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채용박람회 모습.
한 신문에서 보도한 사례를 보면, 대학 졸업 후 연봉 3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23세 젊은이는 부모에게 월 300달러의 수표를 보조받고, 휴대전화 요금도 부모가 내준다. 심지어 휴가철에는 휴가비도 찔러준단다. 타마라 드라우트라는 작가는 ‘왜 미국의 2030세대는 혼자 못 살아가나’라는 책을 냈을 정도다. 그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학비, 함부로 쓰는 신용카드 등으로 인해 졸업할 무렵이면 평균 2만 달러의 빚을 안고 있다. 부모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부모에게 기대며 반독립·반의존적 삶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4년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34세 남성 중 45.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는 기혼자도 포함된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정식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부모의 지원에 의지해서 사는 25~35세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1000유로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 달에 1000유로,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조금 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전 세계가 똑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좀 다를까?
통계청 자료를 보니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20대 가구의 근로소득이 2005년 3분기에 월 258만원이었는데, 이 수치는 1년 전보다 8.4%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부모에게서 받은 생활보조금 등 이전소득이었다. 월평균 45만6000원이나 된다.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는 독립가구이면서도 연간 547만원을 부모에게 받아 쓰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 중에 일도 하지 않고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이들을 ‘니트족’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니트족은 1990년대에 약 20만~30만 명 정도였는데, 노동연구원이 2004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서, 혹은 구하기 싫어서 취업하는 것조차 포기한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말이다.
왜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물론 나라마다 조금씩 이유가 다르겠지만, 대체로 다음 몇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부모의 부(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부모 세대는 1960년대부터 80, 90년대까지 경제성장의 효과에 힘입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들을 현금이 고인 세대라는 뜻으로 ‘스톡세대’라고 부른다. 이 스톡세대의 자녀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한마디로 비빌 언덕이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지체되면서 일자리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 직원을 뽑기보다 경험과 지식을 습득한 경력자를 선호한다. 젊은이들은 이런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여기에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가세한다. 여유 있는 부모의 지원에 기대서 좀더 오래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청소년기가 지나면 바로 성인이었다. 그러나 반독립, 반의존적 삶을 사는 이들 세대가 등장하면서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 중간 단계가 존재하게 되었다. ‘타임’지의 지적대로 이러한 현상은 이 세대만의 잘못이 아니다. 무엇보다 고용시장의 구조조정으로 신규 진입자들에게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들에게 성인이 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