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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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 무장 북한과 전쟁하겠나”

재미 친북인사 한호석 통일학연구소장 “공멸의 공포 백악관 목덜미 붙들고 있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10-18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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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핵 무장 북한과 전쟁하겠나”
    미국 뉴욕에 소재한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친북인사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연방제 통일과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논문을 수없이 발표했다. 7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 교재에 연방제 통일과 선군정치를 지지하는 그의 논문이 실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통일학연구소 홈페이지는 ‘친북 사이트’라는 이유로 2004년 11월 한국 정부에서 접속을 차단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해외 측 위원회 부사무국장이기도 한 그는 북한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의 현실인식을 엿보는 창으로 그의 논문을 참조해왔다. 이번 핵실험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도 북한 지도부의 시각과 맥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 북한 핵실험의 진위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설계기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전략핵무기는 물론 전술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 이후 20년 가까이 140여 차례 기폭실험을 실시하면서 핵무기 설계기술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해왔다. 98년 5월28일 파키스탄도 1kt 이하의 소형 핵무기 3기를 가지고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바 있는데, 핵기술이 파키스탄에 결코 뒤지지 않는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아직까지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 북한의 핵무기 보유 능력은 어느 정도일 것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1998년 5월30일 오전 11시55분(현지 시간)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사막에 있는 차가이 핵실험장 수직갱에서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핵실험에서 폭발한 북한 핵무기는 15~18kt의 폭발력을 가진 전략핵무기였다. 어느 나라이건 핵무기를 10기 이상 갖지 못한 상태에서는 핵실험을 하지 못한다. 북한은 98년 5월 당시 이미 1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듯이,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핵무장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방위공약’이 가공할 만한 핵전쟁 준비로 비칠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제1차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당한 북한이 그에 맞서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하지 않겠는가.”

    -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동북아의 군사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이제 서로 핵무기를 겨누며 대치하는 새로운 군사대결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이것은 동북아에 배치된 미군기지들이 핵무장에 성공한 북한의 타격권 안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서둘러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미국은 자국 군대를 북한의 타격권 밖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핵 교전을 피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제재를 할 가능성은?

    “미국은 적대적인 핵무장 국가와 전쟁을 벌인 적이 없다. 핵무장 국가와 전쟁을 벌일 경우 자국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공멸의 공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뒷덜미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 현재의 핵위기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미국과 북한 간의 직접 대화가 절실하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연속적인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 대해 상호 타협함으로써, 미국이 요구하는 6자회담도 살리고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양자회담도 살리는 전환적 조치들이 합의돼야 한다.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논의 중인 현시점에서는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백악관의 전향적인 태도만이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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