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집무실 정밀 타격 노리는 美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

올해 독일 배치 예정… 마하 17 속도로 크렘린까지 10분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1-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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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 미국 국방부 제공

    미국의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 미국 국방부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6년째 러시아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가 ‘강한 러시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장기 집권하는 동안 러시아 사회 곳곳은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늘날 러시아가 얼마나 병들고 나약해졌는지 증명하는 장이 되고 있다. 

    실체 들통난 러시아 킨잘 미사일

    푸틴은 고유가로 러시아 경제가 살아난 2010년대부터 러시아군을 현대화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기회를 엿봤다. 그래서 만반의 준비를 한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전면 침공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쟁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푸틴이 막상 전쟁을 일으키고 보니 러시아군 실태는 심각했다. 러시아 방산업체가 만든 무기는 카탈로그처럼 작동하지 않았고, 장부상 군용 물자와 탄약으로 가득 찬 창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2022년 말∼2023년 초 바흐무트 전투 졸전과 그 후 벌어진 바그너그룹 반란은 러시아군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러시아는 2023∼2024년 대대적인 쇄신으로 군 정예화를 추진했다. 특히 국가 경제를 사실상 전시체제로 전환해 전쟁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러시아 연방정부 총예산은 20조 루블(약 360조 원)이고 그중 국방예산은 18%인 3조6000억 루블(약 64조8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러시아 국방예산은 13조5000억 루블(약 243조 원)로 전체 예산(34조1000억 루블·약 613조8000억 원)의 40%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국가 역량을 집중해도 전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또한 사생결단으로 국가 역량을 집중해 전쟁을 치르는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매년 막대한 재정과 군사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전황에 러시아는 핵미사일 카드까지 만지작거렸다. 2022년 11월 여차하면 유럽을 공격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벨라루스에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한 게 첫 포석이었다. 킨잘은 MIG-31 전투기에 실려 공중 발사되는 미사일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마하(음속) 10 속도로 적 방공망을 돌파한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이 미사일을 배치한 뒤 유럽 모의 공격 훈련에 나서는 등 위협 수위를 높였다. 그런데 킨잘의 사거리와 정밀도가 러시아 측 선전과 달리 크게 떨어지고, 패트리엇 등 유럽의 기존 방공자산으로 어렵지 않게 요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킨잘로 유럽을 위협해 우크라이나와 떨어뜨리려는 크렘린궁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 ‘오레슈니크’ 중거리미사일의 기반이 된 RS-26 ‘루베즈’ 미사일. 뉴시스

    러시아 ‘오레슈니크’ 중거리미사일의 기반이 된 RS-26 ‘루베즈’ 미사일. 뉴시스

    ‘오레슈니크’ 미사일 전진 배치 자충수

    곧이어 러시아는 ‘오레슈니크’ 미사일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레슈니크는 2010년대 초반 러시아가 서유럽 공격용으로 개발한 RS-26 ‘루베즈’ 기반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원형인 RS-26은 사거리 5800㎞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됐지만 실전 배치되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미국과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준수하며 RS-26을 배치하려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다른 ICBM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전략적으로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RS-26은 핵탄두 대신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활공체를 투발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이후 제대로 된 ICBM인 RS-28 ‘사르맛’ 미사일이 아방가르드 투발 수단으로 채택되자 RS-26은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킨잘보다 치명적인 유럽 타격용 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RS-26을 기반으로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재개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레슈니크다.



    오레슈니크는 러시아어로 ‘개암나무’라는 뜻이다. 여러 탄두가 갈라져 나오는 모습이 개암나무 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작명 그대로 다탄두 미사일인 오레슈니크는 3단 고체연료 로켓을 사용하는 RS-26에서 로켓 1개 단을 줄여 비행 속도와 탄두를 조정했다. 일반 ICBM은 1000~1500㎞ 높이로 치솟은 뒤 마하 20~25 속도로 지면에 내리꽂힌다. 오레슈니크는 정점고도를 낮추고 탄두 수를 늘린 모델로서 핵탄두 6개 또는 재래식 탄두 36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식 탄두를 탑재한 오레슈니크가 처음 실전 투입된 것은 2024년 11월 드니프로 공격 때다. 당시 종말단계 속도는 마하 10 정도로 비교적 느린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최대 10기의 오레슈니크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이 배치된 곳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쪽으로 약 60㎞ 떨어진 슬루츠크의 옛 소련 군사기지다. 여기서 유럽 주요 도시까지 거리는 베를린 1000㎞, 파리 1800㎞, 런던 1900㎞다. 미사일 발사 후 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5분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오레슈니크 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유럽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도리어 역효과를 보고 있다. 오레슈니크 전진 배치가 미국 측에 중거리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1년 독일 마인츠카스텔에 제2다영역특임대(MDTF)를 창설했다. 이 부대에는 전략화력대대 1개가 편제돼 있다. 해당 대대의 전력을 살펴보면 단거리전술탄도미사일 PrSM 1개 포대, 토마호크·SM-6를 운용하는 MRC 1개 포대,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 1개 포대가 있다. 최근 제2MDTF의 전략화력대대는 미국 뉴욕주 포트 드럼에서 창설 및 전력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크 이글을 운용하는 제12야전포병연대 3대대 1포대가 3월 안으로 마인츠카스텔에 배치될 예정이다.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 미국은 독일 마인츠카스텔에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GETTYIMAGES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 미국은 독일 마인츠카스텔에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다. GETTYIMAGES

    원형공산오차 15㎝ 불과 

    다크 이글은 사거리 3500㎞, 비행 속도 마하 17인 극초음속 무기다. 핵탄두 탑재가 불가능하고 탄두 중량도 13㎏ 정도지만 위력은 상당하다. 엄청난 운동에너지가 일으키는 충격파로 축구장 반 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특히 원형공산오차가 15㎝에 불과한 정밀성이 강점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크렘린궁의 푸틴 집무실 책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을 정도다. 유사시 미국이 푸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다크 이글을 쏜다고 가정해보자. 독일에 있는 다크 이글 포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크렘린궁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에 불과하다. 다크 이글의 정밀성과 파괴 면적을 감안하면 푸틴이 집무실을 벗어나 급히 피신한다고 해도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다크 이글 포대의 독일 배치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벨라루스에 오레슈니크를 먼저 배치한 탓에 다크 이글 배치를 막을 명분을 잃었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가 40년 전에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옛 소련은 1979년 유럽을 압박하고자 사거리 5500㎞ RSD-10 핵미사일을 서독에 전진 배치했다. 이에 미국은 1983년 ‘퍼싱-II’ 미사일을 서독에 배치했다. 퍼싱-II의 공식 사거리는 1700㎞로, 독일에서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소련은 이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2500㎞에 달해 자기네가 가진 어떤 무기로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련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방공무기 개발에 나서는 한편, 미국에 협상을 요청했다. 그 결과 1987년 가까스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해 ‘퍼싱-II’를 유럽에서 철수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INF가 체결됐을 때 소련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내몰린 뒤였다. 퍼싱-II는 전략방위구상(SDI),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함께 미국이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준비한 3종 세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소련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미사일방어망 SDI, 유사시 모스크바를 먼저 타격할 수 있는 퍼싱-II 유럽 배치를 동시에 추진했다. 소련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군비 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무자헤딘을 지원해 소련으로 하여금 전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 3종 세트는 결국 소련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크라이나로

    현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0년 전 레이건 행정부의 소련 고사 전략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퍼싱-II가 다크 이글로, SDI는 ‘골든돔’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크 이글이 퍼싱-II보다 더 치명적이고, 골든돔이 SDI보다 훨씬 체계적인 무기라는 것이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비로 국방예산의 2.5% 정도를 지출하고 사상자 6만여 명을 냈지만, 오늘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라 살림의 39%를 쏟아붓고 사상자 120만 명 이상을 낸 점도 큰 차이다.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옛 소련군. GETTYIMAGES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옛 소련군. GETTYIMAGES

    지금 러시아가 옛 소련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지도자’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고, 나아가 냉전 종식에 기여했다. 반면 러시아 부정부패의 정점에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직접 내린 푸틴은 고르바초프와는 달라 보인다. 올해 예정된 미국의 다크 이글 유럽 배치에 푸틴의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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