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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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패트리엇·사드 미사일, 중동 배치 정황

對이란 군사 조치 준비… ‘트럼프 리스크’에 한국도 안보전략 수정해야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4-1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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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주한미군 제공

    주한미군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주한미군 제공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하마스 배후에 있는 이른바 ‘저항의 축’이 개입하자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대됐다. 레바논·시리아·이라크·예멘 등에 있는 친(親)이란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과 역내 미군 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은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남쪽의 예멘 서쪽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은 홍해로 들어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그뿐 아니라 아덴만 일대를 지나는 선박에 미사일과 드론을 무차별적으로 날렸다. 이에 상당수 선박이 홍해-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도는 항로로 우회해야 했다. 결국 세계 각국에서 물류 지연과 운임 증가에 따른 피해가 일어났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런 피해를 야기한 주체가 특정 국가가 아닌 친이란 무장 세력이라는 사실이다.

    이란 핵·미사일 불법 유통 우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찾아 “지난 16개월 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이 주도하는 테러의 축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평가처럼 이른바 ‘저항의 축’은 최근 크게 약화됐다.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거의 붕괴됐고, 레바논 남부를 사실상 통치하던 헤즈볼라도 지도자 대부분을 잃고 와해됐다. 이란과 협력하던 시리아의 알아사드 독재정권마저 내전에서 패배해 축출됐다. 이제 남은 것은 예멘 후티 반군과 이라크 인민동원군, 그리고 저항의 축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이란뿐이다. 현재 미국은 후티 반군에 맹공을 가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초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에게 서한을 보내 ‘2개월 시한’을 제시했다. 이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이를 위한 실질적 협상안을 2개월 내에 가져오지 않으면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고가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 즉각 답변하는 대신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는 길을 택했다. 카젬 가리브 아바디 이란 외무차관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차관급 접촉을 가진 것이다. 이들 3국은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일방 제재는 종식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후에도 이란은 여러 차례 미국의 직접 협상 요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갈등하는 이유는 이란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란이 저항의 축을 비롯한 지하 네트워크를 통해 대량의 불법무기를 유통한 바 있음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다시 말해 김정은 체제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북한 핵무기와 달리 이란 핵무기는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은 이번에도 이란이 협상을 거부하거나 기만술을 쓸 경우 군사 옵션을 사용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과거 미국이 굴복시킨 이라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군사력을 지녔다. 46만4000명에 달하는 이란이슬람공화국군과 12만5000명 규모의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 예비군을 합쳐 즉각 동원 가능한 병력만 96만 명에 이르는 군사 대국이다. 이는 법집행사령부나 바시즈 등 준군사조직은 제외한 규모다. 이란의 재래식 군사 장비 대부분이 낙후됐지만 문제는 막대한 양의 미사일, 드론 같은 비대칭 전력이다. 이란은 장거리 투발 무기 대부분을 이동식발사대에 통합했고 이를 요새화된 지하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이 무기들은 유사시 중동 전역의 미군 거점과 미 해군 함대, 경우에 따라 유럽 국가에까지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란군 열병식에 등장한 자하드 탄도미사일. 뉴시스

    지난해 9월 이란군 열병식에 등장한 자하드 탄도미사일. 뉴시스

    미·영·프 6개 항모 전단 집결 눈앞

    최근 미국은 군사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사시 이란을 확실히 제압하고자 압도적인 군사력을 중동에 집결하고 있다. 이미 해리 S. 트루먼 항공모함(항모) 타격전단이 중동에 배치돼 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로 중무장한 순항미사일 원자력잠수함(원잠) 조지아가 항모 전단을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작전 중이던 칼 빈슨 항모 전단에 중동 출동 명령을 내렸다. 서태평양 전략 순찰 임무를 수행 중이던 순항미사일 원잠 오하이오도 하와이를 출항해 서진하고 있다. 칼 빈슨 전단은 4월 4일 말라카 해협을 통과했고 4월 둘째 주 이란 인근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텔스 전투기가 배속되지 않은 해리 S. 트루먼 전단과 달리 칼 빈슨 전단에는 F-35C 전투기 16대로 완편된 제97전투비행대가 배속돼 있다. 이들은 먼저 요르단에 전개된 제388전투비행단 소속 F-35A 전투기 12대와 함께 유사시 테헤란 등 이란 중심부 정밀 공습 작전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각 1개씩 항모 전단을 더 준비하고 있다. 대서양에서는 3월 15일부터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배치 전 최종 리허설 훈련인 COMPTUEX에 돌입했다. 이 훈련은 통상 한 달 일정으로 진행된다. COMPTUEX는 임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실시되는 경우도 있어 제럴드 R. 포드 전단은 4월 중순 이후에는 중동 투입이 가능하다. 태평양에서는 니미츠함이 4월 1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를 출항해 작전 배치(deployment)에 들어갔다. 니미츠 전단에는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5척이 배속돼 있다. 이들 군함이 전속 서진할 경우 4월 셋째 주에는 이란 인근 해역에 도달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개월 시한이 끝나는 시점 전에 항모 4척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영국은 F-35B 24대를 실은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항모를 중심으로 한 제25항모타격전단을 출격시켰다. 4월 1일에는 프랑스 샤를 드골 전단이 지부티에 입항한 것이 확인됐다. 미국·영국·프랑스 항모 전단이 모두 합류할 경우 걸프전 이후 처음으로 6개 항모 전단이 집결하는 셈이 된다.

    미국은 항공 전략자산 투입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테헤란에서 5200㎞ 떨어진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에 B-2A 스텔스 폭격기 6대를 보낸 것이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B-2A 전력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가동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장 투입 가능한 모든 스텔스 폭격기가 디에고 가르시아에 전개된 셈이다. 미국 측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공개출처정보(OSINT)를 취합하면 이스라엘,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에 F-15E·A-10C 등 전술기와 KC-135 지원기가 대거 증원된 정황도 보인다.

    미국 해군 해리 S. 트루먼 항공모함. 미국 해군 제공

    미국 해군 해리 S. 트루먼 항공모함. 미국 해군 제공

    미국, 한국에서 방공자산 차출

    미국은 중동에 대거 증원된 전력을 보호하고자 각지에서 방공 전력도 차출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많은 방공자산이 반출된 지역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ADS-B 시그널로 확인한 것만 20대에 달하는 C-17A 수송기가 오산공군기지를 이륙해 바레인 이사(Isa) 공군기지로 날아갔다. 필자는 중동과 미군 소식통으로부터 해당 수송기들에 지대공미사일이 실려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미국 방송사 NBC는 3월 30일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패트리엇 2개 시스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시스템이 아시아 지역에서 반출돼 중동으로 간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에 미국 사드 미사일이 배치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한국군은 주한미군 사드 반출을 부인했다. 다만 필자는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를 통해 한국군이 주한미군 미사일방어(MD) 자산 반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초 MD 자산 반출 자체를 모르고 있던 군이 사태의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드 반출설을 일단 부인하고 본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한미군에는 제35방공포병여단 예하 패트리엇 2개 대대와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패트리엇은 PAC-3 사양으로, 탄도미사일 표적에 대해 55㎞ 사거리와 25㎞ 요격고도를 갖는 ERINT,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각각 40㎞인 신형 MSE가 주력이다. 한국군 천궁-Ⅱ의 1.5~2배에 달하는 요격 범위다. 가히 한미연합군의 핵심 MD 자산이다. 사드는 한국군에는 없는 종말단계 상층 방어 시스템으로 사거리 200㎞, 요격고도 150㎞에 달한다. 유사시 북한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이 예상되는 한국에서 이런 자산을 반출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미연합군의 MD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실정에도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화, 유사시 한반도 밖으로 차출 같은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전략에 그 어떤 기여도 하지 않으려는 한국과 점점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 A-10C와 F-16 전력을 F-35A로 교체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7월 주일미군에 최신예 F-35A/C와 F-15EX를 증강했다. 반면 주한미군에선 대체 전력 없이 A-10C 24대를 철수·퇴역시킨다고 발표했다. 주한미군은 4개 비행대에 90여 대 전투기를 갖고 있는데 그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력이 빠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때 미국의 경고 메시지를 이해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주한미군 전투기 감축에 대응할 전력 보완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 나라인 한국을 지키려고 왜 많은 미군이 위험한 곳에 있어야 하느냐”며 여러 차례 성토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공군 A-10C 공격기. 미국 공군 제공

    미국 공군 A-10C 공격기. 미국 공군 제공

    주한미군 전투기 대체 전력 없이 감축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전략도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 기여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면 유럽 국가들처럼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고 군비 증강을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 리스크’ 현실화 이후 유럽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수준이던 방위비를 3~6%까지 늘리고 징병제 도입 등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대규모 미군 병력 철수나 전략자산 반출이 없음에도 유럽은 이미 비상 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 위정자들이 나라 안팎 상황을 냉정히 직시하고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번 을사년이 120년 전 비극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원년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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