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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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층과 남향 아니면 투자 못하나

조망권 중시로 고정관념 변화 움직임 … 동·서·북향 생활공간 장점도 부각

  • 성종수 부동산 포털 ㈜알젠(www.rzen.co.kr) 대표

    입력2006-10-18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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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층과 남향 아니면 투자 못하나

    석조 조형물과 건강 지압 보도블록으로 이뤄진 돌길 등으로 단지 내부를 꾸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로열층의 개념을 중간층이라고 못 박을 필요는 없다. 구조나 배치,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서 로열층의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로열층을 무 자르듯 규정하면 투자의 방향을 놓칠 수 있다.

    주상복합아파트의 본산인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같은 대도시에 짓는 아파트는 고층일수록 로열층이다. 도심은 고층 빌딩의 숲을 이루고 있어 조망, 쾌적성 등의 측면에서 주거지역으로 알맞지 않다. 그래서 멀리 산이나 강을 볼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뉴욕의 경우 고층 빌딩이 많아서 아파트의 높은 층이 아니면 대서양, 허드슨강 등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조망권 값이 매우 비싸다.

    반면 전원형 아파트에서는 로열층의 기준이 다르다. 산과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고층화가 오히려 해가 된다. 공원이나 조경이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있다면 낮은 층이 로열층이 될 수 있다. 특히 단지 내에 공원이 있으면 공원을 볼 수 있는 저층이 가치 면에서 낫다. 땅의 기운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도시는 고층일수록 로열층

    1층이 로열층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엔 1층 입주자를 위한 전용 정원을 만들어주는 아파트가 많다. 정원에서는 채소를 가꾸거나 과일나무를 심을 수도 있다. 아파트에서 고향의 향취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정원을 넓게 제대로 꾸며 실제 땅을 몇 평 더 주는 효과를 노리는 아파트도 있다. 이 경우는 1층의 집값이 2∼3층보다 비싸다. 재건축을 하면서 기존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서울 강서구 D아파트는 1층인데도 실제 높이는 3∼4층에 해당하는 가구가 있다. 이런 집은 1층 정원이 테라스 구실을 해 다른 아파트 1층과 달리 개방감을 주면서도 꽤 넓은 땅을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독주택의 정원을 가진 것과 같다.



    1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라면 2∼5층은 저층부라 해서 비로열층으로 친다. 저층부는 1층처럼 정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상층처럼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겨울에는 한낮이 아니면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 특히 ‘ㅁ’자형 고층 아파트의 경우 뒷동의 저층부는 채광이나 통풍에 문제가 있고 개방감이 떨어져 답답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저층부도 때로는 로열층으로 격상한다. 동 앞에 연못이나 중앙공원이 있는 경우다. 녹지공간과 수변공간이 잘 갖춰진 아파트의 저층부는 로열층에 속한다. 시원한 물줄기와 파릇한 잔디, 울창한 나무를 거실에 앉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간층은 앞동의 콘크리트 벽만 쳐다봐야 하므로 공원이 있는 저층부보다 못할 때가 있다.

    아파트의 최상층 가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층과 함께 비로열층으로 분류됐다. 냉난방과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망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요즘은 로열층으로 편입됐다. 냉난방,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었다. 아파트 층 간 소음 문제도 최상층의 몸값을 올려놓은 요인이다.

    로열층과 남향 아니면 투자 못하나

    옥상에 정원을 만든 서울 역삼동 한 아파트.

    일부 아파트는 최상층이 중간층보다 값이 비싸다. 다락방을 덤으로 주는 새 아파트의 경우 최상층 분양가가 더 비싸다. 예전에는 최상층이 1, 2층과 함께 미분양이 많이 생기는 층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고층일수록 잘 팔린다.

    앞의 경우처럼 최상층이나 1층, 저층부가 예외적으로 로열층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특징이 없는 보통의 아파트는 지금도 중간층을 로열층으로 친다. 다만 아파트의 층수가 고층인가, 중층인가, 저층인가에 따라 로열층의 기준은 조금씩 바뀐다.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는 6∼7층 이상이라면 넓은 범주에서 로열층으로 친다. 15층 아파트는 5층만 넘어도 로열층으로 본다. 5층 이하의 저층 아파트는 2∼3층이 로열층, 4∼5층은 준로열층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동 간 배치와 입주자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간 라인을 ‘로열 라인’이라 불렀다. 한 동에 1∼4개 라인이 있는 경우 중간에 있는 2∼3라인의 가치를 높이 쳤다. 바깥 라인(사이드 라인)은 외벽이 노출되어 있어 냉난방 효율이 떨어진다는 인식 탓이었다. 중간 라인은 양옆에 이웃집이 있어 난방비가 적게 들지만 바깥 라인은 열 손실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젊은 층일수록 중간 라인과 바깥 라인 구별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연령층이 높을수록 과거의 선입관 탓인지 중간 라인을 선호한다.

    하지만 건축 공법이 발달한 요즘, 이런 인식은 편견에 가깝다. 오히려 바깥 라인이 더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뒷동 중간 라인의 경우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앞동에 가려 답답한 느낌을 준다. 반면 바깥 라인은 거실에 앉아 비껴서 보면 앞이 확 트인 경우가 많다. 조망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다.

    요즘엔 타워형 건물에 높은 점수

    아파트 광고에서 가장 흔한 문구가 ‘전 가구 남향 배치’다. 우리나라처럼 집을 살 때 향을 중시하는 나라도 별로 없다. 풍수지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소비자라도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집 뒤에 산이 있고, 집 앞에 시내가 흐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배산은 겨울의 북풍을 막아주어 따뜻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집은 남향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어느 향이라도 장점이 있다. 동향 집부터 보자. 동향 집은 이른 아침에 햇살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맞벌이 부부, 직장인, 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은 식당에 모여 아침식사를 할 때가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이 경우 생활의 중심 공간은 거실보다 주방과 식당이다.

    서향 집은 오후에 햇살이 거실로 들어온다. 여름에는 덥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오후의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2시부터 5시까지 따사로운 햇살이 들기 때문에 서양식 주택에서는 응접실이나 간식을 먹는 방을 서향에 두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오후 3시를 차 마시는 시간으로 정해놓았는데, 티룸(tea room)은 대부분 서향에 배치돼 있다.

    남향을 선호하는 까닭은 햇빛이 하루 종일 들고 통풍이 잘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냉난방 설비가 부족하고, 마당에서 농작물을 말렸기 때문에 햇빛이 잘 드는 남향이 꼭 필요했다. 남향은 지금도 선호도 1위다.

    집 배치로는 가장 좋지 않다는 북향에도 장점이 있다. 햇빛이 비치는 양이 적어서 주로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알맞다. 북향에는 서재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책·그림·오디오 등은 직사광선을 받으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전통적인 동 간 배치는 ‘一자형’이다. 남향을 선호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일자형의 네모꼴 아파트는 건축 미학으로는 촌스럽지만 안정감이 있어 오랫동안 인기를 모았다. 일자형은 아파트마다 차이가 나지만 외벽의 면적이 타워형보다 작아 열 손실이 적다. 그리고 조경이 좋아 쾌적성에서 타워형을 앞선다.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의 겉모습이 달라졌다. 네모꼴이 줄어들고, 전망에 강점이 있는 둥근형·타워형이 늘었다. 타워형은 옆으로 긴 네모꼴이 아니라 위로 높다란 형태다. 단지 안의 시설은 일자형보다 좋다. 특히 한강변 아파트는 타워형의 가치가 일자형보다 높다. 뒷동에서도 한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의 다양성과 미관 측면에서 타워형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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