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원 황손의 대한제국 제30대 황위 승계식이 거행된 것과 관련해 황실 복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왜 전주 이씨 종약원과 황실 관련 단체들은 황족회가 연 황위 승계식을 전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사실 이번 논란의 발화점은 2005년 7월 황세손 이구 씨가 일본에서 돌연사한 것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다. 자식을 두지 않고 사망한 그의 뒤를 이을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 승계자를 두고 황족과 종약원, 황실 관련 단체들의 이해가 충돌했던 것이다.
이구 씨가 사망한 뒤 의친왕계 황실 가족 일부와 종약원은 이원(45) 씨를 이구 씨의 양자로 입적시켜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을 잇도록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양자 입적과정과 후계자의 정통성 유무를 두고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족회 이성주 대변인은 “이구 황손의 사망 이후 종약원 측은 황족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자기들 마음대로 이원 씨를 황사손으로 임명했다. 특히 이구 황손이 사망한 이후에야 뒤늦게 양자를 들이는 식의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대한제국 황실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며 “이번 여황 추대는 종약원이 아닌 황족들이 직접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족회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종약원 측은 “당시 이원 씨의 양자 입적은 이해원 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친왕계 황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정된 일이다. 그런데 그때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다 무효라고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황족 기준에 대한 해석 단체마다 제각각
황위 승계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 외에 이번 승계식을 주관한 황족회의 실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황족회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종약원은 물론 사랑회, 재건회 등 황실 관련 단체들은 “황족회엔 진짜 황족이 없다. 따라서 그들은 황실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특히 그중 일부는 황족회 회원들의 ‘황족 주장’ 진위를 DNA 검사를 통해 가리자고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약원의 이정재 사무총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황족이라 함은 황제를 지낸 사람의 직계가족을 말한다. 그러나 황족회에 참여한 인사들을 보면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 단 한 사람도 없다. 특히 의친왕의 손자라고 주장하는 황족회 사무총장 이초남 씨는 의친왕계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 실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종약원 측의 주장에 대해 황족회의 이성주 대변인은 “황족의 범위는 황제를 기준으로 방계
10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현재 황족회에 참여하고 있는 10여 명의 회원들은 모두 황족이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황족의 기준에 대한 해석이 단체마다 서로 다른 셈이다.
황족회가 연 황위 승계식의 ‘순수성’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황족회는 승계식 당시 대신(大臣) 2명을 비롯한 5명의 중책을 임명했다. 황족회에 따르면 이는 이해원 여황의 칙서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이 중 언론에 언급된 이들은 총리대신으로 임명된 리강무 성민대 총장(대신대 신학과와 미국 케임브리지월드대학을 나온 신학박사로 성민대 설립자이자 대정학원 이사장)과 여황의 비서실장 겸 황족회 대변인 이성주 씨, 황족회 사무총장 이초남 씨 등 3명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들 외에 재무대신에 이용호 목사(승계식 행사 사회자), 여황 경호실장에 이성주 씨의 동생 택주 씨 등 2명도 함께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대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왜 지금껏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걸까? 이에 대해 당사자인 재무대신 이용호 목사는 “황실은 돈 문제에 대해 초연할 것이지만, 현재 마련돼 있는 기초 재원을 관리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는가. 외부로까지 재무대신의 존재가 밝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나는 성민대 재무부총장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돈 문제에 초연할 것이라는 황실과 황족회. 과연 그럴까?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인사는 “이 목사를 2005년 가을 무렵에 처음 알게 된 이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승계식이 있기 전에 그가 전화로 ‘(나를 가리켜) 황실 연구에 큰 공로가 있는 분이므로 어느 직책이라도 줄 테니 찬조금을 내고 기꺼이 맡아줬으면 한다’라고 말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이 목사는 그러나 정확한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목사는 “그 사람을 만난 것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사실이나 ‘찬조금’이나 ‘자리’를 언급한 일은 전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현재로선 양자의 진위가 분명하진 않지만,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권 둘러싼 난립의 결과” 시각마저 등장
취재 과정에서 황위 승계식이 당초 9월1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9월20일로, 다시 9월29일로 두 차례 연기된 사실도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장소가 제대로 섭외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황실 관련 단체 일각에선 “황실과 관련한 엄청난 이권이 결국 황실 관련 단체의 난립을 가져왔다”고 보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조상의 재산을 반환받으려는 친일파들의 소송까지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황실 재산에 대한 복구 논쟁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사랑회의 이승욱 명예위원장은 “이승만 정권 당시 황실 재산이 모두 국유화된 이후 황실 재산이라는 것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지만, 향후 황실 복원이 본격화될 경우 그 소유권이나 황실 재산을 활용한 사업권이 큰 이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황실 가족 사이에 성급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자신들만이 유일한 황족 단체라고 못 박는 황족회는 이번에 여황으로 추대한 이해원 씨뿐만 아니라 고종의 증손자인 이초남(62·의친왕의 둘째 아들인 이우 황손의 아들이라고 주장) 씨를 적통자로 내세우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황실 단체 관계자는 “황족회가 고령의 이해원 씨를 황제로 추대한 데는 이초남 씨를 다음 후계자로 삼기 위한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본다. ‘여황이 다음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황족회가 유독 부각시키는 이유도 바로 그것을 염두에 둔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이번 논란의 발화점은 2005년 7월 황세손 이구 씨가 일본에서 돌연사한 것에서 찾는 것이 마땅하다. 자식을 두지 않고 사망한 그의 뒤를 이을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 승계자를 두고 황족과 종약원, 황실 관련 단체들의 이해가 충돌했던 것이다.
이구 씨가 사망한 뒤 의친왕계 황실 가족 일부와 종약원은 이원(45) 씨를 이구 씨의 양자로 입적시켜 대한제국 황실의 적통을 잇도록 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양자 입적과정과 후계자의 정통성 유무를 두고 문제가 불거졌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족회 이성주 대변인은 “이구 황손의 사망 이후 종약원 측은 황족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자기들 마음대로 이원 씨를 황사손으로 임명했다. 특히 이구 황손이 사망한 이후에야 뒤늦게 양자를 들이는 식의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대한제국 황실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며 “이번 여황 추대는 종약원이 아닌 황족들이 직접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족회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종약원 측은 “당시 이원 씨의 양자 입적은 이해원 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친왕계 황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정된 일이다. 그런데 그때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다 무효라고 주장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라고 강변했다.
황족 기준에 대한 해석 단체마다 제각각
황위 승계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 외에 이번 승계식을 주관한 황족회의 실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황족회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종약원은 물론 사랑회, 재건회 등 황실 관련 단체들은 “황족회엔 진짜 황족이 없다. 따라서 그들은 황실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편다. 특히 그중 일부는 황족회 회원들의 ‘황족 주장’ 진위를 DNA 검사를 통해 가리자고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약원의 이정재 사무총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황족이라 함은 황제를 지낸 사람의 직계가족을 말한다. 그러나 황족회에 참여한 인사들을 보면 그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 단 한 사람도 없다. 특히 의친왕의 손자라고 주장하는 황족회 사무총장 이초남 씨는 의친왕계 가족들 사이에서도 그 실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종약원 측의 주장에 대해 황족회의 이성주 대변인은 “황족의 범위는 황제를 기준으로 방계
10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현재 황족회에 참여하고 있는 10여 명의 회원들은 모두 황족이다”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황족의 기준에 대한 해석이 단체마다 서로 다른 셈이다.
황족회가 연 황위 승계식의 ‘순수성’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황족회는 승계식 당시 대신(大臣) 2명을 비롯한 5명의 중책을 임명했다. 황족회에 따르면 이는 이해원 여황의 칙서에 따른 조치라고 한다. 이 중 언론에 언급된 이들은 총리대신으로 임명된 리강무 성민대 총장(대신대 신학과와 미국 케임브리지월드대학을 나온 신학박사로 성민대 설립자이자 대정학원 이사장)과 여황의 비서실장 겸 황족회 대변인 이성주 씨, 황족회 사무총장 이초남 씨 등 3명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들 외에 재무대신에 이용호 목사(승계식 행사 사회자), 여황 경호실장에 이성주 씨의 동생 택주 씨 등 2명도 함께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무대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왜 지금껏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걸까? 이에 대해 당사자인 재무대신 이용호 목사는 “황실은 돈 문제에 대해 초연할 것이지만, 현재 마련돼 있는 기초 재원을 관리할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는가. 외부로까지 재무대신의 존재가 밝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나는 성민대 재무부총장도 맡고 있다”고 밝혔다.
돈 문제에 초연할 것이라는 황실과 황족회. 과연 그럴까?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인사는 “이 목사를 2005년 가을 무렵에 처음 알게 된 이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승계식이 있기 전에 그가 전화로 ‘(나를 가리켜) 황실 연구에 큰 공로가 있는 분이므로 어느 직책이라도 줄 테니 찬조금을 내고 기꺼이 맡아줬으면 한다’라고 말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이 목사는 그러나 정확한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목사는 “그 사람을 만난 것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사실이나 ‘찬조금’이나 ‘자리’를 언급한 일은 전혀 없다”고 짧게 답했다. 현재로선 양자의 진위가 분명하진 않지만,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권 둘러싼 난립의 결과” 시각마저 등장
취재 과정에서 황위 승계식이 당초 9월1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9월20일로, 다시 9월29일로 두 차례 연기된 사실도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장소가 제대로 섭외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황실 관련 단체 일각에선 “황실과 관련한 엄청난 이권이 결국 황실 관련 단체의 난립을 가져왔다”고 보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조상의 재산을 반환받으려는 친일파들의 소송까지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황실 재산에 대한 복구 논쟁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사랑회의 이승욱 명예위원장은 “이승만 정권 당시 황실 재산이 모두 국유화된 이후 황실 재산이라는 것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지만, 향후 황실 복원이 본격화될 경우 그 소유권이나 황실 재산을 활용한 사업권이 큰 이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를 염두에 두고 황실 가족 사이에 성급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자신들만이 유일한 황족 단체라고 못 박는 황족회는 이번에 여황으로 추대한 이해원 씨뿐만 아니라 고종의 증손자인 이초남(62·의친왕의 둘째 아들인 이우 황손의 아들이라고 주장) 씨를 적통자로 내세우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황실 단체 관계자는 “황족회가 고령의 이해원 씨를 황제로 추대한 데는 이초남 씨를 다음 후계자로 삼기 위한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본다. ‘여황이 다음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황족회가 유독 부각시키는 이유도 바로 그것을 염두에 둔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