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인상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경제학의 중론이다. GETTYIMAGES
교묘한 주장 경계해야
우경이라는 권세 있는 인물이 집을 새로 지으려 하는데 목수가 이렇게 말했다. “새로 짓는 집이라 진흙은 아직 축축하고 서까래는 생나무다. 젖은 진흙은 무겁고 생나무는 휘기 쉽다. 휘어진 서까래로 무거운 진흙을 받치면 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경은 “시간이 지나면 진흙은 마르고 서까래도 견고해진다. 진흙이 마르면 가벼워지고, 나무가 마르면 곧아진다. 곧은 서까래로 가벼운 진흙을 받치니 집이 무너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논리는 매끄러웠다. 목수는 더 말하지 않고 우경의 요구대로 집을 지었다. 시간이 지나자 집은 무너졌다.한비자는 이 일화를 통해 말솜씨가 교묘한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듣기엔 설득력 있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쓸모없는 말이 현실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경고다. 한비자는 군주가 이런 말에 휘둘리면 나라가 망한다고 봤다. 화려한 주장보다 실상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이 보여주는 세금의 역설
경제학은 학자 간 의견 대립으로 유명한 학문이다. 예를 들어 돈을 많이 풀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주장과 인플레이션만 유발해 경제를 망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경제학 교재에선 서로 다른 주장을 학파로 구분해 함께 소개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세금 효과에 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그래도 중론은 존재한다. 세금이 오르면 가격도 오른다는 것이다. 경제학개론 교재나 재정학 도서들도 세금이 부과될 때 가격 효과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세금이 부과되면 그 물품의 소유자는 세금을 내야 하니 손해를 보지만, 물품 가격은 오른다. 1만 원짜리 상품에 세금 1000원이 붙는다고 가정해보자. 단번에 가격이 1만1000원으로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가격이 1만 원에 머무는 경우도 예외적이다. 대부분 1만 원과 1만1000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중요한 점은 원 가격인 1만 원 아래로 내려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원 가격에선 항상 매수세가 유입되기에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
세금 부과 후 가격이 1만500원이 됐다고 하자. 이때 세금이 1000원이라 판매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금액은 9500원이다. 이전에는 1만 원을 벌었는데 이제는 500원을 덜 번다. 반면 소비자는 이전보다 500원을 더 지불한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각각 500원씩 부담해 합계 1000원을 세금으로 국가에 납부한다.
따라서 판매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판매자가 세금을 전부 다 내는 것은 아니다. 상품 가격이 오르고, 그 인상분만큼 소비자도 부담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그 부담을 집 소유자만 떠안는 것은 아니다. 그 부담의 일부는 월세(임대료)와 전세 보증금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이전되고, 일부는 앞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이전된다.
한국 부동산정책을 논하는 사람 중에는 보유세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가 많다. 보유세가 오르면 사람들이 집을 팔려 하고, 자연스레 집값도 내려간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제학은 세금이 오르면 그 상품 가격이 오른다고 본다. 한비자라면 누구 손을 들어줄까. 참고로 그동안 한국에선 부동산 관련 세금이 꾸준히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그리고 보유세는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있다.
세금을 올리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실제로 세금을 올렸는데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다. 투기꾼 때문이라거나, 세금이 충분히 많지 않아서라거나, 관료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식이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정치가의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 말하고, 나중에 그 일이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을 꼽았다. 세금을 올렸는데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원인에 대한 설명은 처칠 기준으로 보면 정치적 설명에 가깝다. 한비자는 그것보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중시했다. 그는 집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한 기술자의 말을 존중했다.
경제학 기술자 손 들어줄 한비자
한비자라면 경제학 기술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술자의 말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높은 위치에 있는지, 누가 더 힘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경의 집을 지은 기술자도 집이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그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 기술자의 말은 늘 뒤로 밀린다. 한비자가 기술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는 그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었기 때문일 테다.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세금이 오르면 상품 가격도 오른다. 이는 경제학과 재정학에서 명확히 제시하는 결론이다. 집 보유세가 늘어날 때 사회적 영향이나 자산 격차, 주거 환경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집 보유세가 늘어날 때 집의 명목가격이 오른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세금을 내고 남는 실질자산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 표시되는 가격은 오른다. 집 보유세가 오르면 집값이 오르는 쪽에 조용히 베팅하면 된다. 그것이 기술자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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