임 성격도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도 주요 변수다. 안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부 모임은 바람직하다. 벽을 낮춰 누구든 참여하고, 여야 구분 없이 모이면 더 좋을 것”이라며 민들레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안 의원이 친윤 그룹과 손잡고 세를 형성하지 않을까라는 관측은 예전부터 있었다. 안 의원은 합당 과정에서부터 장제원 의원과 인연을 이어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과정에서 최고위원 2명 추천권을 보장받았는데, 친윤계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안 의원과 친윤 그룹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의원은 당내 뿌리가 없는 만큼 당내 주류인 친윤 그룹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친윤 입장에서도 안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세력과 손잡으면 불안하지만 개인과 손잡으면 그렇지 않다. 친윤 그룹은 안 의원에 대한 경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가 추진한 ‘혁신위원회’(혁신위)도 국민의힘 당내 주요 세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6월 23일 닻을 올린 혁신위는 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을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됐다. 김미애, 서정숙, 한무경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조해진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3050세대가 주축이다. 혁신위는 공천 등을 중심으로 정당 개혁 의제를 발굴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위, 이준석 징계가 변수

    혁신위가 공천권 개혁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당내 주도권 싸움에 본격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논의하는 자리에서) 개인의 힘에 좌우되는 것이 아닌,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등 추상적인 얘기가 오갔다”며 공천 개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와 최 위원장이 혁신위를 통해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가 핵심 변수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7월 7일 이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이상 징계 결정을 받으면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다.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를 받더라도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날 경우 혁신위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새미래, 민들레, 혁신위 등 다양한 당내 조직이 형성되면서 “계파정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계파정치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여러 계파가 상호 견제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정치 토양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너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그것이 더 문제”라면서 “영국은 양당제 의원내각제 양상으로 국정이 운영되지만, 당내 다양한 계파가 형성돼 독재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45년 흘렀어도 현재진행형인 ‘12·12 사태’

    비상계엄으로 명예·자존심 손상된 707특임단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