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급등락하고 있다. GettyImages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로 대응한 중국에는 145%까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는 기본관세 10%를 유지하되 75개국의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했다. 또 다른 상대국들에 대해서는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일부 품목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등 이전보다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관세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아직 지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100%를 넘어서면서 수치가 주는 의미는 퇴색된 반면, 다른 상대국들과의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는 점에 안도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정책, 외환시장 변동성 키워
하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4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화 가치) 역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그래프1 참조). 그렇다면 올해 남은 기간 미국달러와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까.먼저 미국달러는 올해 완만한 U자형 경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상대국들이 보복관세 대응이 아닌 협상을 진행한다면 미국달러는 2∼3분기 미국의 성장 둔화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두 차례(6·9월) 금리인하 등으로 약세를 나타내다가 기업 투자 사이클이 회복되는 하반기 중반 이후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프2 참조).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이론에 따르면 미국달러는 미국 경제가 주요국과 비교해 호황이거나 침체일 때 강세를 보이고,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돼 주요국과의 펀더멘털 격차가 축소될 때 약세를 보였다. 실제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주요국 대비 양호하자 강세를 보인 반면, 올해 들어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달러인덱스에서 비중이 큰 유로존 경기가 재정지출 확대 기대 등으로 회복 모멘텀이 조성되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지만, 이보다는 기업의 투자가 보류되고 고용 계획이 보수적으로 옮겨가면서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미국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의 규제 완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추진, 시차를 둔 상호관세 협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국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 둔화로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돼 우호적인 유동성 여건이 기업의 투자 사이클을 뒷받침하면 연말로 갈수록 미국의 경기 모멘텀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플레이션 부담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관세 충격이 미국 물가 전반에 즉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관세 부과 우려에 수입량을 큰 폭으로 늘리며 재고를 미리 쌓아놓았다.
관세 충격에 따른 수요 둔화는 물가의 단기적 안정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배럴당 60달러(약 8만5000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3월 말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했던 유가의 하락은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상품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수요 위축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기업은 단기적으로 마진을 희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국내에서 대체품을 찾거나 공급망에 변화를 주는 움직임을 강화할 수 있다.

성장 부진 우려가 인플레 압력 완화
하지만 이런 기업의 비용 증가와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보류 등은 결국 노동시장 둔화로 이어지며 성장 부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것이다. 따라서 대외 불확실성이 큰 환경이지만, 올해 2분기와 3분기 중 약세 구간에 머물던 미국달러는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미국 성장이 회복되면서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달러 흐름에 주로 연동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1400원대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겠지만,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원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며 14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 그리고 하반기 후반으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도 1400원 중반대로 다시 반등하는 U자형 경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