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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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악영향 뻔한데 트럼프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누구도 이해 못 해”

강현주 연구위원 “트럼프가 내일 당장 어떤 정책 던질지 몰라…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4-19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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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철 기자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영철 기자

    “트럼프는 관세가 자국 제조업을 부흥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에 사로잡혀 있다. 다만 트럼프는 시장에 민감한 사람이다. 지금은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해 있지만 장기화하면 서로 이득을 볼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치광이’ 관세정책을 두고 내놓은 해석이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교훈 및 2기 행정부에 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1기의 반지성주의와 대중영합주의적 성향이 2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기와 다른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중국 60%, 전 세계 국가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4개월 후 트럼프는 중국 145%, 한국 2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현실로 옮겼다. 강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놀랍도록 공약을 잘 지키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데 왜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환율 조정 불가능”

    왜 이렇게까지 할까.

    “국제경제에선 덜 중요하지만 트럼프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감세다. 트럼프 1기 때 통과돼 일몰을 앞둔 감세 및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재정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메워 설득해야 하니 다른 나라들로부터 관세를 받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관세를 버틸 수 있나.

    “만일 관세가 유예되지 않았다면 3분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90일 유예로 일단 그 가능성이 한 분기 밀려난 셈이다. 유예 기간에 트럼프는 어떤 식으로든 감내할 수 있는 관세안을 찾을 거라고 본다. 합리적 수준의 관세 합의가 이뤄진다면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둔화)에 그칠 것이다.”

    미국 증시의 대폭락 가능성은 없나.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추가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주가가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 오히려 약간의 안도감이 감도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주식시장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던데. 

    “트럼프 1기 때도 경제정책 성과가 빨리 드러나는 곳이 주식시장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이번에도 국채금리 상승뿐 아니라 주가 하락이 관세 유예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 우려가 트럼프 정부에 전달된 것이다.”

    중국과는 사실상 관세전쟁에 돌입했다.

    “지금은 감정적 대립이 극에 달했다고 본다. 1기 때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도발했지만 화해 무드로 바뀌었듯이 물밑 협상에 나설 것이다. 100% 넘는 관세는 두 나라 다 버티지 못한다. 중국 역시 첨단 분야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등 1기 때보다는 버틸 여지가 있지만 장기화해서 좋을 게 없다.”

    제2 플라자 합의인 ‘마러라고 합의’를 통해 환율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 경제가 침체인 반면, 일본·독일 경제는 호황이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상황이 반대다. 관세만 아니었다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미국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나라가 그만큼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 만일 정치적으로 환율을 조정하더라도 지금은 외환시장 규모가 워낙 커져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인위적 방식으로 환율이 조정되기는 어렵다.”

    관세전쟁이 보호무역주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세계가 너무 긴밀히 연결돼 있어 전 세계 공급망을 해체하고 보호무역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각자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나의 기준이 있는 세계화가 아니라, 혼재된 표준이 존재하는 세계화를 당분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건 경쟁국보다 낮은 관세율”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은 결국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 높은 관세율을 매겼다. LNG(액화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농산물, 국방 분야에서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제안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로(0)’ 관세로 만들 수도 있을까.

    “트럼프는 관세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낮은 관세율로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로 표현하면 일본, 반도체에선 대만과 비교해 적은 관세를 내야 한다. 그러면 부과되는 관세에 따른 수요 감소는 어쩔 수 없어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관세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나. 

    “트럼프 관세가 없었더라도 성장률은 1% 후반대였다. 관세가 극복된다고 성장이 극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살릴 방법은 없나.

    “사람이 늙으면 아프기 시작하듯이 성장률 둔화는 일정 부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 경제가 그 단계를 밟아가고 있으니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결국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수출 상위 품목을 보면 거의 변동이 없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증세가 필요한데, 정치가 양분된 상황에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증세를 주장하는 건 요원한 일이다.”

    상반기 투자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면.

    “트럼프가 내일 당장 어떤 정책을 던질지 모른다. 펀더멘털로 판단해 투자할 수 없는 시기라는 의미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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