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10월9일 한국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32.60포인트(2.41%) 급락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은 그동안 우리가 공동 피해자로 머물러왔던 과거의 크고 작은 지정학적 위험과 달리 직접적 피해자가 된다는 측면에서 피해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석유파동처럼 온 세계가 함께 ‘얕게 베이는’ 위기가 아니라 한국 혼자서만 ‘깊게 베이는’ 위기다. 우리가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반사이익을 얻는 위기라는 얘기다. 그래서 더욱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해외자본 이탈 우려 등 경제활동 위축 불가피할 듯
북 핵실험으로 인해 파생될 경제적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험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불확실성에 있다. 핵실험을 바라보는 해외 주요국의 싸늘한 시선으로 보아 북한에 강력한 제재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로 인해 전개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해외자본의 이탈이다.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글로벌 위기상황 때마다 미국 금융시장은 해외자본의 이탈을 경험했다. 미국 금융시장이 그럴 정도인데 한국 같은 이머징 마켓은 말할 것도 없다. 위기상황이 생기면 투자자들은 어김없이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북 핵실험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도 해외자본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물론 북한과 미국의 대치 국면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전개될지에 따라 충격은 크게 달라진다. 위기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어김없이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던 만큼 이번 위기도 조기에 종료될 수만 있으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동안의 경과로 미뤄볼 때 뚜렷한 해결책 없이 장기간 대치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증폭될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이 금리와 환율 같은 주요 경제 변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자본의 급격한 이탈이 불러올 환율 상승,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초래될 금리 상승이 위기의 중심에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이러한 불안감을 불식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유동성을 대폭 확대하면서 자금시장 안정에 온 힘을 기울이는 미국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일시적으로 조세를 감면해 소비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경제동향을 수시로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이런 처방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다 거두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가동되고 있다는 믿음을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지나야 하는 심약한 나그네가 두려움에 짓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