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기대수명은 보통 여성에 비해 5년 이상 짧다. GETTYIMAGES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19’에는 이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WHO에 따르면 주요 사망 원인 40개 중 33개가 남자 쪽 기대수명을 더 많이 깎아먹는다. 비감염성 질환(심장병·폐암 등), 교통사고, 타살, 자살 등이 대표적 지표다. 30세 성인이 70세 전에 비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44% 높다고 한다. WHO는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한 일(과속운전, 약물 오남용 등)을 더 자주 하고, 술·담배에 더 많이 노출되며, 아파도 병원에 덜 간다.”
‘건강하게 오래 버티는 남성’ 모델 정립해야
동물 세계는 어떨까. 포유류 1176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70% 종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평균 12~13% 더 오래 살았다. 특히 야생에서는 수컷이 짝짓기 과정에서 과시하려고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극단적인 경쟁을 벌이다가 부상을 입는 등 스스로 수명을 단축하는 사례가 많았다. 동물원에서 이러한 위험을 통제하자 암수 수명 차가 줄어들었다.이 연구 결과는 인간 사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성별 수명 격차는 ‘운명’이 아니라 ‘정책과 문화’로 조정 가능한 변수라는 점이다. 현재 남성은 산업재해 위험이 크고, 장시간 야간 노동 관행이 있는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또 음주와 흡연에 관대하며,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 것을 ‘남성답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인간이 야생의 숙명을 넘어서려면 ‘문명화된 수컷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안전 강화, 절주 및 금연 캠페인 확대,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증진 및 조기검진 강화 정책 등이 필요하다. 남성의 위험 행동을 줄이고 직업 환경과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면 수명 곡선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왜 남성은 일찍 죽을까”가 아니라 “왜 남성이 이렇게까지 위험하게 살도록 두는가”를 물어야 한다. 남성 건강을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남성다움의 개념, 일터에서의 규범, 술과 담배에 관대한 문화 전체를 건강 관점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의 남성성을 ‘빨리 소모하는 모델’에서 ‘건강하게 오래 버티는 모델’로 바꾸는 작업이야말로 앞으로 보건정책의 근본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