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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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도 사라진 ‘이’ 미국선 버젓이 활개

  • 입력2006-10-18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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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저 ‘이’ 검사하고 왔어요.”

    얼마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냈다. 양호교사가 전교생을 상대로 이 검사를 한 뒤 이가 발견된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반(30명)에 적어도 한 명에게서 이가 발견됐다는 것이 딸의 설명이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이가 나온 학생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쭛쭛 머리에서 이가 발견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딸은 전했다.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에서 자란 딸은 이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책을 통해서만 들었을 정도로 한국에선 ‘멸종동물’이기 때문이다.

    올해 마흔 살로 시골 출신인 나는 그래도 이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촘촘한 참빗을 이용해 이를 잡고 서캐를 잡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는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이가 세계 최고 선진국을 자랑하는 미국에 있다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며칠 뒤 학교에서 통지문이 왔다. 한 학부모가 자녀의 머리에서 우연히 이를 발견, 학교에 통보해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통지문은 ‘이가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적어도 2주 동안 정기적으로 자녀의 머리에 이가 있는지 관찰하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영어로 이가 ‘louse’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의 알인 서캐가 ‘nits’라는 사실은 이때 처음 알았다. 그러면서 일단 서캐가 발견되면 약으로 모든 서캐를 없앨 수 없는 만큼 약국에서 ‘특수 빗’을 구입해 제거하라고 알려줬다. 한국에서 참빗으로 서캐를 잡았듯 미국 약국에서도 특수 빗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 주(州) 리지우드는 미국의 전형적인 주거지역으로 중산층이 많이 산다. 그런데 이런 곳에 이가 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미국은 초등학생의 25%가 이에 옮은 적이 있고, 매년 1200만 건씩 이가 발견되고 있어서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약국에서는 다양한 이 퇴치 약이 판매되고 있었다.

    왜 미국에는 이가 많을까? 미국 학생들은 머리를 자주 안 감는지, 머리를 많이 길러서 그런지, 카펫 생활을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독한 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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