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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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광’ 트럼프 상대할 대선 주자들 골프·영어 실력은…

홍준표 아마추어 고수, 이재명 초보… 영어는 한덕수·이준석·한동훈 출중

  •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입력2025-04-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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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9일 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가 1000만 원 상당의 일본제 혼마 골프채를 선물했다.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향 저격’ 선물을 건넨 셈이다. 이후 그들은 일본과 미국에서 5차례 골프 회동을 가지며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편하게 부를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다졌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2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있다. 일본 내각 공보실 제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2월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있다. 일본 내각 공보실 제공

    트럼프 재선 직후 재빨리 워싱턴으로 날아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자주 비교됐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간 통화 시간이 5분에 그치자, 일본 언론은 고교 시절 골프부에서 활동했던 이시바가 10여 년간 사실상 끊었던 골프채를 다시 잡을지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필드에서 골프 외교를 적극 활용해왔고,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려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보다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낫다”고 말한 바 있다. 골프가 좋든 싫든, 골프를 잘하든 못하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는 각국 정상에게 골프는 현실적인 외교 수단이 돼버렸다. 이는 6월 4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골프 실력도 단순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유권자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통상 현안 푸는 데 ‘골프 외교’도 관심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골프 실력이나 라운딩 이력을 구체적으로 밝힌 정치인은 없다. 대부분 골프를 안 치거나, 칠 줄은 알아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 외교에서 골프가 비공식적인 소통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정치인의 골프’에 대해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 애호가다. 스스로 30년가량 골프를 즐겼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과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나 인터뷰 등에서 골프를 종종 언급했고, 본인의 취미 중 하나로 골프를 꼽기도 했다. 그의 골프 실력은 ‘80대 중후반 타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표 참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권의 ‘숨은 고수’다. 보수 진영의 한 시사평론가는 “한 전 대표가 지금은 골프를 치지 않지만 군대에 있을 때 싱글을 쳤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역 없이 대화도 가능해 트럼프와 (골프를 하면서) 죽이 아주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고수급이다. 유 시장 측은 “바쁜 시정으로 최근 1년간 골프채를 잡지 않았지만 80대 초반 수준의 실력”이라고 전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1996년 총선을 통해 일찌감치 정계에 입문한 김 전 장관은 주변에서 “골프를 못 치면 큰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는 충고에도 골프 치는 시간이 아까워 여전히 ‘골프를 못 치는 정치인’으로 남았다고 한다. 안 의원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어서”라며 “골프도 바둑도 못 배웠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 측은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골프와는 거리를 뒀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골프를 칠 줄은 알지만 최근 몇 년간 라운딩 경험이 거의 없고, 실력은 초보자 수준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한때 골프 모임을 갖기도 했으나 자주 치지는 않았고, 정치인이 된 후에도 골프 라운딩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남시장 재직 때부터 이 전 대표와 함께 일해온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전 대표의 거의 모든 해외 출장에 동행했는데 문제가 됐던 골프 모임(2015년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이 포함된 라운딩) 외에는 이 전 대표가 해외 출장 중에 골프를 친 기억이 없다”며 “이 전 대표는 골프를 칠 줄만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골프 실력은 거의 초보자 수준”이라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아예 골프를 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통상적 영어 대화 가능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이 성사된다면 정상 간 직접 소통도 중요한 외교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영어회화 실력도 주목을 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주미 한국대사를 역임한 한덕수 권한대행과 하버드대를 졸업한 이준석 의원의 영어 실력은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사 출신으로 미국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한 한동훈 전 대표와 행정고시 출신인 김동연 지사, 유정복 시장도 국제 행사에서 영어로 자유 토론이 가능한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전 대표, 김문수 전 장관 등 다른 후보들은 유창하지는 않지만 해외 출장에서 영어로 통상적인 대화는 무난히 소화할 정도의 소통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145% 관세가 부과되는 게 현실”이라며 “국익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데 필요하다면 당장은 골프를 안 치는 대선 주자라도 ‘골프 외교’를 위해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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